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진

*이 글은 필자의 석사학위 논문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과 여성공간의 역동 : 협상, 저항, 재의미화를 중심으로」(2023)의 일부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1. ‘여대’를 다니는 ‘트랜스’?
트랜스여성 A씨가 S여자대학교에 합격했다는 소식이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트랜스젠더퀴어를 향한 집단적인 혐오를 경험 및 목도한 일이 벌써 4년 전이 되었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석사학위논문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과 여성공간의 역동”(김유진, 2023)에서 여자대학(이하 여대)을 다니는 혹은 다녔던 트랜스젠더퀴어들의[1] 경험, 그들이 경험한 여대의 의미를 탐색하고자 했다. 어떤 공간에서의 경험, 그 공간의 의미는 모두에게 같지 않고, 그 차이(같지 않음)는 권력이 교차적으로 작동하는 장면이 된다. 2022년 여름경 서울 4년제 여대에 재학/수료 상태이거나 졸업한 트랜스젠더퀴어 22명을 만나 그들의 학교생활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2].
[1] 트랜스젠더퀴어란 트랜스젠더와 젠더퀴어를 이어붙인 용어이다. 한국에서 ‘트랜스젠더’는 성별재지정수술이나 호르몬 치료 등 의료적 조치를 받는 ‘성전환자’(트랜스섹슈얼, Transsexual)로 주로 이해된다. 특히 의료적 개입을 통해 출생 시 지정받은 성별에서 여자나 남자 중 하나로 옮겨가고자 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해된다. 그리고 ‘젠더퀴어’는 이원화된 성별 체계와 불화하고 남자나 여자 중 양자택일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설명하는 이들을 표현한다. 여성이나 남성이 되고자 한다는 좁은 의미의 트랜스젠더 개념과 성별 이분법이 아닌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젠더퀴어 개념은 상충하는 것 같지만, 둘은 이원화된 성별 체계와 갈등하고 긴장한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지닌다(루인, 2016). 본 연구는 트랜스젠더 스펙트럼에 위치하는 이들의 공통분모를 강조하기 위해 트랜스젠더퀴어라는 용어를 채택한다.
[2] 4년제인지 2년제인지, 서울 소재 대학인지 비(非)서울 소재 대학인지 등 인터뷰이의 조건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인연이 닿게 된 이들은 모두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을 다니는/다녔던 이들이었다.
전체 연구 내용 중에서도 여대 내의 학생회, 동아리, 위원회 등 학생자치단체들(이하 자치단체), 그리고 그곳에서 트랜스젠더퀴어들이 활동하면서 겪었던 장면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대를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가 처한 어려움을 설명하는 동시에, 자치단체에서의 활동을 통해 발휘되는 이들의 행위성을 발견하고, 여성공간을 퀴어링하는 자원을 마련하고자 여기에 주목했다. 인터뷰이 중 자치단체 활동을 했던 이들은 10명이었다. 자치단체는 사회 의제나 관심사 등 특정한 목적을 공유하는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조직하고 운영한다는 성격이 있다. 이들은 동료를 만나고 싶거나 해당 자치단체의 행사나 의제에 관심이 가는 등의 이유로 자치단체에 가입하여 활동했다.
이들의 다채로운 활동은 여대를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특수한 위치를 바탕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들은 여성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도 시스젠더 여성으로 통과된다는 점에서 인식 불가능한 존재로 위치한다. 혹은 ‘진정한 여성’이 아니기 때문에 여성공간에 있을 수 없는 이질적인 존재로 배치된다. 여대라는 공간에서 끊임없이 들러붙는 여성/여성성과 협상해야만 하는 조건을 고려하여 그곳에서 자치단체 활동을 해온 트랜스젠더퀴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2. 여대가 길러온 ‘여자’들, 그들이 다듬어온 ‘여대’
인터뷰이들이 학교 생활을 하며 주요하게 문제 삼았던 것은 ‘여대에는 여자만 있어’라는 주류 인식과 분위기, 물리적인 환경이었다. 여대와 여성의 범주는 특정 시대와 상황의 위계 질서에 순응하기도, 저항하기도 하며 늘 긴장 속에서 구성되어왔다. 이를 통해 퀴어페미니스트 학자 주디스 버틀러가 비판적으로 개입하는 규범적 여성/여성성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역동해왔는지를 분석하고자 했다[3].
