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1. 출근길에 생각하는 것
해가 뜨는 것보다 먼저 눈을 뜬 후 출근 준비를 한다. 아직 밤인 건지, 아침이 된 건지도 모르는 새에 벌써 운동화를 신고 나갈 채비까지 마친다. 회사 가는 버스에 타자마자 나와 같이 새벽녘부터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이 짧게나마 쪽잠이라도 청해보려고 질끈 눈을 감은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자리에 앉아 한숨 돌리고 난 후 나도 잠이나 잘까, 생각했지만 도통 눈이 감기지 않는다. 모두가 잠든 출근길 위에 배경음악처럼 깔린 버스 엔진소리를 들으며 이런저런 생각에 빠진다. 오늘은 출근해서 무슨 일을 하면 될지,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지, 점심 메뉴는 무엇이 될지 등등… 을 고민하다 보니 벌써 회사 앞이다. 입구로 들어가기 전, 그전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을 모두 제쳐두고 매일 마음에 새기는 다짐 하나만을 남긴다. ‘티 내지 말자’. 무엇을 티 내지 말자, 는 것이냐 하면, 참 겸연쩍게도, 하지만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모르게 페미니스트 자아가 돌출되는 순간, 바로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이다.
김현미의 책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2023)는 여성들의 일 경험 내러티브 속에서 이 같은 페미니스트 모먼트와 남성 중심적 노동문화 사이의 긴장을 포착하고, 그로 인해 여성들이 일터에서 겪는 딜레마와 좌절의 순간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그 안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이 어떤 전략을 선택하는지도 여러 측면에서 다루고 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일터로 진입하려는 여성들은 특정한 불안정성의 경험을 공유하고, 진입 이후에 남성 중심적인 조직 문화 속에서 성별화된 정체성과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생존 가능성을 높이며, 결국 파편화된 전략을 선택하여 자리를 지키려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페미니스트 자아를 드러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일터는 때로 페미니스트 자아와 분리될 수 없음에도 말이다(302).
분리될 수 없지만 분열할 수밖에 없는 일터에서 페미니스트이자 일하는 여성인 나는, 그리고 많은 여성은 답 없는 고민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봉착한다. 출근길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처음 읽기 시작한 건 그런 고민과 문제에 대한 작은 해답이라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래서 발견했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출근길에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숨길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런 면에서 한껏 긴장된 상태로 버스에서 내려 일터로 향한다.
2. 일터에서 고민하는 것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고 회사 이메일함을 확인한다. 답장할 것이 있으면 하고, 여기저기서 참고용으로 공유해준 자료를 찬찬히 살핀다. 그 중 [설문조사] 타이틀을 건 메일이 눈에 들어온다. 열어보니 입사 프로세스에 관한 피드백을 달라는 것이었다. 한 전형에 드는 기간이 너무 길지는 않았는지, 면접 전형에서 직무 역량과 관련 없는 질문을 받았는지 등을 묻기에 답은 쉽게 체크했는데, 전형 자체의 경험이 먼저 기억나기보다는 그를 준비하던 시기의 기억이 더욱 생생히 떠올랐다. 예를 들면, 면접 예상 질문을 모아둔 사이트에는 “만약 직장 동료가 성희롱 발언을 하는 것을 직접 경험/목격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같은 질문이 면접자의 문제 대처 능력을 확인하는 질문으로 제시되어 있었다.
이에 대한 모범 답안은 “사내 절차에 따라 문제를 해결한다(직속 상사에게 먼저 문제를 공유하고, 이후에는 정해진 절차대로 따른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여전히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을 유관 기관 또는 조직에 신고하는 비율이 매우 낮다.[1] 특히 여성과 비정규직은 직장 내 성범죄에 노출될 확률이 높으며, 조직 내 젠더 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보유한 회사가 한국에 많지도 않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고, 따라서 성평등한 일터 문화로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내가, 만약 실제로 면접에서 위의 질문을 받아 알고 믿는 그대로 대답했다면 아마 면접에서 떨어졌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니 아침부터 머리가 지끈거렸다.
