한국에 워킹홀리데이를 온 쯔쉬엔의 이야기 (1)

👻 보라돌이

1. 한국에 워킹홀리데이를 온다고?

2019년 1월 2일 새벽, 대만 타이베이의 금융 경제의 중심지이자, 최대 쇼핑몰 상권이 몰려있는 신이취(信義區), 한 건물 앞에 200여명 되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 한 겨울에, 이들 바로 옆에 서 있는 타이베이의 랜드마크 Taipei 101 빌딩마저 잠든 새벽, 시내 한복판에서 도대체 이들은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어떤 이는 바닥에 이불을 펴고 쪽잠을 청하고 있다. 이 건물에 누가 사나? 좀 더 가만히 들여다보니 줄을 선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다. 무슨 스타라도 오는 것일까?

꼬박 밤을 새우고, 아침 8시 정도가 되자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의 정체가 밝혀졌다. 건물은 주타이베이 대한민국 대표부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었고, 그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 워킹홀리데이 Working Holiday 비자 번호표였다.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을 받기 시작하는 당일 전날부터 사람들이 줄을 선다는 것이다.

‘워킹홀리데이’라면 “호주 워킹홀리데이”로만 들어봤던 사람들이라면 이 행렬을 보자마자 “아니, 한국에도 워킹홀리데이를 올 수 있단 말이야?”라고 생각하거나, 그 다음으로 ‘헬조선’이니 ‘탈조선’이니 하는 담론에 익숙한 한국인은 “아니, 도대체 왜 한국에 오는 거지..?”라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겠다.

주타이베이 대한민국대표부 건물 앞에 많은 대만 여성들이 줄을 서서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을 위한 번호표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출처)

나 또한 그랬다. 한류를 좋아하여 한국에 오고 싶어 하는 또래 외국 여성들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었던 나는 저들이 혹시 한류를 좋아해서 저렇게 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호기심에 얼른 이들의 존재를 검색해보았다. 하지만 이들은 물론이고 워킹홀리데이에 대한 자료도 워낙 적었다. 있더라도 한국에서 호주, 캐나다, 일본 등지로 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먼저 워킹홀리데이에 대해 소개하자면, 워킹홀리데이는 두 국가 간의 상호 비자 협정으로,  보통 만 18세에서 30세의 상대국 청년들이 자국에서 1년의 기간 동안 체류할 수 있는 자격을 주는 청년 교류 프로그램이다.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참가하고 있으며, 자국의 청년들을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국은 24개 국가 및 지역과 워킹홀리데이 비자 협정을 체결하고 있다[1]. 내 눈에 띄는 것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가는 장기 여행과 같은 이미지의 워킹홀리데이가 국가 간 협정을 통해 따로 발급되는 ‘비자’라는 것이었다. 이에 나는 통계청에서 자료를 찾아봤고, 워킹홀리데이가 ‘관광 취업 H-1비자’로 따로 취급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통계청의 자료는 내가 이 연구를 이끌어갈 큰 3가지 궁금증과 놀라움을 주었다.

[1] 그 국가는 네덜란드, 뉴질랜드, 대만, 덴마크, 독일, 벨기에, 스웨덴,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이스라엘, 이탈리아, 일본, 체코, 칠레, 캐나다, 포르투갈, 프랑스, 헝가리, 호주, 홍콩, 스페인, 폴란드, 아르헨티나이다.

(1) 첫 번째는 워킹홀리데이의 이름이 ‘관광 취업’이라는 것인데, 워낙 고유명사로 굳어진 “워킹홀리데이”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던 반면 “관광”과 “취업”이 함께 있는 것은 뭔가 어색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워킹홀리데이도 전혀 상반된 “워킹”과 “홀리데이”의 조합이네? 취업이면 취업, 관광이면 관광, 유학이면 학생비자인데 일과 휴가의 결합이라니. 이 무슨 애매하고 끔찍한 혼종이람…’ 워킹홀리데이를 교환학생이나 어학연수와 비슷하게 젊은이들의 해외 단기 이주라고 생각했던 나는 점점 워킹홀리데이가 ‘학생비자’로 묶이는 교환학생, 어학연수 등 모양은 비슷해 보일지라도 전혀 다른 성격의 비자라는 것을 어렴풋하게 깨닫기 시작했다.

(2)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다른 측면으로 생각할 수 있는 실마리는 한국과 워킹홀리데이를 맺고 있는 국가가 OECD 회원국과 거의 일치한다는 신기한 발견이었다. 나는 상호 간의 어떤 이득 없이는 비자 협약까지 만들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위 “잘 사는 나라”들끼리 젊은이들을 교환하는 것이 어떤 이득이 있을까?

