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경하는 몸의 ‘내일’을 일터에서 고민하기

🐺영경

1. 들어가며

나는 초등학교 고학년 초경을 경험한 이후 줄곧 월경하는 몸으로 살아왔지만, 월경을 유일한 주제로 삼아 골몰한 경험은 없었다. 그러다 심리상담 센터에서의 경험을 통해 월경에 깊이 관심 가지게 되었다. 상담사는 월경전증후군에 대한 관심을 나의 욕구에 앞서 두었고, 나는 그 묘한 불편감을 여성학적 이해로 답하기보다 ‘내가 모르는 나의 월경’을 탐구하는 것으로 풀어내기 시작했다. 그때는 마침 내가 논문 주제를 정하던 시기였고, 월경을 소재로 한 논문을 쓰는 것도 좋겠다 생각하며 월경에 관한 정보들을 찾아나섰다.

다행히도 얼마간 시간이 흐르며 나는 그때의 상담이 문제적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후부터는 월경을 통해 논의하고자 하는 바를 벼려내는 과정을 거쳤다. 당시 내가 주목한 것은 월경 건강과 전신 건강의 연결성, 그리고 그 몸을 움직여 각자만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제도에 관심이 있었기에 그 관심을 정책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지점을 모색하였고, 지도교수님의 제안으로 생리휴가제도에 눈을 돌린다. 때는 2021년 여름으로, 노동자들에게 생리휴가를 지급하지 않은 한 국내 대기업 항공사에 대한 재판 결과가 보도되고 있었다. 나는 뉴스 기사를 검색하는 것에서부터 「근로기준법」상 생리휴가에 대한 정보를 하나씩 모아가기 시작하였다.

다수의 노동자들에게서 생리휴가의 존재와 운영 내용이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는 등 현재 일터에서 생리휴가 제도의 입지는 매우 불분명하지만, 생리휴가에 관한 법령은 1953년 5월 10일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유급의 형태로 이미 포함되어 있었다. 97년 근로기준법 제정 당시에도 유급 형태가 유지되었다. 애초부터 생리휴가는 무급휴가였겠거니 생각되는 경우가 많지만, 생리휴가의 전체 역사를 고려해 본다면 2003년 이루어진 무급화는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할 수 있다.

2. 생리휴가의 입법 목적과 모성보호로부터 분리되어온 월경

생리휴가는 제61조 위생휴가라는 명칭으로 근로기준법의 최초 원안에 담겨, 53년 제59조(사용자는 여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월 1일의 유급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의 내용으로 제정된다. 생리휴가를 월 3일, 유급 형태로 지급한다는 원안의 내용을 둘러싸고 이뤄졌던 여러 논의는 생리휴가가 태생부터 너른 범위의 문제의식을 담고 있었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여성노동자의 모성보호는 물론, 인구 재생산의 문제, 일터에서의 노동자 건강, 보건 안전에 관한 내용까지를 포괄하는 것이다.

제61조(생리휴가) ①사용자는 생리일의 취업이 곤란한 여자 또는 생리일에 유해한 업무에 종사하는 여자가 생리휴가를 청구할 경우에는 월 3일의 유급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 (…)

-제15회 제20호(1953년 2월 2일) 국회정기회의속기록 6P 원안내용 중

생리일이라는 데 있어서는 이 생리 기간에 격한 노동을 할 것 같으면 여러 가지의 폐해가 많이 옵니다. 학교의 여학생이나 또는 우리 적령기에 있는 여자들이 발육 전에 많은 격한 노동을 할 것 같으면 조루라든지 또는 불임증, 여러 가지의 피해가 많기 때문에 (…)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무급으로 한다고 할 것 같으면 도저이 쉬지 않고 그 사람들의 생활면에 있어서 취업하리라고 봅니다. (…) 장차 어머니의 보건을 위해서 이 하로 동안을 쉬게 하지 않을 것 같으면 여러 가지 오는 증상이 많기 때문에 역시 하로는 쉬게 해주십사고 하는 것이 아들의 어머니라는 것을 생각해 주시고, 국민의 어머니라는 것을, 보건을 위해서, 모체의 보호를 위해서 이 하로를 통과시켜 주십사고 하는 것을 요청합니다.

