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고파 너의 오빠”: 어떻게 ‘오빠’는 상품이 되었는가

👻 보라돌이/🌙 상상 / ⚓️ 오온

지난 글(원문 보기)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오빠’라고 칭해지는 한국인 남성 가이드를 빌려주는 ‘오빠 투어’ 서비스를 들여다보면서 고유명사화된 ‘오빠(Oppa)’의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 그리고 초국적으로 통용되는 ‘오빠’의 의미란 1) 한국 남성 아이돌로 대표되는 2) 한국식 연애 매뉴얼을 수행하는 데이트 상대임을 분석했다.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오빠’가 이와 같은 의미를 갖게 되었는지, 어떻게 ‘오빠 투어’와 같은 서비스가 탄생할 만큼 ‘오빠’가 상품성을 가지게 되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겠다.

‘오빠’의 팬 서비스

“되고파, 너의 오빠” – 방탄소년단, 상남자

“오빠라고 치고 너라고 불러도 돼” – 세븐틴, 표정관리

‘오빠부대’나 ‘빠순이’라는 용어를 통해 알 수 있듯 ‘오빠’는 남성 아이돌 스타와 여성 팬 사이의 관계를 지칭하는 대표적인 호칭이다. 그리고 많은 남성 아이돌의 노래 가사에는 자기 자신을 ‘오빠’라고 부르는 1인칭 화자가 등장한다. 이성애 연애 관계를 표현하는 이들 노래에서 화자 ‘오빠’는 노래를 부르는 남성 아이돌과 일치한다고 여겨진다. ‘오빠’는 노래의 청자로 간주되는 ‘너’를 계속해서 연애 상대로 호명하면서 자기 자신을 어필하는데, 여기에서의 ‘너’는 남성 아이돌의 여성 팬을 겨냥한다. 이는 기본적으로 ‘오빠’가 여성 팬이 남성 아이돌을 부를 때 사용하는 대표적인 호칭이기 때문이지만, 보다 심층적으로는 K-POP 팬덤 문화에서 여성 팬과 남성 아이돌의 관계가 이성애 연인 관계의 언어를 차용하는 방식으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일례로 남성 아이돌이 군 복무를 위해 잠시 활동을 멈추거나 해외 활동을 위해 국내 활동에 공백이 생길 때 팬미팅이나 콘서트에서 팬들에게 “바람피우지 마”라고 말하면서 그 동안 ‘탈덕’하지 말라고 당부하는 것을 들 수 있다. 배타적인 연인 관계를 떠오르게 하는 이러한 멘트는 아이돌과 팬이 면대면으로 가깝게 만나는 자리인 팬 사인회에서 1:1 대화 및 가벼운 접촉으로까지 확장된다. 팬의 안녕을 걱정하며 다정한 말을 하거나, 팬에게 애교를 부리거나, 팬과 손깍지를 하거나, 팬의 흐트러진 머리를 정돈해 주는 등이다. ‘팬 서비스’라고 통칭되는 이러한 행동들은 아이돌 ‘오빠’와 팬덤 사이의 친밀성과 유대감을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연애 매뉴얼을 적극적으로 참조하면서 구성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렇게 한국 남성 아이돌이 팬 서비스 차원에서 수행하는 한국식 연애 매뉴얼은 K-POP의 팬덤 문화가 한류를 타고 한국을 넘어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오빠’의 초국적인 의미를 형성하게 되었다. 아이돌 ‘오빠’는 여성 팬들을 향해 한국식 연애 매뉴얼을 상연하면서 팬과의 친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해외 팬들은 거꾸로 ‘오빠’의 의미를 구성하는 요소로서 한국식 연애 매뉴얼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결국 ‘오빠 투어’를 통해 유추해 본 ‘데이트 상대로서의 오빠’라는 의미는 한국 남성 아이돌이 여성 팬들 앞에서 수행하는 ‘팬 서비스’를 통해 구성된 것이며, ‘오빠’의 의미가 초국적으로 통용되게 된 데에는 한류의 영향이 주요했다고 할 수 있다. 

