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코부터 제로웨이스트까지: 페미니스트들의 불매 실천과 동인으로서의 죄책감 

최예령

들어가며: 페미니즘의 행방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 2010년대 후반, 20대 여성의 절반을 페미니스트로 변모시켰던 일련의 페미니즘 운동들은 어디로 갔는가? ‘페미니즘 리부트’라 불리는 거대했던 흐름의 영향력은 형체 없이 소멸했는가? 만일 그렇지 않다면, 페미니즘 리부트의 세례를 받아 페미니스트가 된 여성들은 집회·시위가 없는 일상에서 어떻게 페미니스트 실천을 지속하는가? 본 칼럼은 위의 질문에서 ‘어떻게’를 두 가지로 나누어 탐구한다. 첫 번째로는 실천의 ‘방식’으로서 소비의 차원에서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로서 어떤 실천을 하고 있으며, 그것에 어떤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는지를 질문한다. 다음으로는 이런 실천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지’를 묻는다. 운동의 이상에 맞추어 몸에 익은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은 가치관을 바꾸는 것보다 더 오랜 시간과 큰 노력이 드는 실천이다. 두 번째 층위에서는 그런 실천을 지속시키는 다양한 사회적 감정 가운데 죄책감에 대해 다룬다.

한국의 젊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2010년대 중반, 미투 운동부터 불법촬영(‘몰카’) 편파 판결 시위, 탈코르셋 운동 등의 일련의 페미니즘 운동을 지칭하는 페미니즘 리부트를 몸으로 겪어내면서 이전과는 다른 가치관과 삶의 방식을 형성했다(김애라, 2019). 특히 필자는 페미니즘 리부트에 영향을 받은 여성들의 실천이 소비를 둘러싸고 진행된다는 점에 주목했다(최예령·배은경, 2022). 탈코르셋 운동은 화장품의 ‘소비’를 타도했으며 성차별적 기업의 제품에 대해서는 ‘불매’로 온라인 페미니즘 운동의 화력을 유지해 왔다.(오혜진, 2019; 고지현·양세정, 2021). 아울러 필자가 만난 젊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환경주의적 소비를 통해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재확인하기도 하며, 많은 경우 환경주의적 실천이 페미니스트 실천만큼이나 (에코)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소비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은 상시적인 구매의 유혹에 시달린다. 필자는 그 유혹 가운데서도 불매 실천을 지속할 수 있게 해주는 감정으로서 죄책감이 어떻게 생겨나고 지속되는지 주목한다.

페미니스트 공동체 vs 끈질긴 소비 구조의 유혹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거대한 운동의 물결은 수많은 젊은 여성들이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계기가 되었다[1]. 특히 혜화역 시위나 탈코르셋 운동처럼 직접적인 ‘페미니스트 다수’로서의 경험이나 자신의 몸을 구체적이고 획기적으로 바꾸는 경험은 여성들을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오혜진, 2021) 몸으로 탈바꿈시켰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개인적인 경험이라기보다는 집합적인 경험으로서 발화된다. 

한 명이 숏컷 하고 오면 또 누가 다음에 하고 오고, 한 명 하면 또 누가 하고 오고. 그렇게 여대 커뮤니티 내에서 바이럴이 도는 거죠. 해봤는데 진짜 편하더라, 그리고 아침에 준비 시간이 진짜 줄어들고. 머리에 우리가 너무 많은 시간을 쏟지 않냐, 이런 얘기도 하고. 이게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일 수도 있겠지만 동기부여나 용기를 주는 양면이 같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숏컷했을 때 너 실연당했어? 무슨 일 있어? 이렇게 묻지 않는 공동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고. (혜진)