[1] 최재호(2023년 9월 4일). ““거절만으로 중단 안돼”…여성 3명중 1명 직장 내 성희롱 경험”. 동아일보
설문조사를 끝낸 후 커피 한잔을 내려 자리로 돌아오니 다른 팀원들이 출근해 있다. 한 팀원이 지난 주말에 여행을 다녀왔다며 기념품으로 사 온 과자를 같이 먹자고 한다. 커피와 함께 과자를 먹으며 짧게나마 대화를 나누면서, 그 짧은 시간 동안 수없이 오고 가는 동료들 간의 외모 평가를 잠자코 듣고 앉아있었다. 누구는 살이 많이 빠졌네, 누구는 보고회에 어떤 옷을 입고 왔다더라, ㅇㅇ님은 살 좀 빼는 게 좋겠어요 등등. 이런 대화에 혹시나 본성을 숨기지 못하고 뭐라도 한 마디 얹을까 봐 더욱 긴장한다. 뜨거운 커피를 연신 들이켜 아예 입을 비우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굳건히 믿고 있으나 그 ‘정체’가 탄로 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284). 출근길에서부터 마음에 새겼던 ‘페미니스트 모먼트 들키지 않기’가 그렇게 오늘도 성공했다. 작은 뿌듯함 같은 걸 느끼는 순간이 싫다.
김현미는 일터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와 페미니스트 자아가 빨리 털어내야 할 짐 또는 “과거의 수치”처럼 취급된다고 분석한다(282). 분명 나와 비슷한 여성들은 페미니스트가 되는 과정에서 많은 시간, 감정, 돈, 지성을 투여했지만, 그 모든 노력은 일터에서 쓸모가 없어지곤 한다. 오히려 그것이 약점으로 인식되어 조직 내에서 좀 다른 사람, ‘유별난’ 사람으로 인지될 소지가 다분해질 뿐이다. 나는 페미니즘적으로 불편한 대화 상황을 적당히 회피함으로써 스스로를 지키는 선택을 했다. 이는 마치 나의 페미니스트 자아를 순간 스스로 부정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여 마음 한편이 씁쓸해졌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마음속으로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이 상황에 한 마디를 덧붙이는 게 성평등한 조직문화에는 훨씬 더 기여하는 것인데. 그런 역할을 페미니스트인 내가 해야 하는 것일 텐데. 실천하지 못한 공허한 혼잣말은 곧 삼켜진다.
이러한 상황이 비슷하게 불편한 어떤 이들은 적극적인 동화를 선택하기도 하는데, 자신이 조직의 일상 문화에 낯설어하거나, 놀라거나, 소속되지 않는다고 느끼거나, 어울리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면 너무 괴로워서 그렇게 한다(272). 무엇보다 이렇게 동화되어야만 경력 발전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이를 자발적 선택이라고만 말하기가 어렵다(273). 나의 회피도, 누군가가 적극적으로 동화되기를 선택하는 것도 그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는, 남성 중심적 조직문화가 구조로 자리 잡은 일터에서 그에 비판적으로 접근하는 페미니즘적 관점을 드러내는 것이 개인의 성공에 기여하지 못하며, 오히려 구조에 순응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조직에서의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3. 파편임을 절감하는 것
바쁘게 오전 업무를 처리하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됐다. 오후에는 프로젝트 회의가 있어 식사하고 조금 쉰 다음 회의 자료를 준비한다. 회의가 시작되고 서로 준비한 자료를 공유하고 설명한다. 그에 집중하는 시간도 있지만, 회의가 늘 일 이야기로만 돌아가지는 않는다. 중간중간 적당히 스몰 토크를 나눠야 집중력이 올라가는 편이다. 그런 스몰 토크에서 조직 내 여성 관리자, 임원에 관한 에피소드는 꽤 자주 등장한다. 인사고과 체계 상 오랫동안 육아휴직 기간을 가진 여성이 회사 복귀 후에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이야기는 안타깝게도 그나마 나은데, 당연한 기회이지만 이조차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둔 후 소위 ‘경력단절여성’이 되는 워킹맘의 이야기가 아직도 사회에 만연하기 때문이다.[2]
여성에게 떠넘겨지는 돌봄의 기획자 역할은 일터에서의 위치와 상관없이 일하는 여성을 자주, 때때로, 불현듯 일을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하고(240), 남녀임금격차가 OECD 국가 중 1위인 현실[3]에서 이 강박적 사고가 쉽게 실천으로 옮겨지는 건 오히려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어버린다. ‘경력단절’이라는 표현마저 이제는 불충분한 것이, 많은 여성들이 이러한 이유로 퇴사한 후 기존에 자신이 갖고 있던 전문성, 경력과는 상관없는 일자리로 재취업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금노동을 결혼이나 엄마 되기 같은 여성의 다른 존재성과 병행할 수 없다는 젠더 각본은 하나의 사회적 공모 체제로 자리 잡아(244) 여성들의 경력 발전이나 일터에서의 자아실현을 크게 방해하고 있다.