[3] 주디스 버틀러의 수행성 이론의 맥락에서, 젠더 수행은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의례적으로 반복되어 위계적이고 이원화된 젠더 체계를 생산 및 강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자원이다. 이러한 반복이 인식가능한 여성/여성성이라는 주체이자 정체성을 생산 및 강화한다. 주디스 버틀러(2008), 『젠더 트러블』, 조현준(역), 문학동네.
20세기 식민지-근대라는 흐름에서 여성은 가정에서 미래 세대를 올바르게 길러내고 가정을 올바르게 경영해야 하는 ‘양처현모’로서의 자질을 키워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에 놓여있었다. 이에 따라 여성은 공적 교육의 대상이 되었던 동시에 정숙과 순결을 이유로 남성과는 같은 공간에서 교육을 받을 수는 없었다(태혜숙, 2004). 분리주의적 성격을 바탕으로 여대는 여학생들에게 과거와는 다른 육체적, 정신적 경험을 가능했다는 점에서 지배적인 여성성에 저항하면서도 동시에 신여성이라는 새로운 규범성을 만들어냈다.
2000년대 대학의 신자유주의화 흐름과 맞물려 여대는 그 당위성을 질문 받게 된다. 양성평등이 제도화되었고, 대학은 산업 역군을 길러내야 한다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여대는 ‘여자들만 있는 학교가 경쟁력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내야 했다. 같은 시기에 인구 고령화나 출생률 감소 등 소위 전국가적 인구위기 담론이 부상하면서 성신여대 등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의 남녀공학화를 시도했다[4]. 재학생과 졸업생의 반대로 시도가 무산되었으나, 이 일화를 통해 여대가 누구를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거나 배척하는지가 시대적 상황과 조건, 요구에 따라 정치적으로 구성되어왔음을 알 수 있다.
[4] 노도현(2018년 1월 21일). “성신여대,’남녀공학 전환’ 공론화…취업난 속 위기의식 커지는 여대들”. 경향신문
여대 캠퍼스에 외부인 남성이 침입하는 사건들이 그동안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과 통제가 아닌 ‘그냥 해프닝’으로 다뤄져왔다면, 강남역 노래방 화장실 여성혐오 살인사건과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국면에서 여대생들의 공간 경험은 성차별을 향한 대항의 언어가 되었다. 한편 트랜스젠더퀴어를 배제함으로써 ‘생물학적 여성’이라는 정치적 범주를 만들고자 한 움직임 또한 여대의 여성/여성성을 분석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온라인 공간, ‘불편한 용기’를 비롯한 집회 현장, 여대 캠퍼스에서 남성에 의한 폭력을 고발할 때 화살이 트랜스젠더퀴어를 향하는 것은 힘의 차이가 폭력으로 이어지는 장면이었다. 2020년, 트랜스의 여대 입학에 반발했던 이들의 혐오와 폭력은 여대 그리고 여자라는 주체/정체성이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 역동해왔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면이었다. 여성에게 강요되었던 젠더 규범에 저항하면서도 시스젠더의 특권에 침묵하는 사례는 서로 대치되는 것 같지만 동시에 벌어진다.
하지만 혐오와 폭력에 맞섰던 여대 안팎의 목소리와 움직임을 통해 여대와 여성의 경계가 늘 새로이 정의로운 방식으로 독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기도 했다. S여자대학교 동문 일동은 입장문에서 “사회적 약자, 소수자와의 동행과 연대는 S인의 출발이며 계속 확장해나가야 할 가치”[5]임을 짚으며 트랜스여성의 여대 입학을 축하한다. 여대의 탄생이 교육권을 박탈당해온 이들을 위한 것으로부터 시작했다면, 거기에는 트랜스젠더퀴어 역시 포함됨을 짚은 것이다. S여대 동문 일동은 입장문에서 여성의 범주와 여대의 역할을 적극적으로 확장하고 재해석했다.