(3) 마지막으로 가장 신기했던 발견은 모두 60-90% 가 여성 편중된 한국 워킹홀리데이 참가자의 성비였다.

국적201320142015201620172018
일본89%89%91%93%94%94%
대만92%92%96%95%94%91%
프랑스51%54%58%59%68%68%
홍콩93%89%92%90%88%88%
독일65%62%63%70%80%74%
<표 1> 국가별 한국 관광취업 비자 소지자의 여성 비율
(통계청 2019 「국제인구이동통계」 ‘국적/체류자격별 외국인 입국자 (월간, 연간)’을 재정리)

위 표는 한국 ‘H-1 관광 취업’ 비자를 받을 수 있는 국가 중, 참가자가 많은 상위 5개국의 참가자의 여성 비율을 정리한 것이다. 2011년부터 2018년 자료까지 살펴보면 일본, 대만, 홍콩과 같은 동아시아 지역의 한국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는 90% 이상이 여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조금 낮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여성 비율이 높아진다. 

자, 그렇다면 다시 돌아가 보자. 분명 처음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제도는 성별에 상관없이 18-30세 청년을 대상으로 열린 제도였다. 그런데 어째서 한국 워킹홀리데이 참가자들을 보면 압도적으로 여성에 편중된 성비가 두드러지는 것인가? 청년 제도가 여성 청년 제도가 될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나는 이 사이의 비어있는 연결고리를 찾아야 된다는 생각을 했다.

2. 새로운 여성 이주 주체의 탄생?

나는 곧바로 여성 이주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금 국제 이주의 특징 중 하나가 ‘이주의 여성화 Feminization of Migration’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주의 여성화란, 국제 이주하는 인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보다 높아진 현상을 나타내며, 또한 이주하는 여성들이 주로 ‘여성화’된 일로 여겨지는 결혼, 돌봄 노동, 성산업 등으로 유입된다는 의미도 있다. 

이주의 여성화는 전 지구적 신자유주의의 영향으로 돌봄, 친밀성 등의 감정 영역이 상품화되기 시작하면서 시작되었다(김현미, 2010). 이제 여성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여성화된 노동 수요가 있는 바다 건너 국가로 이주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으로 온 이주 여성 역시 결혼이주여성, 기지촌의 엔터테이너 여성, 혹은 베이비시터, 식당 등에서 노동하는 재중동포(조선족) 여성들을 주로 가리키는 것으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아무래도 내가 타이베이에서 본 여성들과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이주 여성’의 이미지를 생각해봤을 때 둘은 서로 거리가 있어 보였다. 당장 대만의 경제적 수준을 생각해봐도 대만 여성들의 이동은 생계형 이주가 아닌 것 같았다. 게다가 워킹‘홀리데이’지 않는가? 그렇다면 이들은 누구인가? 생계를 위해 이동하는 ‘이주의 여성화’ 시대에, 다른 한쪽에서는 젊고 자유롭게 소비하고 이동하는 여성 주체가 탄생한 것일까? 나는 내가 누구도 아직 잡지 못한 최첨단 여성 이주 현장을 포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두근두근거렸다.

3. 쯔쉬엔, 친구 따라 한국 워킹홀리데이를 가다[3]

[3] 95년 생 장쯔쉬엔은 글쓴이의 연구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방식으로 각색한 가상의 인물입니다. 더 자세한 데이터와 내용이 궁금하신 분은 글쓴이의 석사 논문 “대만 여성청년의 한국 워킹홀리데이 경험에 대한 연구”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나 한국 워킹홀리데이(打工度假[4]) 가려고.”

 “뭐라고?” 

[4] 대만에서 ‘워킹홀리데이’는 “Working holiday”를 직역한 “打工度假”로 표기한다. “알바하다”라는 “打工(dǎgōng)”과 ‘휴가를 보내다’라는 “度假(dùjià)”를 결합한 것이다.

오랜만에 단짝 친구 위에팅을 만난 쯔쉬엔은 위에팅이 선언하듯 말하자 밥을 먹다 말고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응.” 위에팅은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받기 위해 2주 후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에 줄을 서러 간다고 했다. “그 비자 받는 조건 준비하는 거 어려워?” 쯔쉬엔이 물었다. “아니! 하나도 안 어려워! 그냥 줄 서서 선착순 번호표만 받으면 한국 입장이 가능한 거야.”  요리조리 생각하던 쯔쉬엔은 갑자기 말했다.

“어? 그럼 나도 너랑 같이 갈래!”

“뭐라고? 너 미쳤어?”

