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IWFF] 쟁점포럼 스케치: ‘여성 몸들’은 어떻게 배치되는가? 클럽, 룸, 밀실에서의 여성들

👻보라돌이 / 🌙상상 / 🎶송유진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개막한 지 3일이 지난 8월 31일, 마포 문화비축기지의 한 홀에서는 영화제의 정기 학술 행사인 쟁점포럼이 개최되었다. 이번 포럼의 제목은 “선을 넘은 남자들, 벽을 깨는 여자들: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로, 클럽 버닝썬 등 올 한 해 주요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여성의 몸이 착취당하고 거래되는 개별적인 양상에 주목함은 물론, 그것을 둘러싼 정치경제적/사회적 구조를 조망하고, 이를 여성 재현이라는 또 다른 차원과 연결지어 고민해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본 포럼을 통해 Fwd의 필진들은 여성의 몸이 거래될 수 있게끔 하는 구조는 무엇인지, 이는 어떤 경제적 원리를 통해 추동되고 있는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어 왔는지, 이러한 재현을 넘어서기 위해 우리가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상상은 어디를 향해 있는지를 고민해볼 수 있었다.

여러 작품들이 한창 상영되고 있던 시간대였음에도 불구하고, 본 포럼은 많은 이들의 참여와 관심, 질문 속에서 진행되었다. 권김현영(한국예술종합학교 객원교수)의 사회 하에 발표는 김주희(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배주연(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겸 서강대 트랜스내셔널인문학연구소 연구교수), 황유나(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 세 연구자에 의해 구성되었고, 이어서 황미요조(여성주의 영화연구자, 서울대), 이영재(성균관대 비교문화연구소 선임연구원) 두 토론자의 토론이 이어졌다. 생생한 쟁점포럼의 현장에서 어떤 이야기들이 오고갔는지, 객석에서 나온 질문들에는 어떤 쟁점들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Fwd의 필진들은 그 속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키워드 속에서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는지, 지금부터 함께 들여다보자.

클럽의 성-정치경제학: ‘여성들이 모여있다’는 것을 금융적으로 어떻게 번역 가능한가?

사회자 권김현영은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라는 주제가 오랫동안 픽션의 형태로만 접근 가능했으며, 실은 연구하기 매우 어려운 주제라고 소개했다. 수많은 한국 영화가 클럽과 룸살롱 내의 장면을 재현하지만, 불법과 합법 그 경계 사이에서 유지되는 ‘업계’ 내부의 역동에 구체적으로 접근하기란 매우 어려울 것이다. ‘버닝썬 게이트’에 연루된 남성사업가들은 실제로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리고 ‘버닝썬 게이트’에 대한 일련의 사법적 결과는 그러한 입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 보인다. 수많은 여성들의 분노를 ‘물의’라고 표현한 것도 어이없었지만, 승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등 실제로 일이 이렇게 흘러가니 그 관행을 유지하는 역동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주희는 많은 이들을 경악케 한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의 양상이 한류스타 승리가 ‘포주’였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한국사회에서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었음을 밝히며 발표를 시작했다. 발표에 앞서 김주희는 “‘여성들이 모여있다’는 것이 돈이 된다”는 전제가 여성의 몸을 담보화하는 금융화 산업 전반의 핵심 기제임을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승리를 성공한 사업가로 등장하게 한 배경에는 금융자본주의와 “여성의 몸을 담보로 굴러가는 성매매 구조의 역동”이 존재한다는 것이다[1]. ‘버닝썬 게이트’에서 연일 공개되는 경악스러운 장면 안에는 남성한류스타이자 성공한 사업가 승리를 키워낸 수많은 한국여성들의 얼굴과 몸이 있었다. 승리가 보증하는 거대한 여성 팬덤, ‘입뺀’을 통해 클럽에 통과한 일정수준 이상의 여성들, 그리고 ‘죽은 여자들(클럽에서 약에 취했거나, 정신을 잃었거나, 강간 장면이 영상으로 촬영된 여성들)’이 모여있음은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 즉 앞으로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회적 신뢰가 되었다. 금융적인 언어로 번역하자면 클럽 버닝썬의 ‘신용’이 ‘클럽 안에 모인 여성들의 몸’을 통해 확보된 것이다. 

