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1) : 판타지를 팝니다

✂️ 한태경

1. 리얼돌

“말씀하신 그게 핵심이에요. 이 비쥬얼적인 거죠. 사람하고 같은 사이즈의 사람의 형태를 띤 물건이잖아요.”

남성 소비자를 타깃으로 여성의 신체를 모방하여 섹스 토이를 만들겠다는 끔찍한 기획은 낯설지 않다. 여성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기입해두고 “실제 여성의 신체를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식으로 광고를 하는 섹스 토이를 구입하는 남성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원본을 재현한다고 상상되는 리얼함, 리얼돌은 남성에게 이 여성 신체의 원본과 모방의 간극을 극도로 줄여내는, 진짜 여성이라는 리얼함을 만들어낸다. 그러므로 섹스 토이의 연장에서 볼 때 리얼돌은 조형, 질감, 무게 등을 통해 남성에게 다른 섹스 토이들과의 차이를 만든다. 이 리얼돌의 신체를 만들어내고 욕망하는 기저에는 여성을 성적으로 물화된 신체로만 바라보고, 이 신체에 대한 접근을 무제한적으로 묵과하는 여성혐오의 시선과 폭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러나 리얼돌의 신체는 실제 여성의 신체가 아닌 여성 신체에 대한 판타지를 재현한 것이고, 나아가 인체라는 유기물이 아닌 TPE와 합금 뼈대로 만들어진 무기물이다. “우리는 판타지를 판다”라는 리얼돌 제작자의 말처럼[1] 이 신체는 재현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실제 여성의 몸이 아니다. 남성은 리얼함을 취하기 위해 리얼돌을 구매하지만, 그가 취하고자 했던 ‘리얼함’을 사실상 결코 취할 수 없다. 리얼돌의 몸이 남성을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므로 리얼돌의 몸은 남성을 위한 몸이지만, 아니기도 하다. 리얼돌은 남성을 배신한다.

[1] 넷플릭스, “섹스 로봇”, 팔로우 어스: 우리 지금 세계; 파트 3, 2018. (2019. 1. 14. 접속)

글쓴이는 두 편의 글에서 리얼돌에 대한 판타지와 이를 실망시키는 리얼돌의 물질성을 말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리얼돌 판매업체 A에 방문하여 판매자 a를 만났고, 리얼돌 커뮤니티에 가입하여 구매자와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매주 A에 방문하며 a와 리얼돌과 시장에 대한 개략적인 상황을 들을 수 있었고, 커뮤니티에서의 관찰을 통해 리얼돌과 남성 간의 각축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판타지를 팝니다

한국에 리얼돌이 등장한 시기는 리얼돌이 처음으로 국내 주요 언론에 등장한 2005년으로 추정된다(기사 보기). 이때 리얼돌은 2004년 9월 23일에 본격적으로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 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뒤이어 생겨난 유사 성매매업소들의 일환인 인형방의 모습으로 등장했다. 당시 인형방 이용은 ‘해괴망측’, ‘변태적’이라는 수식어를 함께 동반하였다(기사 보기)[2].

[2] 2006년에 올라온 기사에도 여전히 리얼돌이라는 언급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에서 리얼돌이 최초로 언론에 가시화된 시점은 2000년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인형방, 인형체험방, 리얼돌체험방에 대한 언론의 문제제기도 이 즈음부터 꾸준히 등장했다(기사 보기). 특히 몇년이 지나고서는 2011년 풍속영업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일부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키스방, 대딸방과 같은 유사성매매업소들과 함께 인형방이 처벌될 수 있는 조항이 마련되었는데(기사 보기), 이는 2005년(기사 보기)과 2006년(기사 보기)에 시행되었던 유사 성매매업소 단속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리얼돌의 외형과 인형들 내부의 프레임을 만드는 작업을 해내고 시판할 만한 인력이 한국에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2000년대 중반까지 리얼돌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고 해외의 리얼돌을 들여왔는데, 이때 리얼돌은 주로 마네킹으로 가장되거나, 혹은 다른 경로를 통해 밀수되었다.

리얼돌의 가격은 이 리얼돌을 받아 판매하는 업자들을 통해 결정되었는데, 당시 소비자 가격은 기본적으로 리얼돌이 생산된 현지 가격의 4배를 윗돌은 것으로 보인다. 리얼돌에는 실리콘과 TPE(Thermoplastic Elastomer, 열가소성 엘라스토머)가 사용된다. 흔히 사용되는 실리콘은 고급 리얼돌을 만들 때 사용되는데, TPE는 이 실리콘의 장점을 살리되 가격을 낮춘 보급형 재질인 셈이다. 당시 중국산 TPE 리얼돌의 가격은 현지가로 200~400만원에 맞추어져 있었는데, 한국으로 들어올 때 이 가격은 기본적으로 4배인 1600~2000만 원 가까이 부풀려졌다. 문제는 구매자가 이 가격을 지불했음에도 판매자가 구매자에게 리얼돌을 주지 않는 경우도 비일비재하였고, 시장은 몇몇 밀수업자들에 의해 독과점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사기들로 리얼돌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불신이 팽배했다[3].

