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대의 주식투자 광풍이 가리는 것들

🍀 싱두

주식 안 하면 바보?

팬데믹이 불러일으킨 바람 중 주식 투자 열풍만큼 사람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작년 초 코로나19 위기는 주식 시장에 큰 타격을 입혔다. 향후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얼마만큼, 어떻게 영향을 끼칠지 아무도 정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주요 경제지표로 손꼽히는 코스피 지수는 그 불확실성을 반영해 하룻밤 새 1,400원 선으로 떨어졌다. 우량주, 테마주, 실적주 등 성격에 상관없이 대부분 종목의 주가는 하락세를 탔다. 와중에 백신, 치료제, 마스크 등 코로나19 치료와 방역에 관련된 기업의 주가는 지수의 폭락과는 상관없이 연일 상한가를 이어나갔다.

코스피가 수개월 만에 바닥을 찍은 그 시점, 소위 말하는 ‘동학 개미’[1]들이 몸집을 부풀리기 시작했다. 몇몇 기반이 탄탄한 우량주들의 주가가 일시적으로 떨어진 지금 저가매수를 시도해야 한다는 중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모 대형 자동차 기업의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바닥을 찍었다가 회복 시기에 열 배 넘게 뛰었다는 소문은 개미들의 희망을 크게 부풀렸다. 그렇게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휴대폰에 증권거래 어플을 설치했고, 투자 전문가로 불리는 금융업계 종사자, 슈퍼개미[2]의 유투브 채널과 책을 탐독하며 자신들의 투자에 적용했다. 실제로 이때 주요 종목을 저가에 매수한 개인 투자자 중 일부가 코스피 회복, 3000선 돌파와 함께 큰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도시전설처럼 전해지면서, 이때까지 주식 시장의 변방으로 인식되던 개미들은 이제 지수 변화를 주도하고 시장을 움직이는 하나의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1]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급락한 주식 시장에 진입한 개인 투자자들의 활약을 동학농민운동에 빗대어 이르는 말. 기관, 외국인 등 거대 자본이 팬데믹 국면에서 주식을 대량 매도해 시장 지수가 떨어지자, 개인들이 그에 맞서 대량으로 주식을 매수해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2] 개인 투자자 중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어 유명해진 사람

이런 맥락에서 주식투자에 뛰어들지 않거나 ‘주린이’[3]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개인은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처럼 보인다. 코로나19라는 위기가 주식 시장에서 엄청난 기회로 바뀌었는데, 왜 이 흐름에 몸을 싣지 않느냐는 거다. 꽤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들리는 보충 설명도 종종 뒤따른다. 은행 예금 금리는 바닥이고,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는 상황에서 주식만큼 돈 불릴 수 있는 채널이 마땅치 않다는 것. 이 정도면 주식에 별 관심 없던 사람도 혹할 만하지 않은가? 나만 바보가 된 것 같다는 불안감과 초조함은 이 매력적인 문장을 실행으로 옮기는 데 필요한 연료를 공급한다.  

[3] 주식+어린이의 합성어로 주식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을 어린이에 빗대는 말. 어린이를 미성숙한 존재로 전제한다는 비판이 있는 표현임.

기관과 외국인을 이긴 개미들의 승전보가 연일 들려오고, 높은 수익률을 인증하며 투자 열풍에 더욱 불을 지피는 이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이 뜨거운 바람과 수익률 숫자 뒤에는 왜 이 시국에 어쩌다 이 수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하는 인간으로 거듭났는지, 혹은 거듭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고민이 충분히 있지 않은 것 같다. 팬데믹 시기에 주식 시장의 주체로 개인을 불러낸 힘은 무엇인지, 그 과정에 어떤 역동과 정치가 자리 잡고 있는지, “주식하는 문화”가 감염이 일상이 된 우리 사회의 어떤 면면을 드러내거나 숨기고 있는지, 이제부터 이에 대한 답을 찾아보면서 고민이 비어 있는 자리를 성의껏 채워보고자 한다.

