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젠더: “뜨는” 장소와 “띄우는” 노동

 산책가

인스타그램 속 “핫플레이스”라는 패션

요즘 뜨는 “핫플”, 친구랑 가서 “인생샷” 찍기 좋은 곳, 이제 막 문을 연 “가오픈” 카페. 약속 장소를 정하는 데에 “생각보다 너무 많은” 시간을 써본 사람이라면 이 단어들이 특히 더 익숙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을지로핫플, #도산공원맛집, #성수카페 등의 해시태그로 인스타그램 피드 구석구석을 누벼본 경험 역시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스타그램에서 장소를 탐색하는 것은 처음 방문하는 낯선 동네를 방문할 때만이 아니다. 이미 여러 번 가서 익숙한 동네라 하더라도 새로 생긴 공간, 그 사이 명성을 얻어서 “뜬” 공간을 찾기 위해 우리는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다.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내실은 없는 “인스타용” 카페나 맛집일 가능성도 있으니 번거롭지만 블로그 검색도 한 번 해보고, 위치를 확인하는 김에 지도 어플의 별점도 봐본다. 테이블이 작아서 웨이팅이 늘 있는 곳이라면 영업시간에 맞춰 약속을 조정할 수도 있겠고, 만약을 대비해 차선책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나와 동행인의 취향, 일정, 동선 등까지 세세하게 고려하다 보면 스크린에 완전히 몰입한 채로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일쑤다.

인스타그램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이상으로 장소 탐색의 플랫폼으로 쓰이게 된 데에는 위치 태그 기능이 주요한 역할을 한다. 사진을 촬영한 곳, 혹은 포스팅을 하고 있는 현 위치를 태그함으로써 물리적 형태가 없는 SNS와 그 안의 포스팅은 물리적 세계에 실질적인 “점”을 가지게 된다. 관련하여 이수안(2017)은 “인스타그램 사용자가 사진이나 커멘트를 통해 포스팅한 결과로서 포착되는 하나의 점은 한 개인의 욕망을 반영”한다고 지적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존재와 궤적을 표현하고자 하는 표시욕망”, “선호하는 장소나 물건에 대한 욕망”, “또는 타인과 소통하고자 하는 욕망의 매개체로 선택한 일종의 대화채널을 열기 위한 욕망”(이수안 2017: 277) 등이 포함된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은 사진 속 “공간”을 매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아름다운 “(소비) 공간”에 대한 욕망을 대중화시켰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이 등장한 이후 우리의 욕망은 “사진이 잘 나오는(Instagrammable)” 것을 기준으로 삼고, 중요시하게 되었다. 옷이나 화장품같이 “보여 주기(display)” 위한 물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커피, 디저트, 음식(Foodie) 등은 물론이고 미술관이나 여행지 같은 장소들 역시 사진에 어떻게 담기느냐가 매력의 척도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단순히 동등한 품질의 재화 중 겉보기에 좋은 것을 선호하는 수준이 아니라, 재화 본래의 기능과 만족도를 떠나서 사진이 잘 나오는 게 가장 우선시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인스타용” 맛집이나 카페가 “맛은 없지만” 분위기는 좋은, 그렇기 때문에 한 번쯤 가볼 만한 장소로 소비되는 이유 역시 이러한 맥락에 있다. 이처럼 인스타그램은 소비자 개인이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 나아가 도시에 참여하는 과정을 완전히 바꿔두었다.

인스타그램에서 장소를 탐색할 때 우리는 단순히 해당 장소에 대한 평판이나 추천 메뉴만을 수집하지 않는다. 기존의 블로그나 맛집 평가 어플들과 달리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잘” 찍은 사진을 함께 수집, 학습하게 된다. 일례로, 우리는 – 인스타그램을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람마저도 – 킨포크(Kinfolk) 매거진에서 볼 법한 색감과 구도, 수직과 수평이 정돈된 (정방형) 사진을 능숙하게 연상할 수 있다. 이는 인증샷 문화와 결합하여 해당 장소를 방문했을 때 실제로 주문하게 되는 메뉴, 찍게 되는 사진의 색감이나 구도 등을 결정짓는다. 꼭 전망이 좋은 장소가 아니라도 “햇살맛집”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거나 상징적인 소품이 놓여있는 자리를 선점하려는 경쟁 역시 이 때문이다[1]. 하지만 사진 속 분위기를 유사하게 연출하기 위한 노력은 단순히 같은 장소, 같은 자리를 방문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진 속 인물이 입고 있는 옷 스타일이나 메이크업, 소품으로 쓰인 책이나 잡지 등 세부적인 요소 하나하나가 모방의 대상이 된다.

[1] 일부 카페들은 소위 “포토존”이라고 불리는 이 자리를 둘러싼 눈치 싸움과 그로 인한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아예 사진 촬영을 위해 비워두거나, 입장 이후 자리 이동을 제한하기도 한다.

