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여학생회 폐지에 관한 소고 (1) 부록: 총여학생회 폐지 과정 경과

🌙상상 / ☁️미현

총여 폐지 사태를 처음으로 겪은 곳은 연세대학교이다. 연세대 제29대 총여학생회 ‘모음’(이하 <모음>) 폐지는 인권축제에서 시작한다. 인권축제는 학내 소수자를 가시화하고 소수자 집단의 역량 강화를 위한 행사이다. 총여학생회의 설립 목적 역시 인권축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권축제가 총여학생회를 없애는 계기가 된 이 아이로니컬한 상황은 매우 상징적이다. 2018년 제2회 연세대 인권축제기획단은 섹스 칼럼니스트 은하선 씨의 강의를 준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대자보와 시간표 어플 ‘에브리타임’(이하 에타)의 익명게시판을 중심으로 은하선 씨의 강연이 학내에서 진행되면 안 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은하선 강연 반대 서명운동’이 시작되었다. 1300명이 이에 서명했고, 학생들과 학부모의 항의 전화로 학교 측에서는 강의가 진행되기로 했던 강의실을 취소했다. 이러한 반대에도 강연은 그대로 진행되었고, <모음>은 “여성주의는 취소될 수 없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강연이 진행된 다음날, 총여가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연을 강행했다며 “제29대 총여 <모음>퇴진 및 총여학생회 재개편[1]” 서명운동이 시작된다.

[1] 재개편안은 다음과 같다. 1) 총여학생회를 학생인권위원회로 통합할 것, 2) 그 구성원과 피/선거권자를 학적부상 남학생까지 확대할 것.

연세대 학내 페미니스트들은 이에 맞서 ‘우리에게는 총여학생회가 필요합니다(이하 <우총필>)’라는 커뮤니티를 결성하여 총여학생회 재개편에 대한 반대 운동을 시작했다. 학내 여러 소수자 인권단체와 연대하여 온/오프라인으로 총여학생회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게시물을 업로드했으며, 총투표 안건을 심의하는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총여 재개편 반대’측의 발제자로 46시간 동안 열린 회의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총여 재개편 총투표 시행안이 가결되었다. <우총필>은 학생 총투표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학생 총투표 보이콧운동을 벌였다. 그러나 6월 13일부터 3일간 진행된 학생 총투표 결과 투표율 55.16%, 재개편 찬성률 82.24%로 해당 안건이 통과되었다. 현재 연세대 총여학생회는 재개편 TFT를 진행하는 동시에 제30대 총여학생회 ‘프리즘’이 30대 총여학생회를 꾸려나가고 있다.

성균관대학교는 페미니즘이 학내 이슈로 부상하기 이전, 이미 한차례 총여학생회의 존폐 위기를 겪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운영되던 총여학생회는 2007년을 기점으로 그 힘을 잃었다. 총여학생회에 출마할 후보자가 나오지 않은 것이다. 2008년에 총여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후보자가 나오지 않아 결국 2009년 이후부터 회칙에는 존재하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지 않는 기구로 남게 되었다. 자연캠퍼스에서는 이러한 흐름에서 이미 2014년에 총여학생회가 폐지되었다.

지난해 성균관대학교(인문캠퍼스)에서 총여학생회를 폐지하자는 총투표가 진행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총여학생회 재건운동에서 시작되었다. 2018년 9월, 인문과학캠퍼스 남정숙 교수 미투 폭로 이후 중앙운영위원회에서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를 계기로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이하 <성성어>)’라는 단체가 구성되었다. 이들은 2009년 이후부터 운영되지 않던 총여학생회를 재건하자는 운동을 시작했다. 중앙운영위원회는 총여 회칙의 정당성을 부인하며, 회칙이 개정되어야만 선거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리고 이는 총여학생회의 존폐 여부를 결정할 총투표를 발의하는 데까지 이어진다. 2018년 10월, 결국 총투표는 실시되었고 여러 투표 부정행위[2]에도 불구하고 ‘총여학생회 폐지’안건이 가결되었다.

[2] 알려진 바로, 성균관대학교에서 총투표 시행세칙은 부재했으며, 멘토스를 나누어주고, 마지막 날에는 지나가는 학생 붙잡아 투표 여부를 묻는 등 도 넘은 투표 독려 행위가 있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3일간 투표를 마치고, 최종 투표율이 50%를 넘지 않았다는 점 외에 아무런 정당한 사유 없이 투표일을 하루 연장했고, 연장일까지 포함한 투표율 52.4%을 달성하여 결국 총투표 안건이 가결되었다.

앞선 두 학교의 총여 폐지 혹은 재개편 과정은 동국대학교의 총여학생회 폐지의 선례가 되었다. 동국대학교에서는 총여의 존폐 여부를 논해야만 하는 직간접적인 계기가 없었으며, 총여 폐지의 시발점은 총대의원회의 회칙 개정에서 볼 수 있다. 총대의원회는 대의원총회를 통해 ‘총투표는 학생총회의 정족수가 미달되었을 시에만 진행할 수 있다’는 총투표의 전제조건을 ‘정회원 500명의 서명으로 총투표를 발의할 수 있고, 그 진행은 선거 시행세칙을 따르겠다’고 개정했다. 곧바로 이틀 뒤엔, 학내 익명 사이트를 통해 총투표로 총여학생회 폐지를 요구하자는 서명안의 링크가 유포되고, 이 온라인 서명에 530명이 참여했다. 총대의원회는 이에 온라인 서명의 경우 대리서명과 위조의 가능성이 있고, 발의자 명단 공개에 필요한 개인 정보 공개 동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며 오프라인 서명으로 재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다. 오프라인 서명에는 정회원 710명이 서명했고[3], 총대의원회는 이 서명을 근거로 ‘동국대학교 총여학생회를 폐지하고, 관련 회칙을 모두 삭제한다’라는 안건으로 총투표 시행을 공고했다. 총학생회 선거와 함께 총투표를 진행하기로 결론 내린 것이다.

[3] 이 서명의 명단은 지금까지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다.

동국대학교 내 페미니스트들은 총투표 마지막 날에 여학생 총회를 개회하기로 결정했다. 앞선 두 학교에서 총투표 보이콧 등의 저항에도 총여가 폐지된 것을 지켜본 뒤라, 이들은 “반대 찍고, 여총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정족수에 달하는 여학생이 모여 여학생 총회는 성사되었고, 모든 안건을 의결했다. 그리고 이들은 총여 폐지 이의 제기 연서명 384명의 명단을 총대의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결국 ‘총여학생회의 폐지’로 결정되었다.

총여학생회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는 이전부터 있어왔다. 2014년 중앙대를 비롯하여 홍익대와 서울시립대 등 이미 많은 학교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되었다. 앞서 성균관대의 사례처럼 후보가 등록되지 않아 사실상 유명무실하거나, 그러한 흐름 속에서 폐지된 전례가 있던 것이다. 그렇지만 지난해 총여 폐지 논란은 총여학생회 활동이 활발하게 이어지는 와중에 떠올랐으며, 학생대표자 회의와 같은 전체 학생회 기구를 거쳐 전체 학생 투표(총투표)를 거쳤다는 점에서 이전의 총여학생회 활동이 위축된 시기의 폐지와는 다른 맥락 위에 있다.


참고 문헌

  • 동국대학교 31대 총여학생회 무빙·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연세대학교 29대 총여학생회 모음(2018). “그 민주주의는 틀렸다 : 2018 총여 백래시 연말정산 포럼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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