[3] 그러나 이러한 일반 소비자외에 인형방과 같은 형태로 다수의 리얼돌을 들인 사례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을 들을 수 없었다.

단속으로 인해 자취를 감춘 듯했던 리얼돌이 다시 등장한 것은 2017년 이었다(기사 보기). 2017년 7월 20일 인천세관은 리얼돌을 “풍속을 해치는 물품”으로 규정하고 수입통관을 보류했는데, 이로 인해 수입업자와 인천세관이 2년간 법적 다툼을 벌였다. 2018년 9월 당시 1심에서는 음란물로서 인천세관이 승소했지만, 2019년 1월 2심에서는 리얼돌이 성기구로 인정되고, 대법원이 6월에 상고를 기각함에 따라 결과적으로 수입업자가 승소한다. 

그러나 이후 2019년 7월에 리얼돌 수입 반대 청원이 26만 명을 넘기면서(기사 보기) 리얼돌은 주요 언론에 다시금 등장하였다. 특히 이용주 무소속 의원이 국회에 리얼돌을 직접 가지고 나와 그 시장성을 논하는 자리까지 있었다(기사 보기). 이에 더해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해달라는 목소리도 우후죽순 나타났다(기사 보기).

이즈음부터 국내에서 각종 리얼돌 판매업체들과 판매자들이 다시금 대거 출현한 것으로 보이는데, 리얼돌이라는 이름이 붙은 업체들이 생겨나는 중에는 기존의 밀수를 해오던 판매업자들이 탈바꿈한 경우도 있었고, 해외의 리얼돌 업체와 협업하여 한국에 공장을 세우고 직접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방식도 있었으며, 한국에서 직접 리얼돌을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 중 일부 업체는 인형방으로 다시 사업을 확장하고 있었다.

3. 판타지와 남성성

“그런 분들이 실제로 있어요. “자기가 그 (성매매)업소를 너무 많이 간다.” 그러면서 진짜 그런 말을 해요, 저한테 전화로. “1년 동안 오천만 원은 쓴 거 같다. 이 도저히, 이렇게는 못 살 것 같아서 차라리 인형을 하나 사면 훨씬 저렴할 것 같은데, 사장님 생각은 어떤 거냐, 인형으로 이게 대체가 되겠냐.” 이런 말들을 해요.”

위의 언급된 사례처럼, 구매자는 리얼돌을 여성과의 성관계의 대체로서 기대하고 상상한다. 남성의 판타지 속에서 여성의 신체와 리얼돌의 신체는 성관계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대체 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는 동시에, 이 판타지가 깨질 가능성에 대한 남성의 우려 또한 존재함을 나타낸다. 실망감은 리얼돌의 구매자들에게 잠재적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위 사례의 구매자 또한 이 지점을 걱정하며 판매자의 “생각”을 묻는다.

판타지에 대한 구매자의 또 다른 걱정은 리얼돌의 신체를 취한다는 실천에 있다고 보인다. 판타지를 구매하는 남성은 어떤 남성인가?

“이분들은 보통 리얼돌 구매하시는 분들은요, 여성분들한테 상처를 많이 입으신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솔직하게 말하면 여성분들한테 상처 입고 리얼돌을 통해 치유를 받으시는 분들인데…”

판매자 a에게 리얼돌을 구매하는 남성은 여성에게 “상처입”은 남성이며 구매자는 리얼돌을 통해 “치유”받는다. 다시 말해 리얼돌은 여성의 신체를 대체하지만 동시에 상처입히지는 않는 존재로, 이때 남성은  실제 여성의 신체에는 접근할 수 있는 남성과 없는 남성으로 분리된다. R.W.코넬(Connell, 1995:2013)은 남성성이 남성성/들이라는 복수로 존재하며, 헤게모니 남성성을 필두로 주변화되거나, 저항하거나, 반항하는 다양한 남성성의 양태가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두 남성에게는 차이가 아닌 위계가 나타난다. 이러한 인식은 커뮤니티 내의 구매자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대부분 리얼돌 사용자를 변태, 나이 많은 남자, 모쏠 성격장애자 이 정도로 생각하는데 저는 변태도 그다지 나이가 많다고도 할 수 없고 성격장애자는 아니지만 혼자의 시간을 보내는 걸 선호하는 내성적 성향입니다. 그리고 여자도 만날 만큼 만나본 남성입니다.” (리얼돌 커뮤니티B의 b와의 쪽지)