많은 연구 참여자에게 탈코르셋 경험은 열병 같은 것으로 회상된다. 이들을 휩쓸고 다닌 것은 입소문뿐 아니라 친구의 외양에서 나타나는 확실한 변화였다. 또래 여성들이 갑자기 전부 머리를 밀고 나타나는 것은 “하나의 스펙터클”(혜진)이었으며, “갑자기 엄청나게 하던 화장을 안 하고 오고, 남성들이 놀라는”(혜진) 광경은 학교 커뮤니티에 업로드되는 ‘탈코 인증’ 사진 등과 함께 거대한 시각적 즐거움을 자아냈다. 탈코르셋은 숏컷과 노메이크업이라는 물리적 표식을 통해 탈코르셋의 열풍을 물리적으로 체감하게 했다. 자기 몸에서 가까운 것들로부터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경험한 여성들은 몸에 부착된 다양한 소비재를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은 여전히 자신들을 향한 마케팅이 넘쳐나는 세계를 살고 있다. 연구자는 소비를 욕망하게끔 고안된 물리적 공간에서 여성들이 탈코르셋 이후에도 어떤 방식으로, 직간접적으로 꾸밈과 관련된 물품에 유혹되는지를 드럭스토어 참여 관찰을 통해 살펴보았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총 6개월간 3곳의 올리브영(Olive Young) 점포에서 30건의 참여 관찰을 실시했다. 참여 관찰의 목적은 도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비자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소비자본주의적 정동을 불러일으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드럭스토어는 페미니즘 리부트의 일환이었던 탈코르셋 운동 전까지 2~30대 여성들의 화장품 구매 혹은 탐색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던 공간이었다[2]. 이들의 꾸밈 소비에 드럭스토어가 이렇게 큰 지분을 차지하게 된 데는 “넓고 쾌적하고 산뜻한 느낌”(혜리)을 주는 동시에 “아무도 구매를 강요하지 않는”(태희) 곳이라는 또 다른 마케팅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그 결과 수많은 여성이 이곳을 “일단 보이면 들어갈”(은솔) 정도로 드럭스토어에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그것을 즐겼다. 탈코르셋 운동 이후 많은 여성이 화장품 구매를 자제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드럭스토어 방문을 줄이고 있었는데, 이는 드럭스토어가 “너무 위험한”(미주) 공간으로서 “도박장”(미주)에 비견될 만큼 눈 깜짝할 새에 돈을 쓰게 되는 곳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페미니즘 리부트를 경험한 여성들은 자신이 “빨간약을 먹었다”(김애라, 2019; 오혜진, 2021; 이예진, 2022)고 표현하면서 한번 페미니즘을 알고 실천하게 된 이상, 견고한 여성성의 벽을 깨고 바깥으로 나와본 이후에는 어떻게 해도 그 이전으로는 완전히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꾸어 페미니스트로 남기 위한 실천을 하고 있을까?

페미니스트 불매에서 환경주의적 불매까지

앞서 우리는 드럭스토어가 젊은 여성들에게 얼마나 강력한 유혹의 정동을 불러일으키는지 살펴보았다. 젊은 여성들은 생리대 혹은 샴푸를 사기 위해 방문한 소비자 공간에서 다시 ‘얼마든지 예뻐질 수 있는 환상의 나라’로 회귀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저항을 실천하고 있었는데, 가장 대표적이며 모든 연구 참여자가 보여주는 것이 ‘불매’(boycott) 실천이다. 연구자가 만난 여성들 역시 페미니스트 정의 구현을 목적으로 일상의 전방위적인 국면에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저는 탈코르셋이라는 게 여성의 외모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들에 대항하는 것도 있지만 소비에 대해서, ‘이런 거를 소비해야 하고’. ‘이런 걸 소비하지 않는 여성은 여성다운 여성이 아니다’라는 그런 자본주의와 결합한 성차별적인 구조에 대한 대항으로도 읽힐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탈코르셋 실천이 소비랑 연관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특히 제 삶에서 탈코르셋이 가져온 확실한 변화라고 한다면 소비에요. 소비. (혜진)

꾸밈소비 보이콧을 통해 소비 실천을 바꾸는 것은 여성들에게 단순히 이전보다 덜 사고 안 사는 것 이상의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지닌다. 탈코르셋 이전에는 한 달에 한두 번씩은 드럭스토어를 방문해서 대량으로 구매하고, 올리브영 정기 세일 기간에는 필요한 게 없어도 쇼핑을 했다는 혜진은 탈코르셋 이후에는 드럭스토어를 거의 찾지 않게 되었다. 드럭스토어가 젊은 여성을 겨냥한 뷰티 하우스라는 상징성을 차치해도 화장품 소비의 변화는 핵심적인 탈코르셋 실천으로 인식된다. 그것은 지속되는 실천으로서 숏컷이나 노메이크업을 하지 않는 여성이 여전히 페미니스트라는 증거다.

꾸밈소비 보이콧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젊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소비 실천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소비 자체에 대한 보이콧’이다. 이는 “쓸데없는 것을 사지 않는”(혜수) 것으로, 소비시장 자체가 젊은 여성들을 과도하게 겨냥한다는 문제의식과 함께 이런 소비가 환경에도 해롭다는 에코 페미니스트 시각을 복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여성들은 자신이 구매 충동을 느끼는 것들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필요하지 않은 것임을 자각하고 있었다. ‘정기적으로 구매하는 품목 줄이기’와 ‘사서 다 쓸 때까지 새로 사지 않기’는 탈코르셋과 환경주의의 이상을 모두 만족시키는 원칙으로, 다른 연구 참여자 여성들의 발언에서도 공통으로 등장했다.