인터넷 쇼핑몰의 촬영지로 쓰인 카페가 “핫플레이스”가 되고, 카페 등에서 촬영한 일상 사진으로 “인스타 셀럽[2]”이 된 개인들의 (블로그) 마켓 시장이 크게 성장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인스타그램은 단순히 사진을 공유, 감상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아니라, 사진 안에 담긴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종(follow)하고 소비하는 자본주의적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어플 내 쇼핑 태그 기능이 생기기 이미 훨씬 전부터 우리는 댓글로,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장소나 물건에 대한 정보를 수집, 공유해왔다. #카페투어, #카페스타그램 해시태그에 등장하는 장소를 찾아가고, 그곳에서의 경험을 재생산하는 것이 취미가 되고, 직업이 된다. 이처럼 그 어느 때보다 보여 지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인스타그램과 그로 인해 파생된 소비 공간은 경리단길에서 망리단길과 송리단길로, 서울을 넘어 경주 황리단길과 부산 해리단길로, 또 연트럴파크에서 공트럴파크[3]로 복제되었다. 그리고 이런 상권을 발생, 성장시키는 행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집단은 나를 포함한 “우리”가 알고 있듯, 밀레니얼 세대의 여성들이다.

[2] 인플루언서, 혹은 마이크로 셀러브리티로도 호명된다.
[3] 각각 경의선 숲길과 경춘선 숲길을 따라 들어선 상권을 의미한다. 연남동과 공릉동이라는 지명에 뉴욕 센트럴파크를 합친 조어이다.

인스타그램을 “노동”하는 청년 여성

여느 SNS가 그렇듯 인스타그램은 흔히 “소비”를 위한 플랫폼으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은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행위 자체를 비생산적이고 “낭비” 혹은 “허비[4]” 되는 것으로 바라보게 한다. 하지만 기존의 생산-소비 이분법과 달리 SNS 이용자가 수시로 참여하는 소극적, 적극적 상호작용은 그 형태와 규모가 다르지만 매우 가시적인 경제적 이익을 창출해낸다. 디지털 노동(digital labor)이라는 개념은 우리가 스크린에 들이는 시간과 노력을 비물질적(immaterial) 노동의 일환으로 호명하며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와 그에 수반되는 일종의 질서에 복무한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지적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디지털 플랫폼은 소비자가 “스스로의 재미나 만족을 위해서” 서비스를 사용하는 동안 자신들의 알고리즘이 진화하는 데에 필요한 양질의 데이터를 “무료”로 수집한다. 우리가 타인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고, 저장 기능을 활용하는 행위들은 모두 인스타그램이 더 효과적인 알고리즘을 가질 수 있게 돕는다.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더 정교하게 설계된 알고리즘은 다시 소비자들에게 더 정확하고 강력한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게 되고, 이는 더 큰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aspirational) 참여하는 행위 덕에 플랫폼은 막대한 광고 수익을 낼 수 있게 되고, 이에 기반한 자본주의는 더욱 공고해진다(Duffy, 2016).

[4] SNS의 과도한 이용이 “중독” 현상으로 명명되는 이유와도 맞닿아있다.

디지털 노동 역시 – 돌봄 노동이나 꾸밈 노동과 마찬가지로 – 비가시적 노동의 일종으로서 자본주의 질서[5] 내에서 여성이 보다 취약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 원인으로 작동한다. 김애라(2016)는 한국 10대 여성의 콘텐츠 생산, 즉 디지털 노동이 “소녀성의 물질주의적이고 조형적인 수행”이라고 분석하며, 이들의 참여가 “안전망이 부재하고, 노동 지속성이 적은, 비구조화된 노동 시장을 형성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렇듯 명성과 인기에 밀접하게 연관되어있는[6] 여성의 경제 활동은 이를 소비하는 수용자(passive user)에게도 젠더화된(gendered)  디지털 노동을 촉발시킨다. 20대, 30대 여성이 주를 이루는 “인스타 셀럽” 마켓 역시 이에 부합하는 예시다. SNS 상의 콘텐츠 생산자들이 “쉽게” 명성을 얻어 “쉽게” 돈을 번다는 인식은  #82피플 혹은 #팔이피플[7] 이라는 적대적 표현[8]을 낳는 동시에 이들에게 명성을 가져다준 (여성) 소비자를 비합리적 존재로 바라본다. 

[5] 본고에서는 가부장제 내 성역할과 성별 분업을 의미한다.
[6] 관련 논의는 Attention economy 등의 주제어로 전개되어있다.
[7] 가격을 명시하지 않거나, 그로 인해 세금 신고가 불투명해지는 점 혹은 품질 관리 및 배송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실구매자들이 겪은 불편 등도 주요한 원인이다.
[8] 실제로 이들 역시 매우 불안정한 노동 환경에 놓여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성화된(feminized) 시장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된다.