서비스 제공자 ‘오빠’

한편 ‘오빠 투어’ 서비스가 명백하게 데이트 형식을 참조하면서 친밀성을 거래하고 있기에, 일종의 유사 성매매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오빠 투어’의 ‘오빠’들은 ‘오빠 투어’와 성매매의 유사성을 강하게 부정한다(영상 보기). 한 인터뷰에서는 “[오빠 투어가] 투어를 빙자한 데이트 아니냐”라는 질문에 [오빠 투어에서 오빠와 고객의 관계는] “그냥 편한 로컬 친구나 편한 오빠 동생” 같은 관계일 뿐, 데이트 관계는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기사 보기). <Oh My Oppa> 홈페이지는 ‘오빠’와 고객이 술을 함께 마신다거나, 손을 잡거나 입을 맞추는 등의 스킨십을 한다거나, 서비스 이후 핸드폰 번호를 교환하는 등의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빠 투어’의 정체는 무엇인가? 데이트를 하지만 데이트는 아니라는 것일까? 어쩌면 ‘데이트를 하지만 데이트는 아닌’ 이 서비스의 모순적인 정체성은 ‘오빠’의 의미가 K-POP 아이돌 팬덤 문화를 경유해 형성되었기에 도출된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K-POP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남성 아이돌과 여성 팬의 관계는 어떤 면에서 ‘연애하지만 연인은 아닌’ 사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돌 ‘오빠’는 팬들 앞에서 이성애 연애 매뉴얼을 상연하고, 팬들은 이에 응답하며 애정을 표현한다. ‘오빠’의 애정 표현을 팬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하지만 팬덤은 불특정 다수의 느슨한 집단이기에, ‘오빠’와 여성 팬의 관계는 배타적인 연인 관계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다. 팬덤 내부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행동 중 하나가 ‘오빠’와 특정 팬이 특별히 친분을 쌓거나 나누는 이른바 ‘친목질’이라는 점 역시 이를 방증한다. 3세대 아이돌 산업과 팬덤의 친밀성을 연구한 장지현(2019) 역시 남성 아이돌과 여성 팬 사이에 오가는 언어와 행동이 이성애 로맨티시즘 관계를 연상시키지만, “오히려 엄격하게 계산된 규칙과 상상의 거리를 두고 수행된 행위라는 점에서 그렇지만은 않다”고 분석한다(장지현 2019: 34). 명확히 하자면, 아이돌 ‘오빠’와 여성 팬 사이에서 오가는 로맨틱한 언어와 행동은 이성애 연애를 원본으로 두고 이를 모방하는 ‘가짜 연애’ 혹은 ‘반쪽짜리 연애’가 아니다. 이는 오히려 누군가가 ‘오빠’의 섹슈얼리티를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는 팬덤의 암묵적인 규칙을 통해 아이돌과 팬덤 사이의 상상적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지는 일종의 역할 놀이다. 그리고 한국의 이성애 연애 매뉴얼은 이 놀이에서 활용되는 하나의 각본이다.

게다가 ‘내가 오빠에게 이만큼 돈을 쓴다’는 것으로 아이돌을 향한 애정을 증명하는 팬덤 문화는 ‘돈을 쓴 만큼 오빠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소비 논리로 작동하기도 한다. 특히 팬 사인회의 경우 팬들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금액을 들여 참석하기에, 아이돌에게는 그에 응당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심지어는 당연하다고 여겨진다(장지현 2019: 33). 이러한 맥락에서 ‘오빠’의 다정한 멘트나 스킨십은 아이돌과 팬 사이의 친밀성을 쌓는 놀이임과 동시에 돈을 냈기에 응당 제공받아야 할 서비스가 된다. 결론적으로 ‘오빠 투어’와 같이 여성이 ‘오빠’와의 데이트를 구매하는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게 된 데에는 이러한 소비주의적인 팬덤 문화의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소비를 통해 ‘오빠’의 팬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오빠’가 소비 가능한 하나의 대상으로 의미화된 것이다.