민재가 올리브영 등의 드럭스토어를 이용하는 방식 역시 페미니즘과 환경주의의 결합을 잘 보여준다. 쓸데없는 것이나 의류를 소비하지 않는 것 이외에도 일상에서 ‘플라스틱 불매하기’가 이들의 환경주의적 불매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하영은 친구들과 있을 때도 모든 일회용품을 거부하는 실천을 하고 있었는데, “저는 일회용품이 너무, 사실 강박적으로 싫어서, 그래서 절대 받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페미니스트 불매와 환경주의적 불매는 완전히 같은 범주는 아니지만, 많은 연구 참여자 여성들에게 환경주의적 불매는 페미니스트 불매의 윤리적 확장이다. 페미니스트 불매가 화장품·옷·성형 등 여성화된 소비에 대한 거부라면, 환경주의적 불매는 ‘쓸데없는 것은 무엇이든 불매’라는 차원이다.

이런 에코 페미니스트 불매의 대표적인 예가 제로-웨이스트 실천이다. 포장재 없이 내용물만 무게로 달아 파는 생활용품과 친환경·생분해 제품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제로-웨이스트샵의 경우 대대적인 페미니즘 리부트가 있었던 2018년 이후로 그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해서 현재는 서울에 위치한 ‘알맹상점’을 주축으로 전국 제로-웨이스트샵 및 재활용가게 연합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업체만 310곳에 이른다(2023년 4월 기준). 또한 대부분의 제로-웨이스트 샵 운영자가 젊은 페미니스트 여성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김소윤 외, 2022).

페미니스트 실천을 가능케 하는 죄책감이라는 감정

강남역 사건 이후의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경험한 사회적 감정이 분노였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는 점차 피로와 우울을 동반한 번아웃(burnout), 그리고 죄책감으로 바뀌었다. 여성들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운동의 소강기에 운동의 이념을 나름대로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원칙들로 소화해 내려고 하며, 이에 따라 다양한 윤리적, 실천적 강령들이 생겨났다. 죄책감은 이를 위반했을 때 발생한다. 마사 누스바움(2015)은 죄책감이 자기 처벌적 분노이며, 이것이 “자신이 잘못이나 위해를 저질렀다는 인식”(2015:379)에서 생긴다고 지적한다. 여성들은 불필요한 소비에 대한 충동을 느낄 때 죄책감을 통해 환경과 과거·현재·미래 여성들의 권리를 인정하게 되며, 에코 페미니스트로서의 도덕적 요구를 수용하여 자신의 소비 행위를 제한한다.

죄책감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에게 자신이 서 있어야 하는 “선 안”, 즉 공격성의 한계가 어디인지 인식하게 만든다. 페미니스트 불매의 경우 자신이 운동의 선을 위반함으로써 파괴한다고 여겨지는 것은 페미니스트 ‘선’을 지킴으로써 유지되는 페미니스트 공동체의 연대와 결속에 가깝다. 이런 연대감, 혹은 연대의 파괴는 실제적일 수도 있고 상상된 것일 수도 있다. 경은은 올리브영에 친구와 함께 올리브영을 구경 갔던 일화를 회상하며 또래 페미니스트 여성 앞에서 화장품을 구매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던 일화를 털어놓았다. 탈코르셋 운동 이후 화장품 불매는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공유하는 행동강령이 되었고, 따라서 이를 위반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자기 자신을 페미니스트로 인식하게 하는 개인적인 윤리를 위반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를 멈춰 세운 것은 또래 페미니스트와 공유한다고 상상되는 연대가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경은과 동행한 친구는 “강경페미(니스트)”이기는 했지만 다른 (페미니스트) 여성들이 “화장을 아예 안 할 수 없다는 걸” 인지하고 있었으나, 피부 표현용 화장품이나 눈썹 그리는 도구를 넘어서서 눈가에 바르는 반짝이(글리터)는 그 친구가 옆에 있는 상황에서 “사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는 것이다.

페미니스트 공동체의 중요한 실천 중 하나인 환경주의적 실천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소비 충동에 즉각적인 죄책감으로 반응하거나 환경주의적 불매를 실천하지 못했을 경우 죄책감으로 자신을 벌하는 반복적 행위를 통해 페미니스트 여성들은 불매 실천을 지속한다. 진영은 탈코르셋 논리만으로는 쉽사리 줄이기 어려웠던 드럭스토어에서의 화장품 소비를 환경에 대한 죄책감을 통해 줄여가고 있었다. 그는 다 쓴 팩트(피부 표현용 화장품)를 버리다가 드럭스토어에서 파는 화장품이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으며, 재활용도 어렵고, 몇 달 만에 버려야 하는 소모재라는 사실에서 문제의식을 느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기에 변형 없이 “온전하지만, 매번 버려야 하는” 데 죄책감을 느꼈고, 이후로 화장품과 일회용품 소비를 줄이게 되었다. 화장하는 것이 여성에 대한 억압이라고 상상했을 때보다 환경 파괴에 기여했다고 생각했을 때 화장품 소비가 줄어들었다. 이처럼 환경주의적 불매가 페미니스트 불매를 공고히 해주기도 하며 이 두 가지 영역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

