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경

*이 글은 필자가 작성한 논문(들)의 일부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다.
1. 들어가며
2018년 중국 여성들은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이들은 글로벌 미투 운동의 물결 안에서 더 많은 여성이 중국 사회 내 반(反)성폭력, 여권신장, 여성 역량 강화, 성평등 실현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중국 미투 운동의 시작과 확산을 끌어냈다. 2018년 중국 미투 운동은 대중과 학계의 지대한 관심을 모았지만,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는 중국 미투 운동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학계 내 연구는 현저히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 미투 운동은 2018년에 한정된 일시적인 캠페인이 아니라, 2018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중국 여성들의 끝나지 않은 싸움이자 용기 있는 투쟁이다. 따라서, 필자는 먼저 2018년 중국 미투 운동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어떻게 중국 사회 전반에 걸쳐 확산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중국 미투 운동의 상징인 저우샤오쉬안의 선구자적 여정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더 나아가, 필자의 연구는 미투 운동에 대한 중국 당국의 사회∙정치적 압박과 강화된 미디어 검열 및 통제에도 불구하고, 2018년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미투 캠페인을 소개하고 중국 미투 운동의 특수성과 중요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으로, 필자는 연구를 통해 중국 미투 운동이 “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나도”에서 “너와 함께”로의 여정으로서, 어떻게 중국 페미니즘 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 2018년 중국 미투 운동의 시작과 확산
2018년 미투 운동은 전 세계는 물론이거니와 중국을 뜨겁게 달구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의 미투 운동은 2018년 1월 1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 뤄첸첸(Luo Qianqian)이 중국의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웨이보(Weibo)에 올린 글로부터 시작되었다. 뤄는 12년 전 베이항대학교 박사과정 재학 당시 지도교수인 천샤오우(Chen Xiaowu)에 의해 성폭행을 당할뻔했던 경험을 털어놓았고, 그녀의 용기 있는 고백은 중국 내 미투 운동의 시작에 불을 붙였다. 중국 여성들은 전례 없는 화력으로 미투 운동을 이끌기 시작했으며, 중국 소셜미디어는 #MeToo, #WithYou, #WoYeShi(我也是: ‘나도’라는 뜻) 등의 해시태그(들)로 가득 차면서, 중국 전 지역 대학의 성추행·성폭력 예방 운동을 위한 연대와 결집의 성공적인 장(場)으로 거듭났다. 그러나, 2012년 마초적인 ‘남성다움’을 찬양하고, 사회 안정이라는 이름 아래 궁극적 철권통치자로 거듭나기 위해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강조하고 있는 시진핑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중국 당국은 모든 형태의 사회 운동 및 집단행동의 과도한 확산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중국 사회 내 사회적 소수자들로 여겨지는 페미니스트 활동가들과 성 소수자 커뮤니티는 이들의 이념, 믿음, 성 정체성 등을 바탕으로 한 차별에 직면해 왔으며, 심지어 페미니즘은 종종 정치적으로 잘못된 이념으로 간주되었고, 페미니스트 활동가와 페미니즘 운동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이념적, 사회적, 정치적 억압을 받아 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투 운동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이와 관련된 포스트, 댓글, 해시태그가 중국 당국의 온라인 검열에 의해 삭제되거나, 심지어 미투와 관련된 단어의 검색조차 불가한 상황을 직면했다. 이에 따라, 중국 여성들은 당국의 온라인 검열을 피해 미투 운동을 지속·확산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고안해 냈는데, 바로 쌀 미(米)에 토끼 토(兎)를 붙인 새로운 해시태그를 이용한 위장(僞裝) 전략이다. #米兎는 쌀과 토끼의 합성어인데, 미(米)의 중국어 발음은 ‘mi,’ 토(兎)의 중국어 발음은 ‘tu’이기 때문에, 이 두 발음을 붙이면 ‘mitu,’ 즉 ‘미투(Me too)’와 같은 발음이 된다. 이는 중국 여성들이 당국의 사회·정치적 압박과 강화된 미디어 검열 및 통제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전략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미투 운동을 이어가고자 노력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뤄첸첸이 중국 미투 운동에 불을 지폈다면, 저우샤오쉬안(Zhou Xiaoxuan)을 포함한 많은 용감한 중국 여성들은 이 불길을 더욱더 활활 타오르게 했다. 2018년 7월 셴쯔(Xianzi)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저우는 중국중앙텔레비전(CCTV)의 간판 진행자인 주쥔(Zhu Jun)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사실을 폭로한 뒤 그를 고소했고, 5년간이나 힘겨운 법정 싸움을 이어 나갔다. 2021년 1심 판결은 주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는 증거 불충분이라는 이름 아래 그가 무죄라는 판단이었다. 저우는 이에 항소했지만, 법원은 충분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항소를 기각했다. 필자는 그녀와 주의 싸움이 힘겨웠음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선구자적 여정이 외롭지는 않았다고 믿는다. 