[1]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저작들에서 참조.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쟁점포럼 자료집(2019), “선을 넘은 남자들, 벽을 깨는 여자들: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 김주희(2015), “한국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김신현경, 김주희, 박차민정(2019).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반비.

이처럼 버닝썬이 작동하는 정치경제학을 살펴볼 때에는 ‘테이블의 성경제’를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즉 여성들의 몸을 담보로 하여 회사의 투자가능성을 확장시키는 그 경제 구조를 면밀히 들여다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정치경제적 맥락 속에 있는 여성들은 어떤 주체일까? 토론자 황미요조는 “성산업에 명시적으로 고용되지 않은 여성들의 주체성 혹은 주체화 과정은 어떻게 논의가 가능한지”에 대해 질문했다. ‘성매매’에 대한 논의에서 빠지지 않고 제기되곤 하는 이 주제에 대해 김주희는 여성들의 행위성/주체성을 이야기하기보다는, 그들이 처한 구조 속에서 취하는 전략들이 있으며, 그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고 답했다. “행위성 혹은 주체성이 있다”는 언술은 마치 이들이 ‘구조로부터 자유로운 행위자’라는 말과 혼동되어 구조에 대한 분석과 문제제기를 자칫 멈추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흥의 아웃소싱[2]과 재남성화 노동

그렇다면 소위 ‘유흥업소’에서 거래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의 활동가 황유나는 “‘흥’의 아웃소싱”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발표를 시작했다. 한국에서 ‘성매매’는 강제성과 성기결합의 유무라는 이분법적인 틀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상에서 범람하는 ‘유흥업소’에서의 ‘접대’는 공론화되고 있지 않다. 이에 황유나는 “단순히 성기결합이 없다는 이유로 유흥업소에서 일어나는 ‘성매매’가 회색지대로 남아있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2] outsourcing, 황유나는 원래 뜻인 신자유주의 경제 체제에서 기업의 이익을 증대시키기 위해 고안된 노동유연화의 대표적인 방식이며, 보통 고용관계의 변화 중 간접고용을 다룰 때 사용되는 개념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발표문에서 황유나는 아웃소싱을 “효과는 보되 책임은 지지 않는” 사회 현상을 가리키는 말로 쓰고 있다. 황유나는 아웃소싱과 외주화라는 말을 동시에 쓰고 있다.

유흥업소는 ‘흥’이 거래되는 곳이며, 따라서 유흥종사자의 일은 ‘손님들의 흥을 돋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흥업소에서 거래되는 ‘흥’의 내용은 무엇일까? 황유나는 남성 손님에게 “갑의 감각”을 느끼게 하면서 “갑이라는 즐거움”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갑의 우월함을 느끼는 데에 필수 단계가 남성 손님이 자신들의 옆에 앉아 시중을 들 여성들을 고르는 ‘초이스’이다. ‘흥’이 깨지는 순간은 손님들의 갑 행세에 위기가 올 때이다. 이럴 경우 여성들은 ‘뺀찌’를 당할 수 있고, 이는 수입에 바로 영향을 끼치게 된다. 따라서 여성 종사자들은 남성손님들에게 ‘갑’으로서 대접받고 있다는 감각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수행을 한다.

