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는 반페미니즘적 착각에서 헤어나오라

🥟만두

반페미니즘 소비자의 ‘메갈 색출’과 ‘프로젝트 문’의 여성 노동자 부당해고 규탄한다

게임계에서 남초 커뮤니티를 위시한 반페미니즘 소비자 집단이 여성 창작노동자를 ‘메갈(페미)’로 지목하여 퇴출을 요구하고, 기업이 이를 받아들여 노동자를 부당하게 해고하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2016년 ‘넥슨 성우 교체사건’(관련 기사)을 시작으로 2018년 게임계 ‘페미니즘 사상검증’(관련 기사), 2020년 ‘〈가디언테일즈〉 사건’(관련 기사) 등을 거치며 게임을 비롯한 남성 중심 디지털콘텐츠 소비시장에서 이어져 온 ‘메갈 색출’이 2023년인 지금 또다시 여성을 배제하는 결과에 이른 것이다.

지난 7월 25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를 개발·운영하는 게임사 ‘프로젝트 문’ 디렉터 김지훈은 “논란이 된 직원”과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공지를 올렸다(공지 원문). 앞서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림버스 컴퍼니〉의 여성 캐릭터 이벤트 일러스트에 대해 수영복 의상의 노출이 적다며 항의해왔다. ‘프로젝트 문’의 공지는 악성 게임 이용자들이 여성 캐릭터의 노출이 적게 그려진 것은 여성 개발진 내 ‘메갈(페미)’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성 작가(이하 A 씨)의 과거 SNS 활동에서 ‘메갈’의 증거를 색출해내 ‘논란’을 일으킨 바로 당일에 이루어진 조치였다.

김지훈 디렉터는 이러한 조치가 “사회적 논란이 생길 여지가 있는 개인의 SNS 계정이 회사와 연관될 가능성을 없애 달라는” 사내 규칙의 위반에 따른 것이라며, 사상 검증과 부당 해고의 책임을 회피하려 했다. 그러나 노동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조치가 사내 규칙으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나아가 해당 규칙은 그 존재 자체로 차별적이며 부당하다. 여성 노동자의 SNS 활동을 감시하고, ‘메갈(페미)’의 증거라고 여겨지는 표현을 색출하여 공격하는 악성 소비자의 집단 행동이 만연한 기울어진 업계 환경에서, 이러한 사규가 내는 효과는 여성 노동자의 손쉬운 배제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도, 게임 업계에서 ‘사회적 논란’은 누구의 이익과 필요에 따라, 어떤 대상을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지며 승인되고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 

이토록 자의적인 규칙을 내세우며 여성 노동자를 당일 해고한 이번 사태는 일련의 착각들로부터 기인했다. 그 착각이란, ‘메갈 색출’의 반복을 통해 남성 소비자와 기업이 재생산해온 성차별적, 반페미니즘적 사고이다.

첫 번째 착각은 ‘메갈(페미)’이라는 일탈적인 여성 집단이 존재하며, 여성혐오와 성차별에 대한 저항이 이들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음모론이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러한 음모론은, 남성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심기를 거스르는 변화의 원인으로 여성 개개인을 지목하여 공격하는 집단 행동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에서도 남성 이용자의 반발을 산 삽화의 작가가 남성임이 밝혀지자, 남성 이용자들은 해당 삽화와 무관한 A 씨의 소셜미디어 계정의 흔적을 긁어모아  ‘메갈’로 주장할 증거로 구성하여 퇴출을 요구했다. A 씨가 공격 받은 이유는 오직 그가 여성이기 때문으로, 결국 차별적 편견의 발로다. 이는 ‘메갈(페미)’을 ‘일베’와 대응하는 ‘반사회적’ 여성상으로 구성해 온 남초 커뮤니티 담론에 기인한다. 여성 캐릭터가 비키니 수영복을 입지 않은 것만으로 깨져 버리는 그 허술한 남성성에 불안이 닥쳤을 때, 아무 여성에게 ‘메갈(페미)’ 딱지를 붙여 처벌함으로써 해소하고자 하는 행위다.