[5]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한 성전환자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 숙명여자대학교 동문 일동, 2020
3. 자유롭거나 불편한 여대
여대는 다양한, 그리고 평등하지는 않은 여성성’들’을 생산 및 재생산해왔다. 그렇다면 자치단체 활동을 해왔던 열 명의 트랜스젠더퀴어는, 여대를 어떤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기억하는가? 이들은 남성이 없는 환경과 공간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었다는 점을 꼽는다. 학교나 교강사가 남학생에게 더 우호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을 겪지 않았고, 학생들이 벤치나 잔디밭, 도서관, 라운지에 눕거나 잠을 자는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질리언 로즈는 여성의 공간 경험을 “남들에게 보이고 있음을 인지하는 과정이며, 여성은 관찰당하고 판단되는 자신을 목격하는 것”(2011)으로 설명한다. 공공장소에서 여성이 느끼는 두려움이나 위축은 공간에 갇히는 경험이며, 이는 어떤 사람을 여성으로 길들이고 그가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체화하는 수행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트랜스젠더퀴어들은 여대에서 가만히 있으라는 남성중심적인 메시지를 무시하고 보다 자유로운 대안을 실천할 수 있었다.
이들은 여대생활을 통해 자신이 살아오면서 (시스젠더) 여자들과는 다른 감각과 경험을 해왔음을 새로이 혹은 더욱 강하게 인지할 수 있었다. ‘언니’라는 호칭이 불편하다든지, 나만 교문에서 경비원에게 학생증을 요구받는다든지, 여자화장실 앞에서 망설인다든지. 이들은 이러한 경험과 감각을 트랜스젠더퀴어라는 인식론으로 엮는다. 여대에 대한 다른 경험을 말할 수 없게 하는 분위기, 커밍아웃 했을 때의 냉담함, 성별이분법에 따라 나뉘어진 공간 등 이들에게 여대는 유토피아가 아닌, 애증의 공간이다. ‘여대에는 여자들만 있어’, ‘그래서 안전해’, ‘그래서 편해’라는 지배적인 인식하에서 트랜스젠더퀴어들은 여대에서 자유로움을 느끼지만 동시에 공간에 갇힌다. 공간은 교차하는 위계에 따라 상이하게 경험되고 해석되는데(메시, 2015), 이런 차이를 말하는 것은 어렵다. 이들은 트랜스젠더퀴어에 적대적인 학내 분위기 속에서 차이가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을 때 발생하는 폭력을 경험한다.
4. 자치단체 안팎의 긴장을 자원 삼기
애증의 공간임에도 열 명의 트랜스젠더퀴어들은 자퇴하지 않고 계속 학교를 다니고자 했고, 자치단체를 ‘비빌 언덕’ 삼아 활동을 이어갔다. 트랜스젠더퀴어 학생들은 “여자대학에 ‘여자’만 다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를 지지하라”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확장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목소리를 내오고 부피를 차지해왔다. 이들이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것은 자치단체를 통한 퀴어페미니스트의 세력화를 바탕으로 가능했다. 그러나 세력화는 외부와의 갈등과 긴장뿐 아니라 내부 갈등과 긴장이 늘 함께한다. 그러한 긴장을 이들이 어떻게 다루는지, 이것이 어떻게 여대를 퀴어링하는 자원이 될 수 있는지 살폈다.