용기 있게 침묵을 깬 저우는 다른 성추행·성폭행 피해자들에게 목소리를 내고 자신들의 권리를 대변할 용기와 영감을 주었고, 이들 또한 저우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싸울 수 있도록 지지하고 응원했기 때문이다. 중국 미투 운동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저우의 여정을 기폭제로 중국 사회에 개인 수준에서는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 칭하는 새로운 청년 페미니스트가 눈에 띄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집단 수준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중국 여성들의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결과 연대가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이들은 온라인 공간이라는 장(場)을 통해 여성으로서 살면서 마주했던 부당한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를 위로하며, 느리지만 꾸준히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또한, 이들은 미투 운동을 통해 사회에 만연했던 젠더 불평등 이슈들을 공론화하며 여성들의 결집력을 보여주었다. 이는 대중, 학계, 미디어 등 사회 전반에 걸쳐서 큰 관심을 끌었으며, 중국 사회 내 새로운 여성 주체와 청년 페미니스트 세대의 등장과 더불어 새로운 페미니즘 운동의 물결을 재조명할 수 있었던 초석이 되었다. 즉, 중국 미투 운동의 시작과 확산은 중국 사회의 페미니즘 담론을 재구성하고 재편하는데 올바른 방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여성들에게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일깨워줌과 동시에, 배제를 배제하는 연결을 바탕으로 한 연대하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3. 2018년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중국 여성들의 투쟁: 계속되는 미투 운동의 여정 안에서
실제로 중국 미투 운동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중국 여성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범죄와 젠더 불평등에 관한 훨씬 더 광범위한 공개 토론과 참여를 유발하면서, 이런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포스트 미투 운동의 바람을 계속해서 일으키고 있다. 또한, 이들은 중국 정부 주도의 여권신장과 성평등을 위한 노력이 분명히 있었음에도 실질적 효과가 없는 법과 정책에 대한 두려움과 좌절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희롱과 성폭력의 재발 방지, 성범죄 피의자에 대한 처벌 강화 요구와 정의를 위한 법률개혁 등을 주장하며 중국 당국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으며, 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이들의 존재가 잘 보일 수 있도록, 2018년 중국을 강타한 미투 운동의 물결이 끊임없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한다. 이들은 反성폭력 연대를 넘어, 여권(女權)과 성평등에 대한 대중적 관심의 권장,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여성 발전에 대한 요구의 증가 등 더욱더 확장된 페미니즘 담론과 여론을 형성해 오고 있다. 물론, 중국 사회 내 새로운 여성 주체의 등장, 그리고 이들의 결집과 연대를 더욱더 강하고 영향력 있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이들에 대한 대중의 관심, 지지, 그리고 다중의 연결과 만남을 매개할 수 있게 한 소셜미디어의 역할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18년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중국 여성들의 투쟁은 실제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또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더 나아가 국경을 넘는 초국가적인 연결과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들의 캠페인과 활동은 중국 사회와 외부 세계를 잇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함과 동시에, 국내에서 국제적으로 활동 범위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는 중국 여성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의 성차별, 성희롱, 성추행 등에 반대하며 목소리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국내외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사회·정치적 운동 및 캠페인을 계획·수행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은 더 쉽고 빠르게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미투 캠페인에 동원하는 구심점을 구축함으로써, 국내외에서 대규모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특히, #Global4Jingyao 운동과 #FreePengShuai 운동은 2018년 이후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중국 미투 운동을 대표하는 두 가지 캠페인이라 할 수 있다. #Global4Jingyao 운동은 2018년 중국을 대표하는 전자상거래 기업 JD.com(징동닷컴) 창업자 류창동(Liu Qiangdong)이 만취해 정신을 잃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한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유학생 류징야오(Liu Jingyao)를 지지하기 위해 시작된 글로컬(glocal)한 미투 운동이다. 대학생, 청년 페미니스트 활동가 등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지지자들은 웨이보,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해시태그(#Global4Jingyao)를 활용하여 전 세계적으로 이 사건을 공론화하려고 노력했으며,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성폭력 피해자로서 그녀의 권리와 정의를 지지하고 옹호할 수 있게 했다. 