그래서 ‘오빠 투어’의 정체가 뭔데?

사실 ‘오빠 투어’의 기본 전제만을 놓고 본다면 현지 남성이 제공하는 친밀성 서비스를 외국인 여성이 구매하는 것으로, 현지 여성이 제공하는 친밀성 서비스를 외국인 남성이 구매하는 기존 관광 산업의 젠더 관계와는 완전히 상반된다. 그러나 ‘오빠 투어’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남성)와 제공받는 자(여성)의 성별이 뒤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제공자와 서비스 이용자 사이의 젠더 위계 또한 역전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오빠’라는 호칭 자체가 기본적으로 남녀 위계를 상정하기 때문이다. ‘오빠 투어’의 서비스를 판매하는 남성은 ‘오빠’라고 호명되는 이상 자연스럽게 해당 서비스를 구매하는 여성보다 젠더 위계 및 상징적인 차원의 나이 위계에서 우위에 놓인다.

‘오빠 투어’가 그 어떤 성적인 접촉도 금지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만하다. 왜냐하면 기존 관광 산업의 남성 구매자-여성 판매자로 구성된 에스코트 서비스의 핵심은 무엇보다 섹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친밀성 거래의 허용 범위가 확연히 다른 이유는 남성이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구매하는 것과 여성이 남성의 섹슈얼리티를 구매하는 것에 부착된 사회적인 의미가 전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오빠’의 의미에 K-POP 팬덤의 친밀성 놀이 규칙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앞서 살폈듯, 아이돌과 팬덤 사이의 ‘연애’는 ‘오빠’의 섹슈얼리티를 배타적으로 소유/소비하는 것이 금기시됨으로써 ‘오빠’와 ‘나’ 사이의 거리가 확보되었을 때에만 허용된다. ‘오빠 투어’가 겨냥한 바는 결국 이 안전한 거리가 확보된 상태에서 외국인 여성들로 하여금 ‘오빠’와의 관계를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섹스는 애당초 ‘오빠 투어’ 서비스의 고려 대상일 수 없다.

어쨌든 ‘오빠 투어’의 정체가 남성이 여성에게 친밀성을 판매하는 서비스라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오빠’라는 호칭이 함의하는 젠더 위계와, ‘오빠’와 여성 구매자 사이에 확보된 안전한 거리 덕분에 ‘오빠 투어’의 ‘오빠’들은 여성에게 섹슈얼리티를 판매하는 남성이라는 낙인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다. 결론적으로, 한국 남성 아이돌과 그 팬덤이 친밀성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협상된 관계 각본이 한류에 힘입어 예기치 못하게 초국적인 의미와 인기를 획득하면서 ‘오빠 투어’라는 서비스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오빠 투어’의 ‘오빠’들은 아이돌 ‘오빠’들과 같은 ‘한국인 남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뜻밖의 콩고물을 얻는 중이다. 

에필로그: K-특산품 ‘오빠’

photo by. 미현

사진은 대만의 한 편의점에 붙은 한국식 어묵의 광고판이다. “한국의 대표 간식”과 “OPPA(오빠)”라니. 도대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실상을 알아보니 한국의 삼진어묵이 대만에 진출하면서 ‘어묵 오빠(魚板 OPPA)’란 이름을 달게 되었다고 한다. 이제 ‘오빠’가 한국 남성 아이돌 ‘오빠’라는 사람에서 분리되어 식품을 가리키는 데까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아무리 두 눈을 크게 뜨고 찾아봐도 삼진어묵과 ‘오빠’의 공통점은 한국산(?)이라는 점밖에 없다. 이렇게 어묵이 한국산임을 광고하기 위해 ‘오빠’라는 이름이 붙은 것을 보면 ‘오빠’가 한국에서 만들어져 수출되는 상품에 부착되는 상품성의 기호가 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정말이지 ‘오빠’야말로 한국을 대표하는 특산품이 아닐 수 없다.


참고 문헌

  • 장지현 (2019). 3세대 아이돌 산업의 친밀성 구조 – BTS 팬덤을 중심으로 -. 연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