이들은 ‘퀴어모임은 바람 잘 날 하루 없다’고 표현하면서 외부와의 갈등과 긴장을 겪는다. 학내 기독교 동아리는 퀴어동아리와 자주 마찰을 빚는다. 2008년 가을 이화여자대학교의 ‘변태소녀하늘을날다’가 주최한 레즈비언 문화제가 테러를 당했던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6]. 뿐만 아니라 트랜스-배제적 페미니스트(TERF, Trans-Exclusionary Radical Feminist)의 세력화를 계기로 학내 온·오프라인 전역에서 트랜스젠더퀴어를 배척하는 게시글이나 자보, 스티커, 홍보물을 찾아볼 수 있었다. 트랜스젠더 지지 자보가 훼손되고, 온라인에서 게시글 신고가 누적되어 게시글이 삭제되며 계정이 정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자치단체 활동은 위축되었고, 구성원들은 소진되었다. 학내 퀴어포비아 집단들의 반응은 여대에서 시스젠더-이성애자-여성이 누리는 특권을 드러낸다. 그럼에도 배제와 혐오에 대항하는 시도들은 계속되었다. 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온라인상의 혐오 발언을 모니터링 하며, 여대 안의 젠더 다양성에 대한 성명서를 온·오프라인에 게재했다. 퀴어를 환영하는 현수막도, 다양성 영화제도, 세미나도, 축제 부스, 친목모임도 이어갔다. 동아리방, 6색 무지개 깃발, 게릴라 선전전을 통해 캠퍼스의 부피를 차지한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주장할 뿐 아니라 자신이 그 사회에 속해있음을 주장한다는 의미이다. 학내에 다른 성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라는 메시지와도 연결된다.
[6] 수연(2003년 5월 19일). “당신들의 평범함이 우리에겐 폭력이다: 이화여대 레즈비언 문화제 둘러싼 논쟁”. 일다.
그동안 트랜스젠더퀴어를 지지하는 자치단체들은 여대의 주변부에서 대안적인 실천을 꾀할 수 있는 공간으로 역할해왔다. 활동 과정에서 이들은 여성-여성성-이성애라는 일관되고 연속된 여성 주체라는 위치를 거부하고, 이것을 교란하는 목소리를 인용하고 반복한다. 이러한 젠더 수행은 장소에 대한 투쟁과 맞닿아있으며, 존재에 대해 인정을 요구하는 투쟁이기도 하다(김현경, 2015). 이는 여자대학 내부의 이질성을 드러내는 것이며, 여자대학의 지배적인 정체성을 재해석할 수 있는 자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한편, 출신지나 경제적 여건, 성적 지향과 성별, 가족 상황에 따라서 자치단체들은 내부의 긴장과 갈등을 마주하게 된다. 선빈은 학내 인권위원회에서 활동하면서 차이를 존중하는 실천을 문서화 하는 작업을 동료들과 함께 했다. 자치규약을 담은 문서는 여러 차례의 회의와 토론, 수정 끝에 만들어졌고, 다른 시민단체의 자치규약을 참고하고 인용했다. 긴장을 의식화하고 이것이 폭력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하는 내규와 실천은 서로가 같지 않음을 인정할 때 가능하다.
안팎에서의 긴장을 자원 삼아 자치단체는 지배적인 여성/여성성을 거부하고 퀴어되기라는 수행을 구성하는 공간이자, 동시에 여대를 퀴어한 자원의 유통과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공간으로 기능한다. 이는 공간에 갇히는 경험이 저항과 대안의 가능성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여대가 ‘역설적 공간’으로 해석될 수 있는 맥락이 된다. 역설적 공간은 특정 집단을 억압하는 권력 관계가 작동하여 구성되었지만 동시에 역동적이고 과정 중이기에 그 권력에 대한 저항 가능성을 안고 있다(로즈, 2011). 여대의 구성원들이 모두 같기 때문에 여대가 페미니스트의 산실이며 자매애를 기르는 연대의 공간인 것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실천을 하기 때문에 여대는 역설적 공간으로서 의미를 갖는다.
