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결에 부쳐:

판결문이 말한 것과 말하지 않은 것

2019년 4월 11일, 낙태죄가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았다. 낙태죄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약이며 헌법정신에 위배됨을 드디어 인정한 것이다. 지금까지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국가의 통제에 저항하고 낙태죄 폐지를 위해 힘써 온 수많은 이들의 노력에 사랑과 감사, 존경을 드린다.

이번 판결문은 인공임신중절과 관련하여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헌법상의 기본권으로 인정했다. 이제 우리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상을 상상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여전히 ‘태아의 생명권 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라는 구도를 유지한다. 이는 태아가 인격으로 인정되는 시기에 대한 논란을 수반하고, 인공임신중절의 ‘결정가능기간’을 몇 주로 설정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을 되풀이하게 한다. 결국 여성의 재생산권은 제한적으로 보장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판결문에서 여성의 자기결정권은 인정되었지만, 그를 보장할 책임 소재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국가의 책임은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하는 것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게다가 모자보건법 14조의 우생학 조항과 같이 생명의 위계를 설정하는 관점을 폐기하지 않은 채, ‘사회경제적 조건’만을 첨가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이제는 판결문이 말한 것을 넘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낙태죄 폐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조만간, 머지않아 새로운 법이 마련될 것이다. 그 법은 국가가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통제하고 생명의 탄생 여부를 결정하는 법이 아니라, 여성의 재생산권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만들 것이다.

*본 글의 마지막 문단은 성과재생산포럼의 『배틀그라운드』중, “낙태죄 폐지는 시대의 상식이 되었고, 조만간, 머지않아 법이 마련될 것이다. 그렇게 만들 것이다(23쪽)”를 오마주한 것이다.

글쓴이

Fwd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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