죄책감은 또한 창조적일 수 있다. 누스바움은 죄책감이 용서와 공격성의 한계를 인지하고 수용하는 것과 관련이 있으므로 자학적일 정도로 과도하지 않다면 창조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스스로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민재는 고기를 생산하기 위해 동물들에게 성장 촉진제를 먹이고 환경파괴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에코 페미니스트 실천으로서 비거니즘을 추구했다. 그는 대체육 소비를 진지하게 고민했으나 성장기인 자녀가 있어 이를 실천에 옮기지는 못했고, 이 지점에서 죄책감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감정은 그가 다른 방식의 환경주의적 바이콧(buycott)을 추구하게끔 이끌었다.

제가 고기를 끊지를 못해서 나머지는 최대한 비건으로, 선택지가 만약에 일반 제품이 있고 비건 제품이 있으면 최대한 그걸 이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달걀도 협동조합에서 성장 촉진제 먹이지 않은 복지 달걀로 구매하고요, 무농약 농산물도 그렇고요. (민재)

민재에게 “고기를 끊지 못했다”는 감각은 고기를 먹는 대신 다른 방식으로 환경에 끼치는 해를 벌충해야 한다는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이 밖에도 여성들이 자급자족이나 온라인 나눔 등 사고파는 소비 영역의 바깥에서 삶을 영위하는 실험을 해나가는 모습이 죄책감의 정치적인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다.

계속해서, 페미니스트 되기

페미니스트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여성들은 다양한 불매 실천을 해 왔다. 이는 탈코를 주축으로 한 페미니스트 불매부터 제로웨이스트로 대표되는 환경주의적 불매까지 다양하게 관찰된다. 페미니즘 리부트의 경험 이후 자신의 소비 실천을 바꿔내는 것은 매일 지속해 나갈 수 있는 페미니스트 실천으로 여겨지며, 자신의 페미니스트 정체성을 스스로 재확인하고 강화하는 수단이다. 페미니스트 불매가 다양한 전략을 통해 화장품과 꾸밈소비를 거부하는 것이라면, 환경주의적 불매는 소비 전반에 대한 원천적인 성격의 불매다. 불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소비를 거부한다는 대전제 아래 여성들은 일상의 다양한 국면에서 맞닥뜨리는 소비자본주의적 유혹에 기발하게 저항해 왔다.

젊은 페미니스트 여성의 불매 실천 기저에는 무엇이 있는가? 페미니스트 도덕 윤리와 깊은 연관을 맺는 죄책감은 다양한 사회적 감정들 가운데서도 신자유주의 사회에서의 구매 충동이라는 강력한 감정을 제어하는 힘으로, 불매 실천의 가장 직접적이고 확실한 동인이 되어주고 있다. 젊은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불매 실천은 페미니즘 리부트의 지속되는 문화적 영향력과 중장기적인 사회 변화의 증거다. 이들이 집합적으로 경험하는 갈등과 그 뒤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은 페미니즘 리부트 그 자체보다 더 중요한, 페미니즘 리부트가 낳은 새로운 행위자들의 역동과 실천을 추적하고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운동은 금세 사그라들지만, 그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새로운 정체성을 얻은 행위자가 만들어갈 변화는 그때부터가 시작이기 때문이다.


참고 문헌

  • 고지현(2021). “성인지감수성 논란 기업에 대한 소비자 불매행동 분석”. 상명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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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효진(2006). “국내 드럭스토어의 현황과 발전 방향”, 삼성경제연구소.
  • 오혜진(2019). “20대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페미니즘’과 그 의미”.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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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영(2016). “한국형 드럭스토어의 현황 및 브랜드 차별화 전략에 관한 연구”, 『한국디자인문화학회지』, 제 22권 2호, 443-456쪽.
  • 이예진(2022). “페미니스트 실천으로서의 비거니즘 : 고통과 억압에 대한 청년 여성들의 이해를 중심으로”.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 최예령·배은경(2022). “탈코르셋 이후 페미니스트 여성들의 드럭스토어 경험: 정치적 소비주의 실천을 통한 페미니스트 되기”, 『한국여성학』, 제 38집 4호, 83-118쪽.
  • Nussbaum, Martha C.(2004). Hiding from Humanity: Disgust, Shame, and the Law, Princeton, N.J.: Princeton University Press, 조계원 옮김(2015), 『혐오와 수치심: 인간다움을 파괴하는 감정들』, 서울: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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