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3 “친밀성을 팝니다” & “페미니즘 사세요”를 닫으며

🎶 송유진

오늘날 우리가 신자유주의적이고 지극히도 자본주의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말은 너무나도 많이 반복해 입이 다 아플 지경입니다. 그야말로 온갖 것이 온갖 방식으로 거래되고 소비되는 세상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랫동안 다종다양한 형태로 거래되어 온 대상은 아마 여성의 몸과 이미지일 것입니다. 여성의 육체와 그 육체를 구성하는 섹슈얼리티, 그리고 사회적으로 규정된 여성의 이미지는 천문학적인 재화가 오고 가는 길목이자 무수한 욕망이 모여드는 장으로 위치 지어져 왔습니다. 한편으로는 여성을 소비의 주체로서 자리매김하려는 시도들도 다양하게 이루어졌습니다. 여성은 무수히 다양한 이름-‘신여성’, ‘가정주부’, ‘사모님’ 등등-을 통해 소비 주체로 호명되어 왔고, 오늘날 백화점을 누비며 플래티넘 카드로 명품을 척척 구매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는 일은 녹록지 않습니다. 따라서 여성과 소비, 여성과 자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인 동시에 대단히 위험한 일이기도 합니다. 여기저기 구멍이 뚫린 천을 꿰매는 것처럼, 잠깐 방심하면 지극히도 익숙한 여성혐오적 결론을 향해 휘말려 들어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여성과 소비, 거래에 대한 기획을 준비하면서 Fwd의 필진들이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어떻게 하면 소비주의에 대한 익숙한 비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였습니다. 소비주의적 경향에 대한 비판, 나아가 소비주의에 ‘먹혀버린’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은 이미 여러 차례 전개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중 대부분은 페미니즘이라는 두터운 개념-정치적 의제이자 진지한 실천 운동-이 납작해진 채 떠돌아다니는 상황을 우려하면서, ‘노동’ 혹은 ‘정치적 혁명’ 등 본연의 가치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폅니다(자이슬러, 2018). 자본주의적 흐름에 의해 ‘도둑맞은’ 페미니즘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 역시 이러한 연장선으로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니나 파워, 2018). 하지만 여성 혹은 페미니즘의 기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무수한 거래를 목격하기 위해서는 위와 같은 시각 이상의 것이 필요합니다. 시장과 일상생활의 영역에서 여성 재현, 여성 서사, 여성의 물질성, 남성성, 친밀성 등이 쉴 새 없이 거래되고 있는 이상, 정치 의제로서의 페미니즘이 시장에 ‘오용’되고 있다는 식의 설명은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여성과 소비, 거래에 대한 익숙한 비판에서 벗어나 보다 세분화되고 다층적인 영역으로 뻗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많은 이야기를 꾹꾹 담아낸 이번 기획은 위의 문제의식에 답하려는 개별적인 시도들이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보라돌이와 상상, 오온은 ‘오빠 투어’라는 기괴한(?) 산업을 통해 초국가적으로 거래되는 ‘오빠성’과 이를 구성하는 K-pop 팬덤의 욕망을 살폈습니다. 하지만 ‘오빠’라는 호칭 자체가 함축하고 있는 나이 위계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 또 K-팬덤 문화 뿐 아니라 K-드라마 서사를 통해 구성되는 욕망의 문제에 대해 다루지 못했다는 점을 아쉬움으로 남겼습니다. 나루는 리얼돌에 대한 글을 통해 여성 신체에 대한 남성들의 욕망이 리얼돌이 갖는 모순적인 물질성 앞에 어떻게 좌절되는가를 다루었습니다. 많은 반응을 불러일으킨 글인 만큼, 앞으로 리얼돌과 남성 섹슈얼리티에 대한 정교한 연구를 통해 현장에 대한 경험적 지식과 필자 자신의 주장을 보다 긴밀하게 엮어보고픈 욕심이 있습니다. 허주영은 오늘날의 여성서사 운동이 ‘여성’이라는 생물학적 기표에 천착하게 되는 과정을 분석했습니다. 여성서사 운동은 하나로 귀결되지 않는 불투명한 삶의 모델을 요청하며, 운동의 주체들은 이제는 서사 밖이 아니라 서사 안에서 부딪치고 흔적을 남기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이 여성서사 운동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질문하기 위해 시작된 이 글이 더욱 구체적인 분석을 담지 못해 아쉽지만, 앞으로 관련한 문제의식을 꾸준히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만두는 페미니즘계의 피드백 운동이 수동적인 소비자로서의 위치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짚으며, 여성주의 운동이 서로의 감정을 담보삼지 않으면서 나아갈 수 있는 길은 어디인가를 질문했습니다. 페미니스트와 기업 간의 사례에 더하여 청와대 청원 등 페미니스트와 정부 간에 전개된 피드백 운동의 사례를 함께 분석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디지털 기반 페미니스트 운동에 투여되는 여성들의 노동과 감정에 대한 이야기는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다고 합니다. 젊은쥐는 국제적인 하이 브랜드에서 히잡을 판매하는 전략을 살피면서, 서구권에서 이슬람 여성들이 정상 시민으로 받아들여지는 과정에 새로운 층위의 억압이 작동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슬람/무슬림에 대한 배타적인 담론은 사회에서 여러 타자를 구성하는 방식 자체와 비슷합니다. 이 글이 소수자에 대해 더 깊은 고민을 안고 있는 페미니스트 정치학을 위한 노력으로 읽히기를 바란다고 합니다.

기획의 변에서 밝혔듯이, 필진들은 막막함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모순된 감정 속에서 이번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평소 흥미를 갖고 있던 현상들에 주목하며 대체 이 안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 거래를 가능케 하는 욕망은 어떻게 구성된 것이며 또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꼬치꼬치 캐묻는 과정은 문제의식을 끝없이 세밀화하는 동시에 폭발적으로 넓혀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번 기획을 통해 시작된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물어 또 어떤 연구로 이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릅니다만,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고 계속되어 궤적처럼 남아있는 글이 되었으면, 그것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여실히 느껴지는 글이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Fwd의 필진들은 이번 기획을 통해 얻은 질문과 에너지를 가지고 다시 다음 기획을 준비하러 갑니다. 다음에는 또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돌아올지 기대해주세요!


참고 문헌

  • Power, Nina.(2009). One Dimensional Woman, Zero books, 김성준 옮김(2018), 『도둑맞은 페미니즘』, 서울: 에디투스.
  • Zeisler, Andi.(2016). we were feminists once: From riot grrrl to CoverGirl, the buying and selling of a political movement, Public Affairs, 안진이 옮김(2018), 『페미니즘을 팝니다: 우리가 페미니즘이라고 믿었던 것들의 배신』, 서울: 세종서적.

글쓴이

Fwd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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