[2] 통계청의 『202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기혼여성의 고용현황』에 따르면 15~54세 기혼여성 789만 3,000명 중 경력단절여성은 134만 9,000명으로 전년동기대비 4만 8,000명 감소했으나, 비율로는 여전히 기혼여성 5명 중 1명이 경력단절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윤희(2023년 11월 19일). “기혼여성 5명 중 1명은 경력단절…상반기 134.9만 명”. 데이터솜
[3] 황민주(2024년 4월 9일). “여성 임금근로자 ‘역대 최대’지만…남녀 임금 격차 OECD 1위”. 국민일보
많은 일하는 여성들은 이 같은 현실에 같은 여성으로서 지극히 공감하여 그를 노동 구조나 문화를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힘으로 활용하기 보다는, 파편화되고 동시에 성별화된 생존 전략을 선택함으로써 개별적인 성장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앞서 언급한 ‘유별난’ 존재로 인식되는 것이 두려운 마음도 있고, 그러한 방식이 이미 이들에게 훨씬 익숙해져 있다. 여성들은 그들 자신을 구조적 불평등의 간파자 혹은 피해자로 정의하는 것에서 ‘답’을 찾지 못한 대신 자유주의가 강조하는 자기 책임의 윤리에 매료되었다(299). 임신, 출산, 육아를 거쳐 커리어가 단절되는 사례를 자주 전해 들었다면 그를 한참 뒤로 미루거나 아예 아이를 낳지 않기로(혹은 위의 사건들에 보편적으로 선행되는 결혼을 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이 쉬운 방법의 하나이고, 이 이후로 경력 단절은 ‘나’의 삶에서 비교적 멀어질 수 있다.
한편에서는 임신과 출산을 선택한 것은 여성들이므로 그 책임을 개별 여성이 져야 한다는, 그러니까 “애 키우는 걸로 회사와 직장 동료들에게 민폐 끼치면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구조의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일하는 여성 개인의 선택과 책임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 조직 내에서의 개인화된 능력주의 서사는 강화된다. 개인화된 능력주의 서사란 자유로이 ‘선택’하여 자신을 스스로 재창조하는 여성 개인을 찬미하고 그들의 직업적 성공을 ‘성차별 극복’으로 칭송하는 것을 의미하며(80), 아이를 낳은 뒤에도 살림, 육아와 회사 생활을 완벽하게 병행하여 능력을 인정받는 슈퍼우먼 서사의 주인공이 성평등한 조직 문화의 증거처럼 언급되는 것이 그 예이다. 혹은 남성 대표자 일색이던 조직에 여러 이유로 여성 임원이 등장하면, 언론 매체 등에서 오로지 자신의 능력으로 유리 천장을 깨부수고 조직에 새로운 바람(女風)을 불어온 사람으로 그를 대서특필하는 경우도 있다.[4] 이들의 성공은 성별 권력관계를 해체한 것으로 쉽게 번역되지만, 이 같은 의미의 성공은 소수자에게만 돌아가는 지위이므로 일터 내 평등을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채택되기 어렵다(80).
[4] 이효정(2024년 3월 27일). “금융지주 이사회 여풍 세졌다”. 아이뉴스24
이제 다시 일 이야기로 돌아와야 할 시간이다. 집중력이 살짝 올라간 상태로 회의를 재개한다. 일하는 것 자체는 재밌다(아직은?). 이 프로젝트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궁금하고, 그 성과로 나의 일하는 능력을 인정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조사하고 정리한 내용이나 내놓은 의견이 큰 공감을 얻을 땐 소소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 개인적으로 나름 만족스러웠던 프로젝트 회의를 끝내고 나오는 길에, 성평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받는다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한다. 내가 일이 재밌고, 그 덕분에 다행히 일을 잘하더라도 만약 나의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숨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더라도 나는 온전히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여성인 ‘내’가 잘하는 것이 “조직 내 성차별은 없다”로 너무나 쉽게 이어지지는 않을까? 아직 1년도 채 다니지 않은 직장이지만, 이런 고민을 하는 사람이 이 회사에서 나밖에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일을 좋아하는 마음과 일터에서 페미니스트로서 느끼는 일말의 불안, 외로움 속에서 나는 오늘도 적잖은 시간을 보낸다(205).