코로나가 불러낸 국가, 대답 대신 투자 권유하기

2021년 새해가 밝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월 초, 이낙연 여당 대표는 “동학 개미가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새로운 힘으로 더욱 커지길 바란다”(기사 보기)라는 말을 언론을 통해 전했다. 코스피 3000선 돌파의 주역으로 떠오른 개미들을 독려하고, 올해 경제 회복 및 성장에 이들의 도움이 필요함을 강조한 이 발언이 차기 대권주자로 손꼽히는 이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은 꽤 의미심장하다. 이러한 흐름은 작년 말 문재인 대통령이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처음으로 동학 개미 운동을 언급한 것과 연결된다.(기사 보기) 문 대통령은 팬데믹 국면에 관이 뒷받침한 여러 ‘뉴딜 펀드’에도 5000만 원을 투자하여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대통령부터 여당 대표까지 합세해 개인들에게 주식 투자에 대한 모종의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팬데믹 국면에, 앞으로 어떤 경제 패러다임이 국가의 성장 논리를 뒷받침할 것인지를 짐작해볼 수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신자유주의 경제모델이 한국 사회에 정착한 이후, 생존은 오롯이 자기(개인) 책임이라는 관념이 여러 크고 작은 사건을 거치며 강화되었다. 발전 국가 시기 고도성장을 가능케한 강력한 국가라는 원동력은 닥쳐온 위기 앞에서 힘을 잃었고, 그동안 잘 드러나지 않았던 성장 중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천만 불 수출 기념탑 뒤에 가려진 저임금과 노동 착취, 가부장적인 노동 시장에서의 성차별과 폭력 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시민은 문제 해결과 위기 극복의 주체로 국가를 불러냈다. 그러나 이제 국가는 전면에 나서 문제 해결을 주도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개인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한발 물러나 있기를 선택했다. 또는 정부를 대신해 빈곤 및 사회 문제를 해결할 핵심 주체로 ‘사회적’ 주체(이를테면 마을 공동체, 사회적 기업가, 활동가 등)를 호명함으로써 국가와 정부의 역할을 이러한 행위자들의 활동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한정 지었다.[4

[4] 이승철(2020). “마을 기업가처럼 보기: 도시개발의 공동체적 전환과 공동체의 자본화”, 『한국문화인류학』, 제 53집 1호, 101쪽.

그러나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재난은 이전처럼 개인과 사회가 아닌, 다시금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시민을 인구 단위로 관리하는 관 주도의 대응 기관이 필요하고, 이동권과 같은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치들은 정부 기구의 행정 명령으로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재난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 양극화된 상황에서, 국가는 제한 조치로 피해를 본 이들과 사회적 취약계층, 불안정한 청년들, 소상공인 등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여러 코로나19 경제 대책을 내놓았다. 4차례에 걸친 추경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계층별/업종별/항목별로 지원 방향을 세분화하여 코로나19 피해 여파를 최소화하고자 했다.[5]

[5]  자세한 내용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코로나19 경제대책(페이지 보기) 항목 참고.

팬데믹 장기화 국면에 와있는 지금, 국가는 재난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 완화와 취약계층 보호에 어떻게 개입하고 역할을 하려 했는지에 대한 지난 1년 반 사이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증권시장에서는 최초로 코스피 3000선을 돌파해 축포를 울렸던 반면, 실물 경제에서 소득분배지표가 악화되고 취약계층은 붕괴 직전에 도달했다.[6] 일각에서는 K자 회복을 언급하며 앞으로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 경고한다. 구체적인 통계 지표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길거리에 나붙은 임대문의, 폐업 전단과 경영난으로 해고된 사람들,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모두의 일상 곳곳에 존재한다. 우리는 이들의 이웃으로서, 동시에 당사자로서 불평등한 재난을 겪어내고 있다. 전례 없는 전염병이 초래한 이 ‘위기’는 우리 사회 안전망이 이때까지 얼마나 헐겁게 엮여있는 상태였는지도 더욱 뚜렷하게 드러냈다. 

[6] “분배지표인 균등화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72배를 기록했다. 소득 상위 20%가 소득 하위 20% 대비 4.72배 많은 소득을 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 보조금 없이는 전체 소득도 감소할 만큼 경제활동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는 의미다. 사업소득은 200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최대 폭으로 줄었다.”, 강진규(2021년 2월 18일). “소득분배 더 악화…홍남기 “추경 속도낼 것””. 한국경제.

