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wd vol.2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기획의 변

⛄️ 미현

오늘날 ‘정상가족’은 매우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가족 구성이 다양해지고, 결혼과 출산이 선택이 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으며 ‘혼자 살기도 각박한 세상’ 속에서 가족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답을 주저하거나 관심이 없다고 응답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결혼이 영원한 행복과 안정을 가져온다는 믿음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이혼과 동거가 더욱 손쉬운 선택이 되어간다. 동성 결혼 법제화나 시민결합이 사회적 의제로 등장하면서 이성애 규범성에 균열이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최근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라는 에세이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듯이 낭만적 사랑에 기반하지 않은 대안적 친밀성에 대한 상상력이 커져가고 있다. ‘퀴어한’ 가족의 등장은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흐릿하게 만드는 듯하다.

그렇지만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음을 낙관하기에 현실은 다소 복잡하다. 한국 사회의 발전과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불가분의 관계이다. 급격한 경제 발전 과정에서 국가와 기업의 수장은 아버지로 묘사되었고, 사회 조직은 가족주의를 강화하며 착취를 자행했다. 실제로 가족은 여성 착취를 통해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완충지이자 유일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기도 했다[1]. 한때 유행했던 수저론은, 개인이 계급을 뛰어넘는 것이 불가능한 위험 사회에서 가족만이 ‘성공’과 삶의 안락함을 보장하는 유일한 통로로 간주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경제적 맥락 속에서 강화되어온 가족이 지녀왔던 의미와 역할은 무엇이었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가족과 사회가 맺고 있는 복잡한 선들을 어떻게 풀고 다시 엮을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 미셸 바렛은 『반사회적 가족』에서 가족 그 자체에 대한 이데올로기인  가족중심주의(familism)와 가족 가치를 모델로 한 사회적 현상을 강화하는 가족주의(familialism)을 구분한다.

기획의 전반부는 이러한 논의를 증폭시키기 위해 대안적인 가족 구성권을 마주했을 때 떠오르는 고민을 전개한다. 싱두는 <비혼 ‘들’ , 어떻게 같고 다른가>를 통해 한국 사회에서 등장한 비혼 논의의 계보를 정리한다. 김보영의 <비혼여성의 비혼돌봄기>는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혼을 선언한 ‘딸’이 주요 돌봄 제공자가 될 때, 비혼이 지니게 되는 의미를 고민한다. 한편 나루는 ‘남성 페미니스트’들의 논의 속에서 가족이 부차적으로 다뤄지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며, 한국 남성 페미니스트의 고민의 지점을 ‘가족’에 대한 비판으로 옮겨갈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김수연의 글은 대안적 친밀성이란 무엇인지 고민을 던진다.  장애여성의 결혼/자립에 대한 논의를 통해 소수자성이 교차할 때 ‘정상가족’을 넘어선 대안적 친밀성이란 무엇이 될 수 있을지 탐색한다.

한편 기획의 후반부에서는 현대사회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가족중심주의를 조망한다. 국경을 초월한 결혼이 증가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의 발전은 재생산을 둘러싼 지형을 흔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가족 담론은 ‘정상가족’의 의미를 다시 쓰고 있다. 여성들은 이러한 지형의 변화 속에서 기술 발전의 수혜와 착취를 동시에 겪는다. 상상의 <대리모는 ‘정상가족’을 어떻게 변주하는가>는 이러한 지점에서 기술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를 조망한다. 상상의 글은 한국 사회에서 ‘대리모’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해진 지금 여기에서 ‘대리모’를 둘러싼 다양한 담론 중 특히 정상가족과 관련한 주제에 주목하여 기존의 대리모와 관련한 학술적인 논의들을 검토할 예정이다. 한편 낑깡과 강물은 ‘글로벌 모성’의 주체로 거듭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을 만났다. <결혼이주여성과 ‘글로벌 모성’ 프로젝트>에서 낑깡과 강물은 “결혼이주여성은 제도 안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받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현재 실행되고 있는 ‘이중언어교육’ 지원 제도를 ‘글로벌 모성’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비판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페미니스트들에게 가족은 ‘즐거운 나의 집’이 아니라 여성의 부불 노동을 전제로 이루어진 착취의 공간이자, 강간과 폭력이 자행되면서도 ‘집안일’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문제적인 공간이었다. 하지만 가족은 없앨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다.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엘리자베스 벡은 ‘가족 이후에 오는 것 또한 가족이다’라고 대답한다[2]. 다만 이전의 가족과 다른 역할과 모습을 지녔을 뿐이다. 엘리자베스 백의 논의 이후에도 가족, 특히 ‘정상가족’에 대해 다양한 비판이 가해졌고 원자화된 개인의 삶을 넘어서 대안적인 가족의 모습과 새로운 친밀성이 무엇인지 모색하는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다. Fwd의 두 번째 기획이 이러한 논의를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2] Fwd의 두번째 기획의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라는 엘리자베스 벡-게른스하임의 저서에서 제목을 차용했다. 벡은 전통적인 가족의 약화 이후 프로젝트화된 가족과 개인의 불안정성의 증가를 그려냈다. 하지만 본 기획은 이러한 벡의 논의와는 결을 달리한다.


참고문헌

  • 김하나 · 황선우(2019).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서울: 위즈덤하우스.
  • Barrett, Michele · McIntosh, Mary(1982). The anti-social family, London :Verso, 김혜경 · 배은경 옮김(2019), 『반사회적 가족』, 서울:나름북스.
  • Beck-Gernsheim, Elisabeth(2000). Was kommt nach der Familie?, Munich:C.H.Beck, 박은주 옮김(2005),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 서울:새물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