한편, 후기를 작성하거나 사진을 보정하는 데에 전혀 시간을 쓰지 않는 사용자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 재현된 사회적 규범을 학습하고, 실천하게 되며 이때 젠더는 주요한 기준이 된다. 디지털 노동의 범위를 확장하여 논의를 전개한 Carah & Dobson(2016)은 젊은 여성들이 (SNS에 사진을 촬영, 보정, 게시하는 행위에 앞서) 다른 사람들의 옷차림과 화장을 학습하는 시간, 외출 전 옷차림과 화장 등에 들이는 시간 모두를 노동의 일부라고 해석한다. 나아가, 이성애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여성(성)이 “콘텐츠로 생산”되어 수용자에게 선별적으로 전달될 때, 콘텐츠 이면의 (디지털 혹은 꾸밈) 노동적 측면은 삭제되고, 수용자로 하여금 이를 (무분별하게) 욕망하고 모방하게 하는 구조를 문제시한다. 즉, 타인의 게시물을 단순히 열람하는 이용자든, 보다 적극적으로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직접 게시하는 이용자든, 밀레니얼 여성들에게 인스타그램은 생산 활동인 동시에 소비 활동이며 무엇보다 젠더 수행의 측면을 띤다.

우리가 이렇게 인스타그램 안팎의 공간을 점유, 이용하는 동안 수행하게 되는 디지털 노동은 인스타그램이라는 플랫폼에 이익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나의 몸과 행동을 규제하는[9] 형태로 이어진다. 흔히 가상공간은 자유롭고 평등하며 개방적인 세계(sphere)로 인식되지만, 실제로는 물리적 공간에 실재하는 (젠더) 규범을 복제 및 확대 재생산 하는 공간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으로 공간을 탐색하는 과정을 다시 떠올려보자. 무한히 이어지는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우리는 SNS 상에서 유통되는 꼭 “가봐야 하는” 카페, 그곳에 어울리는 옷과 메이크업을 한 다른 여성들, 그들이 올렸던 사진을 참고한 포즈와 구도 등에 노출된다. 이 모든 정보, 혹은 암시들은 여성이 “공적 공간에서 보여지지 않도록, 또는 작은 공간을 차지하도록, 또는 특정한 드레스 코드나 행동양식을 따르도록” 한다(정현주 2014: 289). 지금의 우리, 그러니까 밀레니얼 세대 여성들은 거울 앞뿐만 아니라 스크린 앞에서도 너무나 많은 시간을 너무나도 다르게 보내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젠더화 된 시간들은 물리공간과 가상공간, 생산과 소비의 경계를 허물며[10] 우리와 도시 공간의 관계를 이전에 없던 방법으로 써나가고 있다.

[9] 포디즘 관점의 기계적으로 움직이길 요구 받았던 노동자는 포스트 포디즘에 이르러 책상 앞에 앉아 있길 요구받는다. 신경제 내의 노동자(creator)는 콘텐츠를 생산해 내기 위한 계획, 꾸밈, 이동, 소비 등 일련의 과정에서, 또한 이를 수용하기 위해 스크린을 응시하고 손가락을 조작하는 과정에서 몸의 움직임을 통제받는다고 볼 수 있다.
[10] 페미니스트 지리학은 기존의 남성중심적, 이분법적 도시 공간 독해를 비판하고,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marginalized)의 도시 경험을 기록, 연구하는 학문이다.


참고문헌

  • 김애라(2016). “소녀들의 디지털 노동 로맨스; 신경제 징후적 여성 노동”, 『문학과 사회』, 제 29집 4호, 50–63쪽.
  • 이수안(2017). “도시공간 향유의 인스타그램 분석 과정에 대한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적 해석”, 『사회사상과 문화』, 제 20집 1호, 219–254쪽.
  • 정현주(2014). “공간적 사유와 젠더: 한국 공간환경 연구에서 페미니스트 접근 위치지우기”, 한국공간환경학회추계학술대회, 287–293쪽.
  • Abidin, C.(2016). “Aren’t These Just Young, Rich Women Doing Vain Things Online?”: Influencer Selfies as Subversive Frivolity, Social Media and Society, 2(2).
  • Carah, N., & Dobson, A.(2016). Algorithmic Hotness: Young Women’s “Promotion” and “Reconnaissance” Work via Social Media Body Images, Social Media and Society, 2(4).
  • Duffy, B. E.(2016). “The romance of work: Gender and aspirational labour in the digital culture industries”, International Journal of Cultural Studies, 19(4), PP. 441–457.

글쓴이

Fwd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One thought on “도시와 젠더: “뜨는” 장소와 “띄우는” 노동”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