사회 안전망 확충과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요구하는 이들은 유럽 대륙의 보편 복지 국가 모델을 자주 예시로 든다. 그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소극적이거나 때로 회의적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세금을 많이 걷는 것도 아니고 기축통화[7]를 발행할 수 있는 나라도 아닌데, 나라 곳간을 너무 많이 열어버리면 국가 재정안정성에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옹호한 여당과 국무총리의 입장에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는 말로 반박한 경제부총리는 재난지원금 선별 지원을 꾸준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갈등 상황에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라는 조건을 덧붙여 취약 계층의 손실 보상에 국가는 제한적으로 개입할 수밖에 없음을 암시했다.(기사 보기) 이러한 태도는 ‘팬데믹 국면에 세계에서 가장 재정을 아껴 쓴 나라’라는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와 연결됐다. (기사 보기) 주요 경제매체도 합세해 97년 금융위기와 국가 부도, 파산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소극적인 재정정책을 옹호하는 동안, 민간의 가계부채비율은 가파르게 늘었다. (기사 보기) 재난 국면과 정부의 여러 제한 조치들로 인해 소득이 줄었지만,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해 개인 차원에서 빚을 내며 버티고 있는 것이다. (기사 보기) 때문에 국가가 개인이 통제 불가능한 재난 상황에 이들을 보호하거나 책임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은 한층 강화되고 있다. 

[7] 국제외환시장에서 금융거래 또는 국제결제의 중심이 되는 통화. 달러화, 파운드화, 유로화 등이 대표적이다.

늘어난 가계부채 중 투자비용이 눈에 띄는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이 씁쓸한 믿음의 증거 중 하나이다. 역대급으로 낮아진 금리에 대출 규모가 커지는 것은 돈의 흐름상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렇게 빌린 돈의 많은 부분이 소위 일컫는 ‘영끌’, ‘빚투’ 등으로 흡수되고 있다. 사람들은 저금리라는 좋은 조건에 무리하게 돈을 빌려 집을 사고 향후 집값이 올랐을 때의 시세차익을 기대하거나, 팬데믹 여파로 잠시 폭락했던 주식장에 빚을 내 투자하여 주가가 상승하기를 기다린다. 현재의 ‘위기’가 언제 또 비슷하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과거부터 반복되어 온 국가의 위기대응 방식이 국민 개인을 충분히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만은 체득했기 때문이다. 각자도생으로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개인들의 투자 행위가 증가했다는 건, 단순히 ‘위기를 기회로’라는 캐치프레이즈의 강력한 흡인력 때문만이 아니다. 국가와 시스템에 대한 믿음의 부재, 꾸준히 시장과 민간 영역을 확대해 온 국가 단위 경제성장 논리의 보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만들어낸 결과이다.[8] 이런 상황에서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은 매분 매초 변화하는 도박판과도 같은 시장 속에서 고도로 불안정한 현재를 살거나, 결국은 오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안고 ‘존버’하며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성 속에서 살게 된다. 여기서 벗어나 “국가가 나서서 책임지라”라며 적합한 보상과 지원을 요구하는 개인들에게 국가가 보여준 건, 주식 투자를 독려하고 90%가 넘는 펀드 투자수익률을 직접 인증한 장면이다. 이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한 필승코리아 펀드는 절반 이상이 동학 개미 운동을 이끌었던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의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동학 개미가 떠받쳐주었으면 하는 ‘우리 경제’가 무엇을 의미하고, 그렇게 지지한 경제 부문이 코로나19로 무너지고 있는 이들의 삶을 상호 지탱해 주고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8] 강내희(2014)는 이를 금융화가 촉진한 신자유주의 시대의 민영화, 노동유연화 등이 과거 자본주의 유통의 외부에 있던 공적 부문, 비상품 부문을 시장화와 상품화, 그리고 자산화한 결과라고 설명한다(508쪽).

구성된 투자 가치의 폭력성

코로나19가 휩쓴 지난 1년 반은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원문 보기) 시기였다. 많은 국가가 시장에 돈을 풀어 투자와 소비를 촉진했고, 풍부한 자금 유동성 속에서 여러 주체들은 자신에게 가장 설득적인 투자 가치를 찾으려 노력했다. 이때의 투자 가치란 현재의 가치보다는 향후 성장 가능성을 예측해 내리는 판단에 가깝다. 팬데믹 이후 주식시장에 활발히 참여하게 된 개인들은 투자 가치를 발굴하기 위해 이곳저곳에서 자료를 찾아 공부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투자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서점가를 휩쓴 주식투자 관련 서적 열풍과 유튜브 등의 SNS에서 ‘주식 전문가’로 등장한 이들의 인기몰이가 이를 뒷받침한다. 