두 번째 착각은 반페미니즘 성향의 남성 이용자가 게임 시장의 주 소비층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이미 여성 게임 이용자가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특히 모바일게임의 경우 여성의 이용률이 높다는 실제 통계 결과와도 어긋난다[1]. 이러한 착각은 이전 ‘메갈 색출’ 사례들에서 다수의 게임사가 반페미니즘 남성 소비자의 요구만을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그들에게 사회적인 인정과 영향력을 부여함으로써 강화되었다. 이러한 성차별적 편견을 맹신하는 게임 업계는 남성의 의견만을 숙고하며, 기업은 이들 소비자의 요구에 따를 수밖에 없다는 핑계를 댄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도 드러나듯, 반페미니즘 성향의 남성 소비자들이 여성 캐릭터 의상의 노출이 적음에 항의하며 별점 테러를 벌이고 게임사를 찾아가 위협할 때, 이러한 행위를 비판하고 저지하고자 한 다른 소비자들이 있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페미니스트 여성 게이머들로써, 착각에 포함되지 못한 소비자다. 그러나 프로젝트 문은 오직 반페미니즘 소비자의 요구만을 수용함으로써, 이들을 ‘주 소비층’으로 인정하고 이들의 만행이 이어지도록 동력을 주는 선택을 했다. ‘메갈(페미)’ 논란화가 기업을 굴복시킬 수 있는 구실임을 학습한 악성 소비자들은 앞으로도 이같은 논란 만들기를 지속할 것이다.

세 번째 중대한 착각은 어떤 노동자가 페미니스트라는 사실이 그가 생산한 상품과 속한 기업의 평판을 떨어트리며, 따라서 그가 노동 시장에서 배제되는 것이 적절하다 여기는 믿음이다. 온라인 상 반페미니스트 집단은 2016년 ‘넥슨 성우 교체사건’을 통해 소비자 지위를 내세워 여성/페미니스트를 공격할 수 있음을 학습했고, 이 같은 ‘메갈 색출’을 반복하며 자신들의 주장과 전략을 발전시켜왔다. 이들의 수법은 자신들의 요구가 수용된 일부 사례를 크게 부풀려 또 다른 ‘메갈 색출’의 근거로 삼는 것이다. 반페미니즘 소비자 집단은 자신들만의 ‘팩트’를 생산하고 확산해왔는데, ‘메갈(페미)’로 지목된 노동자를 보호한 기업은 남성 소비자의 외면을 받아 ‘망한’ 반면, 자신들의 요구에 따른 기업은 시장에서 성공했다는 담론이 그것이다. 이는 자신들의 주장에 부합하는 사례만을 기억하고 호출하며 반례를 배제하고 왜곡함으로써 구성된 ‘대안 사실(alternative fact)’로서, 충분히 논박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관계 확인에 태만했던 이번 사태는, 반페미니즘 소비자 집단의 주장이 기업에 수용되는 사례로 또다시 추가될 것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해롭다. 기업의 인정이 소비자 주장의 진실성과 정당성을 담보한다고 여겨지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대안 사실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프로젝트 문의 여성 노동자 해고 조치는 내규에 따른 결정으로도, 이윤을 위한 선택으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는 사회 정의와 상식에 어긋나는 일부 반페미니즘 남성 집단이 쌓아올린 악의적 착각에 동조한 결과다. 페미니즘을 ‘논란’으로 낙인화하고, 게임계의 여성혐오적 관행과 문화 유지라는 목적을 위해 그 낙인을 휘두르는 반사회적 정치를 ‘소비자 요구’라는 이름으로 기업이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반페미니즘 남성 소비자와 게임 업계 간의 남성연대를 재확인하였다. 즉, 남성 소비자는 불합리한 ‘메갈(페미)’ 논란을 만들고 이를 빌미로 기업에 시위함으로써 남성으로서 권력과 지위를 확인하려 하고, 기업은 구조적 약자인 여성 노동자를 손쉽게 희생시켜 문제를 잠재우려 하는 공모가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반페미니즘 소비자와 기업의 결탁을 비판하고 이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그 초라한 남성 연대를 압도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프로젝트 문은 이번 조치로 애정과 지지를 보내던 소비자에게 외면 받고, 위법한 해고 조치에 따르는 합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무책임한 악성 이용자 집단이 이에 대한 대가를 함께 져줄 리는 없다. 그러므로 ‘프로젝트 문’ 디렉터 김지훈은 지금이라도 부당 해고 조치를 철회하고 피해자에게 사과와 보상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반페미니스트 집단의 악의적 공격에 힘을 실어주어, 게임계의 성 차별적 관행을 지속시킨 데에 대하여 게임 이용자와 시민들 앞에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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