4. ‘여전히’ 희망하는 것
하루가 짧게 느껴지는 날은 꽤 바빴던 날이다. 늘 바쁘지는 않지만 중요한 보고가 있거나 마감이 다가오는 시기에는 정말 정신이 없다.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어 근태 시간을 입력하고, 남아있는 팀원들에게 인사를 한 후 엘리베이터를 탄다.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운 좋게 빈자리를 발견해 앉은 다음 출근길에 다 읽지 못한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를 펼친다. 책 속의 어떤 경험은 지금 나의 상황과 잘 연결되지 않았지만 또 어떤 사례는 혹시 내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익숙해서, 회사 안에서 느꼈던 외로움이 책을 읽음으로써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일과 시간에 틈틈이 했던 생각을 적확하게 해석해 주는 문장과 마주했을 때는 속으로 조용히 깨달음의 박수를 쳤다.
이 글은 그 깨달음의 순간을 부분적으로 가져와 썼다. 페미니스트 모먼트를 일터에서 숨겨야 할 주요한 ‘흠결’ 중 하나로 생각하고, 그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나의 능력이 인정받기를 바라는 일터에서의 시간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었다. 불편한 발언이 종종 들려오는 사무실에서 개별적으로 고군분투하여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하는 주변 여성 동료들의 상황도 더 다양한 방면에서 이해해 보고자 했다. 이렇게 성찰하고 이해하고 싶은 마음은 분명 나의 페미니스트 자아로부터 뻗어 나온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그를 숨기는 데 급급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언젠가 그러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가급적 그때가 빠르게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니까,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먹고, 대화하며 동료들과 서로의 자아를 투영하고 도전하는 공적 장소인 일터에서(205), 나는 ‘여전히’ 페미니스트이고 싶다.
때를 기다린다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로 책의 말미에 다다랐을 때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의견을 내더라도 미움받지 않을 수 있는 때, 설명 고립감에 시달리더라도 당당해질 수 있는 때, 내 관점에 동의하는 동료들이 함께하는 때, 그때가 오기를 기다린다. 하지만 기다리는 사이 우리는 때를 놓친다.”(290) 머리를 세게 맞은 느낌이 들었지만 여전히 불안하고 망설여졌다. 이런 마음이 들 것이라고 예상한 것인지, 저자인 김현미는 반복해서 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었다. 일터의 성 불평등이 현재 진행형일 때, 그곳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과거, 현재, 미래로서 존재하는 여성 동료들의 조건에 대해 맥락적인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며 그 차이들을 언어화하고 공동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뿐만 아니라(205), 홀로 흠결 없음을 추구하는 데서 벗어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하고 해결하는 관계적 자아로 이동해야 한다(300). 페미니즘은 개인 역량에 기반한 권리와 지위 획득을 옹호하기보다는 구조적 해결책을 모색하는 ‘합의’를 만들어가는 운동이기 때문이다(299). 그의 당부에 나는 얼마나 부응할 수 있을까. 일단은 내일 출근길에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작은 것들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내일부터는 일터에서 조금이라도 더 페미니스트일 수 있기를 바라며,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약간은 결연한 마음으로 책을 덮는다.
참고 문헌
- 김현미(2023).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서울: 봄알람.
- 이효정(2024년 3월 27일). “금융지주 이사회 여풍 세졌다”. 아이뉴스24
- 장윤희(2023년 11월 19일). “기혼여성 5명 중 1명은 경력단절…상반기 134.9만명”. 데이터솜
- 최재호(2023년 9월 4일). ““거절만으로 중단 안돼”…여성 3명중 1명 직장 내 성희롱 경험”. 동아일보
- 황민주(2024년 4월 9일). “여성 임금근로자 ‘역대 최대’지만…남녀 임금 격차 OECD 1위”.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