기업 및 주가와 관련된 투자 가치의 좋고 나쁨을 결정하는 기준은 ‘앞으로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는가’이다. 이 소식이 전해졌을 때 주가가 상승할 것 같으면 호재고, 그 반대는 악재다. 그런 차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은 어떤 기업들에게 호재였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일자리를 잃고, 빚에 허덕이게 된 분명한 사실과는 별개로, 기업 가치와 주가에 이 사실이 반영될 때는 이러한 전 인류적 불행이 호재로 변환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난해 3월 팬데믹 쇼크로 국내 주식 시장이 폭락한 이래로, 역설적으로 이 위기 덕분에 관련 기업들은 급속도로 주가를 회복해나갔다.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소식과 일말의 관련이라도 있어 보이는 기업들이 연일 상한가를 기록했고, 비대면 생활이 지속되며 택배, 온라인 거래 관련 기업들의 주식도 동반 상승했다. 자연스럽게 관련 기업들이 실적 개선을 달성하거나 새롭게 주식시장에 상장되는 일이 늘었다.  

그렇게 회복 가도에 올라 마침내 코스피 3000선 돌파라는 기록을 세운 국내 주식시장의 화려한 이면에, 전염병이 일상이 된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삶들이 새로운 투자 가치로 구성되는 과정이 존재했다. 구로구 콜센터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실시간 관련 검색어에 ‘콜센터 관련주’가 검색되며 각종 비대면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었다. 유명 온라인 유통기업의 해외 증권시장 상장 소식은 해당 기업에서 택배 분류 일을 하다 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사망한 일용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조용히 가렸다. 그곳의 기업 가치가 수 조원 대로 측정되는 동안 해당 작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일급은 최저임금을 겨우 넘기는 수준이었다. 그렇게 인건비를 최소화하는 과정이 기업가치를 측정하는 데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의심은 근거없는 추측이 아니다. 실제로 비용을 얼마나 잘 절감하느냐는 기업의 재무 상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비대면 관련 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은 비대면이 가능하지 않은 이들의 생활을 비가시화하면서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미래가치를 창출했다. 이 뉴 노멀에 대한 접근성은 계층화되었고,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미국의 작가 나오미 클라인은 자신의 저서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 2007)에서 9.11 테러 이후 미국 사회에서 급부상한 재난 자본주의의 면면을 묘사한 바 있다. 그는 테러와 카트리나가 휩쓸고 간 미국에서 각종 재난 산업(보안, 국방, 군수, 식품, 제약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정을 포착했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재난 자본주의의 문제는 재난 산업을 떠받치기 위한 엄청난 비용을 시민이 감당해야 한다는 데 있다.(기사 보기) 이를 코로나19라는 재난을 맞닥뜨린 지금의 한국 사회에 적용해보자면, 재난에 쉽게 무너지는 취약한 이들의 타자화된 삶을 바탕으로 새로운 투자 가치가 창출되고, 그곳으로 수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코로나19는 새로운 기회를 의미하는 단어로 취급되어 그 기회를 놓친 사람들은 바보가 된다. 전염병은 확실히 돈이 된다. 그의 확산을 막고, 동료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쉼 없이 일하다 죽음을 맞이한 수많은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그저 투자하기 좋은 이 분위기에 초를 칠 뿐이다. 그야말로 ‘조용한 학살’[9]이다. 주식하기에 이만한 적기가 없고, 돈 벌기 가장 쉬운 이때 ‘무엇이 이러한 회복과 성장을 가능하게 했는가’를 묻지 않음으로써, 우리는 모두 조금씩 이 학살에 가담하고 있는지 모른다. 

[9] 채효정(2021년 1월 11일). “[정동칼럼]조용한 학살”. 경향신문.