따라서 여성종사자들이 남성손님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하는 수행의 핵심은 소위 “우쭈쭈 노동”이라 할 수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남성 손님의 자기자랑 얘기에 대한 맞장구부터 잔에 얼음이 얼마나 남았는지 보고 얼음을 채워주는 일, 술에 취한 남성 손님들의 물건을 챙겨주는 일 등이다. 이러한 수행은 황유나의 말에 따르면 마치 “애기돌보미” 노동같은 것이다. 토론자 황미요조는 이렇게 유흥업소에서 판매되는 것이 신체에 대한 접근성이나 섹스 뿐만 아니라 ‘재남성화’를 위한 노동이며, ‘자기돌봄’의 노동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재남성화’란, 여성종사자들이 남성손님을 평가했던 “밖에서 얼마나 대접을 못 받으면 여기와서 대접 받으려고 할까?”라는 말에 함축되어 있다. “밖에서 대접을 못 받”은 남성들은 “여기(유흥업소)와서” 여성의 인정과 돌봄이라는 “대접받음”을 통해 남성성을 회복하는 것이다. 황미요조는 이 과정에서 여성종사자들이 다정함과 부드러움이라는 성별분업적 수행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여성종사자의 또 하나의 역할은 남성손님들 간의 위계적이고 경직된 비즈니스 관계를 풀어주고, “레크레이션 강사처럼” 분위기를 띄우는 것이다. 이는 ‘룸’이라는 사적 공간이 공적인 ‘비지니스’ 공간의 연장선이라는 한국 남성 비즈니스 문화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게 황유나는 유흥업소에서 남성들 스스로가 해야하는 ‘관계(맺기)의 수고’, 그리고 이에 수반되는 “수모”가 여성들에게 아웃소싱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아무도 여성종사자들에게 이러한 수행을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으며, 여성종사자들은 “알아서” “눈치”와 “센스”로 배우고 파악한다. 이들이 룸 안에서 구체적으로 하는 남성들의 재남성화와 자기돌봄의 노동은 ‘흥을 돋우는 일’이라는 애매하고 추상적인 말 안에 묻혀있을 뿐이다. 황유나는 이런 바로 이 ‘흥 돋우기’ 수행의 애매함 속에서 유흥업소 접대 과정에서 나타나는 위험부담마저 외주화되어 여성종사자가 모두 감당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노동을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자, 즉 책임자는 없고, 모든 노동과 결과물의 책임은 여성 개개인에게 귀속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이 흥의 ‘아웃소싱’이라는 개념이 유흥업소 여성종사자들의 수행을 설명하기에 적절한 이유이다.

여성 재현과 ‘밀실’이라는 장치

다른 두 발표를 통해 클럽과 룸살롱의 정치경제,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여성들의 구체적인 실천에 대한 논의가 나왔다면, 배주연의 발표에서는 여성 재현과 공간의 문제가 중심이 되었다. 우선 발표는 한국 영화사에서 여성, 특히 성매매하는 여성이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어 왔는지를 개화기 조선의 카페/빠의 여급들에서 시작해 텐프로 마담의 시기까지 개괄하고, 이들에 대한 재현과 공간이 맺고 있는 관계, 구체적으로 ‘밀실’이라는 공간과 연결지어 상상되는 방식을 점검하는 형태로 이어졌다.

그간 여성의 공간, 특히 성매매하는 여성의 공간은 주로 ‘밀실’로 상상되어 왔다. 여기서 밀실이란 사방이 막혀 있는 은밀한 공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여성들이 못박혀 살아가는 공간임과 동시에 “남성의 욕망과 국가 이데올로기가 결합되는 장”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또한 밀실은 여성에게 있어 대단히 억압적인 장소를 의미하기도 한다. 예컨대 다락방의 미친 여자에 대한 여러 재현들은 다락방, 곧 사방이 막혀 외부와 교류할 수 없는 공간이 여성에게 가져다주는 공포와 억압, 소외를 보여준다. 이러한 공포는 다락방 혹은 밀실이 공간적으로 단절되어 있는 곳은 물론, 나아가 외부의 일상적인 시간성으로부터도 고립된 곳, 즉 그야말로 어떤 종류의 소통도 불가능한 곳으로 상상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주디스 핼버스탬(Judith Halberstam)은 퀴어한 시공간성에 대한 논의에서 이성애중심적 정상가족의 시간성에 속하지 않는 이들의 시간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 사회에서 백인중심의/중산층적인/이성애중심적인/자녀생산의 시간성은 일종의 규범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따라서 여기 속하지 않는 이들의 시간은 일시적이고 변칙적인 것으로 인식된다는 것이다(Halberstam, 2005). 이 퀴어한 시공간 속에 놓여 있는 이들은 다름아닌 퀴어, 유색인종, 자녀를 출산하지 않는 여성, 그리고 아마도 밀실 속의 여성들이다. 이들은 규범적 시공간성으로부터 축출된 존재로서 어딘가를 표류하거나, 반대로 밀실에 갇혀 흐르지 못하는 존재로서 상상된다. 그리고 이러한 상상은 남성중심적 욕망을 정당화하려는 기획과 맞물려 우리를 둘러싼 재현들을 구성해 왔다.