5. 여성공간을 퀴어링하기
이들의 활동은 “여성 억압과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존재의 억압이 깊숙이 얽혀 있다는 깊은 이해”(마리누치, 2018)를 바탕으로 해왔다. 이들은 자치단체를 통해 ①학내에 트랜스젠더/퀴어가 존재함을 알리고, ‘우리’의 지지자가 되기를 요청하는 것, ②학내의 퀴어포비아에 저항하는 것, ③‘우리’와 함께 할 동료를 모으고 지지를 보내는 것에 관심을 두고 학교생활을 했다. 이러한 활동들은 트랜스젠더퀴어에 대한 학내의 반감을 뒤엎었다는 극적인 변화였다기보다는 혐오에 집단적으로 대응하고 주변 사람들을 설득하고 내부의 힘의 차이를 다루는 법을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그에 대한 자원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열 명의 트랜스젠더퀴어들은 비빌 언덕을 중심으로 학내의 지배적인 분위기에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오는 활동을 통해 여대를 다닌다는 이유로 인식가능한 여성 주체로 받아들여지는 것에 저항했다. 그리고 이들은 여성-여성성-이성애라는 ‘자연스러운’ 연결고리에 문제를 제기하고, 섹스와 젠더, 섹슈얼리티가 일관되지 않고 제각각인 주체 또한 여대의 구성원임을 드러냈다. 이러한 비일관성을 퀴어한 수행과 실천이라고 부른다면, 이를 통해 여대는 여성/여성성/이성애의 불연속과 불일치, 그리고 이로부터 오는 긴장을 통한 연대를 실천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재해석될 수 있다. 여대는 단 한순간도 단지 성별이 분리된 공간이라는 협소한 방식으로 의미화된 적이 없었다. 여대가 겪어온 역동과 이 글에서 소개한 활동들을 통해 여대는 이원화된 성별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고 여성되기란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대안적인 아이디어와 실천이라는 자원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의미화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글이 여대뿐 아니라 여러 성격과 특성, 역사를 지닌 여성공간을 퀴어링할 수 있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되기를 바란다. 반짝이는 기억과 이야기, 담담해진 고통과 눈물을 나눠준 모든 인터뷰이께 이 글을 빌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참고문헌
- Doreen, Massey.(1994). Space, Place, and Gender,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정현주 옮김(2015), 『공간, 장소, 젠더』,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Mimi Marinucci(2010). Feminism is Queer: The Intimate Connection between Queer and Feminist Theory, Bloomsbury Academic, 권유경·김은주 옮김(2018). 『페미니즘을 퀴어링!』, 봄알람.
- Judith Butler(1990), Gender Trouble: Feminism and the Subversion of Identity, Routledge, 조현준 옮김(2008), 『젠더트러블』, 문학동네.
- Gillian Rose(1993), Feminism and Geography: The Limits of Geographical Knowledge, Polity Press, 정현준 옮김(2011). 『페미니즘 지리학: 지리학적 지식의 한계』, 한길사.
- 김유진(2023), “여자대학을 다니는 트랜스젠더퀴어의 젠더 수행과 여성공간의 역동: 협상, 저항, 재의미화를 중심으로”,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여성학과 석사학위논문.
- 김현경(2015).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 태혜숙 외(2004). 『한국의 식민지 근대와 여성 공간』. 여이연.
- “당신들의 평범함이 우리에겐 폭력이다: 이화여대 레즈비언 문화제 둘러싼 논쟁”, 「일다」, 2003.05.19. https://www.ildaro.com/195 (최종검색일자 2024.10.12.)
- “성신여대,’남녀공학 전환’ 공론화…취업난 속 위기의식 커지는 여대들”,「경향신문」, 2018.01.21.
-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1801211943001 (최종검색일자 2024.10.12.)
- 루인(2016), “트랜스젠더퀴어란 용어”, Run to 루인 블로그
- https://runtoruin.com/3144/ (최종검색일자 2024.10.12.)
- “숙명여대에 최종 합격한 성전환자 학생을 동문의 이름으로 환대한다”, 숙명여자대학교 동문 일동,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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