동학 개미 운동이 말하지 않는 것을 말하기

팬데믹 국면에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많은 이들의 노동 수입과 사업 수익이 현저히 줄었다. 이 빈 부분을 재난지원금으로 채우기도 했지만, 한정된 자원에 결국 사람들은 주식 시장이라는 사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대안을 찾으려 했다. 개인의 삶을 지탱해 주는 사회적 안전망이 부재하다는 감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누군가에게는 이것이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된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큰돈을 쉽게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돈이 돈을 버는 상황에서, 원래도 가진 게 없던 이들에게 이 기회는 크게 의미가 없었다. 주식 투자 등으로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것 자체가 이미 자본가들만의 영역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현실은 팬데믹 이전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제도나 주류시장 바깥에서 비가시화된 이들이 생존을 위해 자본을 축적하는 방식은 주식 투자같이 개인이 위험을 온전히 짊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일 수밖에 없고, 다른 누군가의 취약한 삶을 투자 가치로 환원하는 금융자본의 약탈성은 신자유주의하에서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돈이 돈을 부른다는 문구도 전혀 낯설지 않다. 코로나19는 이러한 면면의 외곽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이런 흐름 위에 올라탄 동학 개미의 급증과 주식투자 광풍 속에서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다. 이제 팬데믹 시국의 자본주의 역동을 고찰하는 것에서 나아가, 그것의 당위성과 자연스러움을 뛰어넘어 이 ‘말해지지 않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들은 주로 돈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일), 보이지 않는 노동, 비합리적인 감정, 취약한 이들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 모두 신자유주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먼저 묵인되는 것들이다. 가치 없는 것으로 평가절하되거나, 최근과 같은 맥락 안에서는 투자할 만한 가치로 환원됨과 동시에 비가시화된다. 이것들을 제대로 보지 않음으로써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회로망은 이때까지 유지되고 작동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이들을 더욱 드러내는 일이 필요하다. 동학 개미 운동이 한참인 지금 어떻게든 돈이 될 투자 가치를 발굴하기 이전에, 그 맥락에서 보거나 말하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어 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코로나19 국면에 어떤 삶들이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이게 됐는지, 이 삶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이 왜 중요한지, 극단으로 양극화된 세계에서 한쪽 극단에 있는 소외된 이들의 이야기에 눈 감지 않는 일이 코로나 이후 진정으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데 얼마나 필수적인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위기를 기회로’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뒤집어 생각해 본다면 오히려 지금이 이를 직시할 수 있는 적기이다. 사회 양극화, 환경파괴, 자본주의의 폭력 등의 문제가 재난으로 인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기에 괜찮다, 이대로여도 괜찮다는 식의 태도는 이번 팬데믹을 겪으며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코로나 이후의 뒤바뀐 세계에서는 이 말해지지 않았던 것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조용한 학살’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벗어나야만 모두가 함께 살아갈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준비할 수 있다.


참고 문헌

  • 강내희(2014).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문화과학사.
  • 강진규(2021년 2월 18일). “소득분배 더 악화…홍남기 “추경 속도낼 것””. 한국경제
  • 고정현(2021년 1월 8일). “민주당 “동학개미, 경제 떠받치는 새로운 힘으로 커져야”. SBS뉴스.
  • 곽주현(2021년 2월 23일). “’빚투·영끌’에 가계부채 126조 급증…빚 내용·속도 모두 나빠졌다”. 한국일보
  • 김정현(2021년 1월 25일). “’당정 갈등’ 정리나선 文 “재정 범위 내 손실보상 제도화” 지시”. 이데일리.
  • 김진혁(2007년 11월 25일). “재난 자본주의, 미국의 새로운 경제체제”. 보스톤코리아.
  • 나원준(2021년 2월 17일). “한국,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가장 재정을 아껴쓴 나라”. 프레시안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코로나19 경제대책(페이지 보기).
  • 이승철(2020). “마을 기업가처럼 보기: 도시개발의 공동체적 전환과 공동체의 자본화”, 『한국문화인류학』, 제 53집 1호, 99-148쪽.
  • 주형연(2020년 12월 10일). “코로나19 여파에 은행 대출·대부업 관련 금융민원 증가”. 세계비즈.
  • 채효정(2021년 1월 11일). “[정동칼럼]조용한 학살”. 경향신문
  • 허세민(2020년 12월 1일). “[속보]文대통령 ‘동학개미’ 격려 “우리 증시 지키는 역할 톡톡히 해”. 서울경제.
  • MBCNEWS(2021년 3월 5일). “[경제 완전정복] 유투버 신사임당 “지금이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쉽다”(페이지 보기).
  • Klein, N.(2007). The Shock Doctrine: The rise of disaster capitalism. Metropolitan Books/Henry Holt and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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