또한, #FreePengShuai 운동은 중국 유명 테니스 선수 펑솨이(Peng Shuai)가 2021년 전(前) 공산당 최고위급 정치인 장가오리(Zhang Gaoli)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뒤 시작된 국제적인 미투 캠페인이다. 펑은 자신의 웨이보 계정에 장에 대한 미투 폭로 글을 올렸고, 이 글은 약 20분 만에 곧바로 삭제됐다. 이후 그녀는 갑자기 대중으로부터 자취를 감췄고, 그녀가 중국 당국에 의해 구금·감금된 것이 아니냐는 의문과 함께, 펑의 안녕과 안전에 대한 우려는 전 세계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펑의 지지자들은 즉시 온라인 및 오프라인 미투 캠페인을 개최해, 중국 당국에 펑의 미투 폭로와 관련해 투명한 조사를 촉구함과 동시에 그녀의 안전을 보장하라 주장했다. 또한, 미국 뉴욕에 거주하고 있던 유학생들과 청년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이 모여 펑을 위한 오프라인 긴급 집회(Rally for Peng Shuai: #WhereisPengShuai)를 개최하였고, 이는 중국 당국에 국제적인 압박을 가할 뿐만 아니라, 펑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와 응원 또한 얻을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중국의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은 2018년 이후 중국 미투 운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중국 미투 전시회(The Voiceless Rise Up: #MeToo in China)를 개최해 왔다. 전시회는 2019년 처음으로 중국 내 페미니스트 활동가들에 의해 베이징, 청두, 광저우에서 개최되었으나, 중국 당국에 의해 강제로 폐쇄되었다(감사하게도, 상하이에서의 전시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후 전시회는 미국, 영국,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체코 공화국 등 여러 나라로 퍼져나갔으며, 중국 미투 운동의 역사를 기록하는 것뿐만 아니라, 중국 미투 운동이 수많은 역경과 난관 속에서도 지속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어질 것을 중국을 넘어 전 세계에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더 나아가, 중국 미투 전시회는 2018년 이후 중국 미투 운동의 물결 안에서 성범죄 생존자들과 중국 페미니스트 운동의 내러티브를 제시함과 더불어, 생존자들을 지지하고, 이들을 위한 정의 실현을 향해 끝없는 싸움을 해나갈 것을 시사한다. 전시회의 주요 목표는 중국 여성들의 다양한 목소리와 경험을 재조명하는 것이 다양한 민족적, 성(性)적, 사회·경제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강력한 연대를 구축할 수 있다는 믿음에 있다. 즉, 전시회는 결국 여성들이 자매애와 같은 공동체 의식 및 연대를 느끼며 서로를 의지하고, 격려하면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중요한 공간이자 구심점으로 자리매김했다고 할 수 있겠다.
4. 나가며
2018년 중국 여성들은 빅브라더에 저항하며 침묵을 깨기 시작했다. 필자의 연구는 중국 미투 운동이 “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나도”에서 “너와 함께”로의 여정으로서, 어떻게 중국 페미니즘 운동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지를 제시한다. 2018년 중국을 뜨겁게 달구며 중국 페미니즘의 새로운 장(場)을 열었던 미투 운동은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오프라인에서 다시 온라인으로 페미니즘 운동의 활동 반경을 넓힘과 더불어, 다양한 사람들과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대를 형성해 왔다. 실제로 학계는 주로 남성의 세계관, 남성 중심 문화에 의해 주도됐거니와, 많은 분야의 연구가 남성의 관점, 서양의 관점에 치우쳐 수행되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계 내에서 필자를 포함한 많은 유색인종, 여성 연구자들이 꾸준히 이러한 한계점을 넘어서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기에, 충분하지는 않더라도 사회적 약자·소수자의 목소리를 담은 연구가 존재할 수 있었다. 따라서, 필자는 연구를 통해 중국 사회 내 새로운 여성 주체, 청년 페미니스트 세대의 등장, 그리고 이들의 실천과 운동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여, 중국 여성들이 겪고 있는 사회 불평등과 이들의 인권 개선에 관한 사회적 담론을 재구성하고 재편하는데 올바른 방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중국 미투 운동은 2018년에 한정된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2018년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중국 여성들의 용기 있는 투쟁이다. 필자는 본 연구를 통해 중국 여성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연결과 연대의 가능성을 살펴보면서, 이들이 가져올 더욱더 거대한 변혁의 물결과 중국 페미니즘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참고 문헌
- 손수경(2022). “Women’s Rights Movement in China : Focusing on the New Generation of ‘Young Feminists’ since 2012”.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 손수경(2023). “잊혀진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도록: 2012년 중국 청년 페미니스트 운동에 관한 연구”, 『현대중국연구』, 25(2), 155-205쪽.
- 손수경(2024). “‘나’에서 ‘우리’로, 그리고 ‘나도’에서 ‘너와 함께’로: 2018년 미투 운동 이후에도 끝나지 않은 중국 여성들의 이야기”, 『현대중국연구』, 26(1), 175–2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