그렇다면 한정된 재현의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포럼 발표 후 토론 중에 제기되었던 ‘이동성’의 키워드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주희는 성매매 여성들이 보통 고정된 시공간 속에 박제되어 있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 여성들은 산업구조 안에서 다양한 이동을 상시로 경험하고 있다고 본다. 성형, 다이어트, 지역 이동 등을 통해 여러 위치와 계급을 넘나들며, 자신의 ‘급’을 높이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자기관리 기획을 실천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등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이미지 또한 유효하다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소공녀>에서 주인공은 집 없이 떠돌아다니면서도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 불안정하거나 ‘불완전’하지 않은 캐릭터로 등장한다. ‘집’이 여성이 항상 머물러야만 하는 장소이자 또 그 자체로 여성을 의미하기도 하는 기표로 활용되어 온 맥락을 고려했을 때, 이를 떠나 새로운 시공간 속에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가 우리에게 부여하는 바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실제 산업구조 속의 여성들과 재현으로서의 여성들은 모두 현기증이 날 만큼 복잡한 이동들을 경험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살펴 본 밀실 속 갇힌 여성에 대한 재현은, 어쩌면 무엇인가 실재한다고 믿게 만드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장치’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밀실이라는 장치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여러 전제조건들이 필요하다. 수동적이고 갇혀 있는 여성, 일방적인 억압과 착취, 고정된 시계와 흐르지 못하는 공간의 이미지들. 물론 밀실에 갇혀 있음으로써 실제로 느끼는 여성들의 공포와 고립감의 감정을 전면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밀실이 부동의 종속이 아니라 담론과 재현을 통해 만들어진 사회적 장치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때, 우리는 비로소 다른 관점에서의 논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나가며

‘명확히 실재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대상에 대한 인식은 견고하며, 이에 적합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분석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방식들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현실 속의 여성과 재현 속의 여성은 서로 다른 층위에 있지만, 담론과 실재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만나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구성되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은 룸살롱과 클럽의 여성들을 바라보는 다양한 접근방식을 제공함으로써 장차 이어질 분석의 방향성을 제시했다. 예컨대 밀실을 일종의 장치, 즉 재현과 실재를 꿰뚫는 장치로 이해함으로써 우리는 사적 공간을 떠나 온 여성들이 어째서 공적 공간에서 다시 밀실과 마주치는지, 혹은 그 스스로가 벗어날 수 없는 밀실이 되어 계속해서 동일한 문제-성희롱, 강간, 고립과 소외-를 경험하는지 설명할 수 있게 된다. 객석에서 나온 질문대로, 몇 년 새 이어지고 있는 미투운동은 밀실과 광장을 나누는 구분 기준이 허위에 불과함을 지적하고, 지속적으로 여성들에게 부착되는 장치로서 밀실을 폭로하는 기획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포럼의 제목이었던 “벽을 깨는 여자들”이라는 표현 또한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이는 자신의 의도와 관계 없이 결과적으로 벽을 깨는 방식으로 이동할 수 밖에 없는 여자들을 의미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을 토대로 계급 간 상승-하강의 곡선을 그리며 이동하는 여성들, 노동으로 이름붙여지지 못한 노동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여성들, 갇힌 서사 속에서도 실은 다양한 공간을 넘나들고 있는 여성들. 이들은 섣불리 무기력한 ‘피해자’ 혹은 긍정적 ‘행위성’을 지닌 존재로 환원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일상적 노동과 수행을 통해 ‘벽’ 자체가 일종의 허구이자 만들어진 규범임을 증명한다. 또 룸살롱의 여성, 클럽의 여성을 상상하는 친숙한 관습으로부터 벗어나 이들을 구체적이고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하려는 본 포럼의 시도 역시 “벽을 깨는 여자들”의 시도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재현과 상상의 벽을 허무는 일과 실제 분석 상의 관습을 이겨내는 일은 분명 맞닿아 있다. 이번 포럼을 통해 벽을 깨는 실천과 분석에 대한 더 많은 시도들이 생겨났기를 바라며, 이번 기획 기사의 끝을 맺는다.


참고 문헌

  • 김신현경, 김주희, 박차민정 (2019). 『페미니스트 타임워프』. 반비.
  • 김주희 (2015). “한국 성매매 산업의 금융화와 여성 몸의 ‘담보화’ 과정에 대한 연구”. 이화여자대학교 박사학위논문.
  •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쟁점포럼 자료집 (2019). “선을 넘은 남자들, 벽을 깨는 여자들: 룸, 테이블, 클럽의 성정치”.
  • Halberstam, Judith. (2005). In a Queer Time and Place, NYU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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