구매자 b는 리얼돌 사용자라는 상상의 이미지를 묘사한 뒤에 이 이미지와 거리를 두는데, 이때 리얼돌 사용자의 이미지는 “변태, 나이 많은 남자, 모쏠 성격장애자”이다. 타인과 섹스가 불가능한 성적 도착을 지니거나(“변태”), 타인의 섹슈얼리티를 능동적으로 취하거나 행할 능력이 없거나(“나이 많은 남자”), 타인과 의사소통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성이 없다(“모쏠 성격장애자”)고 여겨지는 리얼돌 사용자 남성의 이미지는 일종의 결함을 가진 인격과 신체로 상상된다.

이때 이 결함은 실제 여성을 만날 수 없다는 데에 기반하고 있다. 남성이 접근하는 신체가 여성인지 리얼돌인지에 따라, 혹은 다시 말해서 남성이 접근하는 여성의 신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따라 남성성에는 위계가 생겨난다. 이브 세즈윅(Sedgwick, 1985)은 남성성은 남성 간의 연대인 호모소셜(homosocial)에 편입하는 호모소셜리티(homosociality)와 여성을 배제하는 여성혐오를 통해 구성된다고 보았다. 리얼돌 구매자는 호모소셜에 편입하는 자격으로서 여성의 획득이 좌절된 남성으로, b가 언급하듯 자신은 이와 달리 “여자도 만날 만큼 만나본”, 즉 ‘진짜 여성의 신체’에 접근해 본 남성이다.

앞서 판매자 a가 언급한 “상처”는 구매자 b에게 여자를 만나지 못하거나 견딜 수 없어 하는 능력의 부재로 등장한다. 이렇듯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리얼돌의 구매자는 결함 있는 남성으로 재현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b는 “여자도 만날 만큼 만나”면서 리얼돌을 소유한다는 점에서 스스로 결함 있는 남성의 재현과 어긋난다.

리얼돌의 구매를 추동한다고 여겨지는 남성의 외로움이나 고독 등의 어휘(기사 보기)는 리얼돌이 남성을 돌본다는 담론으로 이어지지만(기사 보기), 남성이 갖는, 여성의 신체를 소유하고자 하는 여성 혐오적 판타지에 대한 혐의는 누락시킨다. 그러므로 일부 “상처”를 받은 남성의 유약한 남성성뿐만 아니라, 구매자 남성은 남성성을 훼손하지 않는 안전함과 남성이 욕망하는 여성의 신체에 대한 여성 혐오적 판타지를 위해 리얼돌을 구매한다. 이 판타지는 구매자의 결함을 따지지 않는다.

4. 필연적인 실망

판타지는 구매자로 하여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게 만들고, 결국 몇 명은 리얼돌의 구매를 결심할 것이다. 다른 구매자와 정보를 교환하고 검증하고 비교하여 구매자는 가격에 맞는 하나의 모델을 정할 것이다. 구매자는 매장에 방문하여 계약서를 꼼꼼히 살피고, 환불이 불가하다는 내용에 서명을 할 것이다. 구매자는 리얼돌이 퀵 배송을 타고 집 앞까지 오기를 기다릴 것이다. 남성은 상자를 열고 인형과의 섹스를 기대할 것이다.

이 만족감과 리얼돌은 서로 맞물리지 않는 톱니처럼 삐걱거리기 시작할 것이다. 40kg의 무게와 빡빡한 관절, 옷을 입힐 때 일어나는 잦은 이염, 화학약품 냄새 그리고 성관계 후에 필요한 세척의 과정. 리얼돌을 구매하며 원했던 판타지와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이 다르다는 사실을 마주한 남성은 실망한다.

구매자가 행하는 여성 신체와 리얼돌 신체 사이의 대체 시도는 이렇듯 구매자가 리얼돌의 신체를 깨달음으로써 좌절된다. 리얼돌의 신체가 여성의 신체가 아닐뿐더러, 이 신체가 남성을 위해 움직여주지도 않는다는 깨달음 말이다. 구매자의 실망은 필연적이다. (이어서)


참고문헌

  • Eve Kosofsky Sedgwick(1985). Between Men: English Literature and Male Homosocial Desire, Columbia University Press.
  • R. W. Connell(1995). Masculinities, Polity Press: R. W. 코넬, 안상욱, 현민 옮김(2013), 『남성성/들』, 서울:이매진.

글쓴이

Fwd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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