95년 생 장쯔쉬엔. 그는 대만 타이베이시(台北市) 옆 타오위엔 국제공항이 있는 타오위엔현(桃園縣)의 한 가정에서 1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타오위엔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타이베이 소재의 한 4년제 대학에서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10개월을 일한 첫 직장을 그만두고 쉬는 중이었다.

(1) ‘귀신의 섬(鬼島)’을 탈출하자

쯔쉬엔 스스로도 이렇게 빨리 결정할 수 있었다는 데에 놀랐지만, 사실 쯔쉬엔의 상황을 보면 그렇게 큰 결정도 아니었다. 쯔쉬엔은 타이베이에서 자취를 하며 유학까지 한 셈이었지만, 청년실업이 심각한 대만에서 그의 4년제 경제학과 졸업장은 의미가 없었다.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없지만 어쨌든 돈은 벌어야 했던 그는 집 근처에 새로 오픈하는 한 프랜차이즈 도넛 매장에 직원으로 들어갔다. 스스로를 워커홀릭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는 쯔쉬엔은 반 년 만에 점장 자리를 제안받았다. 그러나 쯔쉬엔은 ‘더 미래가 있는 직장’을 잡고 싶었다. 결국 고민 끝에 쯔쉬엔은 점장 제의를 거절하고 프렌차이즈 도넛 가게를 그만두었다.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직장을 찾아 여러 군데 면접도 보았지만, 쯔쉬엔이 할 수 있는 것은 도넛 가게와 비슷한 서비스직뿐이었다. 

한국, 홍콩, 싱가포르와 함께 아시아의 네 마리 용으로 불리며 중소기업 위주의 안정된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잘나가던” 대만은 90년대 이후 세계 경제가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중국의 부상과 신자유주의 물결의 여파로 2000년 대부터 정체되기 시작했다(조준현, 2017). 고부가가치 산업을 쫓아가지 못한 대만의 중소기업은 쯔쉬엔과 같은 고학력자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대만 사회의 높은 대학 진학률은 청년들을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중국으로 대만의 산업과 자본이 빠지고, 불안정하고 질 낮은 단순 서비스직이 남은 대만에서 고학력자가 만족할 수 있는 “괜찮은 일”은 찾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고학력일수록 실업률이 높아졌으며[5], 대만의 청년 실업률은 2019년 13%에 육박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쯔쉬엔처럼 대학을 졸업한 여성들은 대졸자 남성보다 이러한 서비스직으로 유입되기 쉬웠다[6]. 당장 쯔쉬엔의 단짝 친구 위에팅 역시 대학에서 행정학과를 졸업했지만, 백화점에서 판매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5] 대만통계청 (National Statistics Republic of China (Taiwan)) ,2019년 10월 기준.
[6] 조준현(2017)은 대만에서는 남성 노동자의 실업률이 여성 노동자보다 높은 이유가 여성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저임금 단순노동직의 수요는 많으나 고숙련 기술직의 수요는 적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쯔쉬엔의 아버지는 쯔쉬엔의 첫 월급을 보고 “아빠가 너 나이 때 받던 것과 비슷하구나.”라고 말씀하셨다. “아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쯔쉬엔은 너무 답답했다. 20여년간 대졸자의 급여가 오르지 않자 대만에서는 쯔쉬엔의 또래 세대를 “22K 세대[7]”, 즉 “22,000원 (TWD) 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 22K 세대는 대만을  ‘꾸이다오(鬼島)’, 즉 ‘귀신의 섬’이라고 자조하기 시작했다.

[7] 대학 졸업 후 평균 2만2000대만달러(한화 약 80만8720원)에 불과한 임금을 받는다는 뜻에서 불린 말이다. 2017년 기준 대만의 대졸 초임 월평균 임금은 2만5540 대만달러(약 95만3100원)로 집계되고 있다. (참고자료: 아주경제, “[대만에서] 대만 심각한 청년실업은 한국과 동병상련”, (2017.6.15))

‘죽은 자들의 섬이라…’ 쯔쉬엔은 젊은 날을 귀신처럼 보내기 싫었다. 그런 쯔쉬엔의 상황에서 워킹홀리데이는  ‘귀신 섬(鬼島)’을 탈출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다. 쯔쉬엔은 예전부터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온 주변 사람들 이야기를 종종 들어왔지만 이것이 자기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 워킹홀리데이를 가다니… 쯔쉬엔은 이 모든 게 타이밍 덕분이라고 생각했다.