-제 15회 제52호(1953년 4월 13일) 국회정기회의속기록 10P 박순천의원 발언 중

원안에 대한 몇 차례 논의를 거쳐, 생리휴가는 53년 근로기준법 제5장(여자와 소년)의 조항으로 제정된다. 이는 제헌헌법 17조의 내용 중 ‘근로조건의 기준은 법률로써 정한다. 여자와 소년의 근로는 특별한 보호를 받는다.’에 따른 것으로, 생리휴가는 여성 노동자에 관한 특별 보호 조항으로 이해되어, 초기 문제의식과 또한 연관성을 갖는 제4장(근로시간)과 제6장(안전과 보건), 제8장(재해보상)의 내용과 완전히 분리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후 노동시장에서의 고용평등과 모성보호에 관련한 법률들이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생리휴가가 곧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80-90년대 여성운동은 모성 역할로 인해 여성들이 생산활동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을 문제로 제기함과 동시에 임신 및 출산기에 있는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에 관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요구하였다. 그리고 87년 10월 제9차 개정헌법에 기존 8차 헌법 제30조 제3항의 내용[1]이 여자와 소년 각각에 대한 보호규정으로 분리된 한편, 여성노동에 관한 조항으로 제32조 제4항[2]과 제36조 제2항[3]이 또한 명시된 것을 근거로 모성보호에 관한 법률들이 본격 제·개정되기 시작한다. 같은 해 12월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89년 근로기준법 개정, 95년 여성발전기본법 제정, 2001년 모성보호3법(근로기준법, 남녀고용평등법, 고용보험법)의 개정 등 연이은 법제도의 변화는 임신과 출산, 양육에 관련한 지원 내용들을 확대하고 남녀근로자 모두의 일·가정 양립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러나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유급 휴가 및 휴직 내용이 포함된 모성보호 제도의 확장은 곧 경영계의 반발을 가져왔다. 특히, 2001년 모성보호3법의 개정을 둘러싸고 여성·노동계·정부·경영계 간 주장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모성에 대한 보호가 ‘확실한 보호’로써  받아들여진 것과 다르게 생리휴가는 임신·출산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이해되며 일반여성에 대한 과보호조항으로 분류되기 시작하였고, 2003년 주5일제 근무가 실시되며 무급화되기에 이른다. 2005년에는 관련 규정인 국가공무원 복무규정 제20조 3항(생리로 인한 여성보건휴가 조항)에 대하여 무급이 명시되었고, 2019년에는 지방공무원 복무규정의 여성보건휴가 조항의 무급화가 이루어진다.

3. 일터에서 소외되는 ‘일하며 월경하는 몸

한편, 안전과 보건, 재해보장에 관한 논의는 법률적으로 여전히 여성노동의 문제와 분리된 영역으로서 그 내용을 확장해왔다. 1964년 일터 내에서 발생하는 재해에 대한 보상 내용을 담은 산재보험에 관한 법이 제정되고, 82년 일터에서의 안전과 보건에 관한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각각은 출발이 500인 이상의 노동자를 고용한 광업과 제조업 내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11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경우 등 큰 부상만을 보상의 대상으로 두었다는 점(기사보기), 제조업·건설업의, 중규모 이상 사업장 내,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관심 대상으로 했다는 점(임준, 2012)에서, 결과적으로 ‘비장애 남성 몸’을 지닌 노동자들을 우선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후 이어진 노동안전보건과 노동자 건강권 보장 운동 등의 결과로, 산재 보상의 범위가 업무상 사고 등 단일한 직업적 원인으로 인해 발생하는 직업병에 대한 것에서 업무 요인과 업무 외 요인이 함께 작용하여 질병을 일으키는 ‘업무관련성 질병’으로 확장되는 등 변화가 생겨났다. 하지만 일터에서의 여성노동자 건강 문제를 다루는 법률 내용은 여전히 모성보호에 한하여만 다뤄지는 모습이다. 최근 산재의 보상 범위를 노동자의 태아·자녀로 확장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내 건강손상자녀에 대한 보험급여의 특례법도 그 적용을 “임신 중인 근로자”로 한정하여 적용하고 있다.

정리하자면, 입법 초기 다양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던 것과 다르게, 생리휴가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특별한 보호로서 안전과 보건, 재해보장에 관한 법률 내용과 분리되는 한편, 임신 출산의 기능에 직접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지며 모성과 또한 구분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월경 건강의 문제는 일터에서의 건강 문제로 인식되지 못하는 문제를 가져오고 있다.

4. 나가며

생리휴가는 최근 정부의 저출생 대응과 관련하여 다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2017년 생리휴가 유급화의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안이 본회의에 회부되지 못하고 휴가 사용에 관한 국가 공식 통계 또한 2018년에 멈추는 등 법제도적 차원에서 생리휴가에 관한 관심 수준은 2003년 무급화 이후 미미한 것으로 보여졌다. 그러다 2020년 12월 발표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21-2025)에 여성근로자의 생리휴가 보장이라는 내용으로 재등장한다. 과거 비용 발생을 문제 삼은 경영계 등의 반대를 받아들여 월경을 인구 재생산에 관여하는 모성 범위에서 구분하였던 것과 다르게, 월경은 다시금 인구 재생산과 높은 관련성을 갖는 생식 관련 신체활동으로 이해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재생산이 생물학적 의미에서의 인구 재생산뿐 아니라, 오늘이 내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일상의 재생산으로써의 의미를 또한 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정강산, 2019: 224-226), 내일로의 연결에 바탕이 되는 전신 건강과 그를 이루는 월경이 일터에서도 고려되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전혀 새롭지 않다. 필자의 연구 「생리휴가 이용/불가 경험을 통해 본 일터에서의 재생산 건강」(2024)은 일하며 월경하는 몸이 기꺼이 내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환경으로서 일터가 어떻게 변화될 수 있을지에 대한 정책 제언을 거칠게 담았다. 앞으로 일터에서의 재생산 건강을 주제로 하는 더 많은 연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참고문헌

  • 임준(2012). “안에서 밖으로 시야를 확장하는 패러다임의 변화, 노동자 건강권”, 『월간 복지동향』, 161, 47-50쪽.
  • 정강산(2019). “생산 혹은 재생산을 위한 인지적 지도 그리기: 가사노동논쟁과 사회재생산 이론을 중심으로”, 『뉴 래디컬 리뷰』, 80, 195-2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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