(2) <겨울연가>와 <소녀시대>의 나라에서 살아보기

쯔쉬엔이 아는 한국어라고는 “감사합니다”와 대만에서 한참 유행했던 <별에서 온 그대>에 나오는 “도민준 씨!!”가 전부였지만, 사실 한국은 낯설지 않은 나라였다. 쯔쉬엔이 어렸을 때 쯔쉬엔의 어머니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엄마가 보는 <겨울연가>, <천국의 계단> 등을 같이 보던 기억이 있다. 쯔쉬엔은 일본 드라마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 뒤로도 한국 드라마를 종종 보곤 했다. 중학교 때는 대만에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슈퍼주니어>의 “Sorry Sorry”나 <소녀시대>의 노래를 친구들이 부르고 있는 것을 들으며 지냈다. 어떤 친구는 K-pop 아이돌의 팬이 되어 그 가수들이 대만에 올 때마다 가기도 했지만, 쯔쉬엔은 그 정도는 아니었다.  

쯔쉬엔은 이미 대학교 1학년이 끝나는 여름방학[8] 때 친구들과 자유여행으로 한국에 온 적이 있었다. 서울은 타이베이와 비슷하면서도 생각보다 현대화되었으며, 교통, 통신 인프라가 잘 되어 있어 젊은 여성들이 여행하기 좋은 곳이었다. 여행에서 꽤 괜찮았던 기억이 나자, 쯔쉬엔은 서울이 1년 살기에도 괜찮아 보였다고 생각했다.

[8] 대만의 학년은 9월에 시작해서 이듬해 6월에 끝난다.

(3) 이렇게나 쉬운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

주타이베이 한국대표부 사이트에 들어가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에 필요한 자료를 준비하면서 쯔쉬엔은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 조건이 일본, 캐나다와 같은 다른 나라보다 훨씬 쉽다고 생각했다. 한국은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을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는 그저 미화 3,000달러 이상의 은행 잔고 증명서, 여권, 사진, 보험, 건강증명서 등으로 신분증명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어로 자기소개와 활동 계획서를 쓰고, 2차로 면접까지 있는 일본 워킹홀리데이와 신청 인원이 많아 뽑히기 어렵다고 들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에 비하면 한국 워킹홀리데이의 활동 계획서는 “중국어와 한국어 어떤 언어로 작성하든지 상관없었다. “보니까 이거 내용 얼마나 잘 썼는지 반영되지 않고 형식적으로 내는 것 같아.” 친구 위에팅이 아주 간단하다는 듯이 말했다.

드디어 2019년 1월, 비자 신청 하루 전날이 되었다. 쯔쉬엔과 위에팅은 주타이베이 대한민국 대표부 앞에서 꼴딱 밤을 새워야 하므로 둘은 심야 영화를 한 편 봐도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밤 11시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주타이베이 대한민국 대표부 앞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길게 줄을 서 있었다. 둘은 걱정되는 마음에 심야 영화를 포기하고 줄을 서기로 했다. 

“꼭 콘서트 장 표를 구하러 온 것 같아!”  

K-pop 아이돌 행사에 가본 적이 있는 위에팅이 다리에 담요를 둘둘 두르며 말했다.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많은 사람들과 아무렇지 않게 밖에서 밤을 새우다니…!’ 건물 뒤쪽으로는 잠잠하게 자고 있는 Taipei 101 빌딩이 보였다. 101 빌딩의 불꽃을 보며 새해맞이(跨年)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쯔쉬엔은 새로운 경험을 맞이한다는 기대감으로 밤을 새웠고, 무사히 한국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발급받았다.

(4) 쯔쉬엔의 한국행

 “언니 나 간다~ 나 있을 때 한국 놀러 와!!” 

공항으로 가는 길에 쯔쉬엔은 사촌 언니에게 라인 메시지(Line)를 보냈다. 

“나 애 때문에 가고 싶어도 못 가 흑흑 결혼하면 끝이니까 결혼하기 전에 마음껏 즐기고 와.”      

긴장과 두려움으로 가득 찼던 쯔쉬엔은 자신의 선택에 다시 한번 힘을 실으며, 비행기 창문 밖 멀어져 가는 대만 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음 2편에서는 본격 쯔쉬엔의 한국 워킹홀리데이 생활기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참고 문헌

  • 김현미(2010). “글로벌 신자유주의 경제질서와 이동하는 여성들”, 『여성과 평화』, 제 5집, 121-142.
  • 조준현(2017). “차이잉원 정부 출범 이후 중국의 대대만 경제압박과 대만경제의 영향”, 『대만연구』제 11집, 31-57.
  • Fion(2018) ,『她們的韓國夢-打工度假的美好與幻滅』, 時報文化.
  • 아주경제, “[대만에서] 대만 심각한 청년실업은 한국과 동병상련”, (2017.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