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욕망을 위해 자신의 성적 영역을 만들기

이상희

*이 글은 나의 석사학위 논문 “위험을 감행하는 여성: 데이팅 앱 ‘틴더’ 사용자의 성적 경험을 중심으로” (2022)의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한다. 

성적 자율성은 보통 성적 자기주장 능력, 곧, 상호가 원하는 성적 행위를 하거나 원하지 않는 행위를 거절하는 능력으로 여겨진다. 주변 조건에 강제당하지 않고 자신의 규칙을 정해 행함을 일컫는 자율은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것으로 비추어지지만, 페미니즘 진영 내에서 성적 자율성은 다소 논쟁적인 영역이다. 독립적이고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주체를 상정하는 자율 담론과 가부장적 사회 조건이 종종 충돌하기도 하며, 때로는 이 개념이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들의 변명거리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 논쟁의 불가피함은 한국에서 ‘성적 자기 결정권’이라는 개념이 사용된 시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진다. 여성의 성적 욕망과 쾌락에 대한 논의들이 일던 1990년대 후반, 자기 결정 담론은 여성의 성적 쾌락을 가시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활용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이 담론은 성폭력 가해자의 가해 사실을 회피하는 논리가 되었다. 가해 남성들은 성적 자유주의와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강조하며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거절을 표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행동이 성폭력이 아니라고 주장했다(변혜정, 2001)[1]. 지금까지도 피해자가 ‘결정할 수 있는 주체’라는 주장은 상황적 맥락을 소거시키면서 성폭력 가해자의 죄가 감경되는 사유다.

[1] 한국 페미니즘 진영 내 성적 자율성에 대한 논쟁과 논점은 허라금(2014) 참고. 이 자율에 관한 논쟁은 몇 년간 점화된 ‘동의 담론’과도 맞닿는다. 동의 담론에 대한 논의들은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개최한 ‘[이슈대응 집담회] 16세 미만의 ‘동의’ : 가해자 처벌과 역량 보장 사이에서’의 자료집(2020.07.23) 참고.

경제적, 감정적, 성적(젠더, 성적 지향 및 정체성 등) 권력 구도에 따라 어떤 개인들은 쉽게 특정 행동을 하도록 회유당하거나 자신의 의지와 욕망이 아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저울에 올려 행동을 결정해야만 한다. 미혼 여성의 성적 자기주장 능력에 대한 양적 연구를 진행한 김효정(2018)은 한국 여성들의 성적 자기주장 능력이 연애 경험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감소한다고 분석한다. 정서적 친밀도가 깊은 관계의 반복이 여성이 자신의 성적 욕망을 주도적으로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기는커녕 남성 상대의 제안을 수용하는 태도만을 외려 학습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는 성적, 감정적 권력 구도가 여성의 성적 자율성을 억압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낭만적 친밀성에 억압되는 성적 능력

이성 연애 문화가 여성의 성적 자기주장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는 성 경험의 가치 측면에서 더 심각하게 논의될 필요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으로 용인되고 (심지어는 장려되는) 성적 관계는 이성 간 연애/결혼 관계뿐이다. 여성이 또래 집단에 낙인 위험 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성적 경험도, 상대적으로 편하게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관계도, 교육이라고 할 법한 게 미약하게나마 제공되는 관계도 이성애에 한정된다. 낭만적 이성애의 성 경험은 반성할 수 있는 여러 사회적 자원과 주변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앞선 김효정의 연구 결과를 상기해보면 이 ‘반성’의 작업이 더 나은 성적 관계, 즐거운 섹스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닌 젠더 구도 안에서 특정한 성적 관계를 반복 학습하며 유사한 상황에서 적합한 행동 양식을 체화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연애를 ‘잘’하는 사람은 연애의 분위기와 성관계 때의 긴장감에 방해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부정적 감정이나 신호를 표현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왜 이 성 경험은 반복될수록 노련함이 아닌 체념을 만들어내는가? 이 불편한 현실의 주요 요인 중 하나는 한국 사회에서 공인된 이성 연애의 관계성이 성적인 것(the sexual; 성관계, 성적 욕망, 의도 등)을 압도한다는 것에 있다. 성에 대한 개방성이나 인식은 부분적으로 매 시기 변해왔으나 한국은 사적 친밀성의 구조적 변동을 경험한 적이 없다(김신현경, 2019). 친밀한 관계는 이성애에서 공인(고백) 과정을 통해 서로를 ‘소유’하면서 시작하고 섹스는 이 소유를 증명해내는 행위로 위치한다. 섹스는 이를 구성하는 성적인 것들을 통해 평가받고 반성되고, 새롭게 시도되는 것이 아니라 이 행위가 위치한 관계의 낭만성으로 평가받는다. 예를 들어, 파트너와의 정기적 섹스는 중요하지만, 다른 낭만적 경험 없이 ‘지나치게’ 성관계가 잦다면 서로는 상대의 진실함을 의심한다. ‘썸’의 상태에서 서로는 로맨틱한 경험을 즐기고 가벼운 스킨십을 하며 연애적 호감을 표하지만, 섹스하진 않음으로써 마음의 순수함을 증명한다(양동옥⋅김경례, 2017). 반대로, 성관계를 거의 하지 않는 ‘섹스리스(sex-less)’ 상태는 그 자체로 사랑에 문제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섹스를 원하지 않는 상태, 상대와의 섹스에 만족하지 않는 상황은 마치 더 이상 내가 상대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과대 해석되거나 왜곡되기 쉽기에, 거절의 자기주장은 낭만적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여성의 감정과 의지는 자신의 성적 욕망에 반영될 수 없는가? 여성의 섹스는 자신의 감흥이라는 것은 없으며 남성의 의지 아래에만 놓여 있는가? 나의 석사 논문은 그렇지 않음을 분명히 하는 데서 시작한다. 분명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사랑과 섹스는 강하게 결착해있다. 그러나 연애 문화에 대한 불신과 성적 쾌락에 대한 가치 부여가 결합하면서 한편에서는 섹스 그 자체의 즐거움과 성적 긴장감이 삶에 주는 에너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여성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상대와 거리를 두고 성적인 것에 집중하는 여자들

나는 논문에서 데이팅 앱 틴더를 통해 낯선 이를 만나 연애하지 않고 섹스를 하는(캐주얼 섹스) 장기 여성 사용자들의 경험에 주목했다. 모바일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이하 ‘데이팅 앱’) 틴더는 연애나 동호회 등과 같이 뚜렷한 만남의 목적이 없는 사용자들을 연결해주는 메신저다. 틴더는 다른 앱에 비해 요구하는 필수 정보가 적고 사진 역시 꼭 본인 사진이 아니어도 앱을 사용할 수 있다. 이 특성 때문에 타 데이팅 앱에 비해 ‘검증된’ 사용자가 사용한다는 인식은 적지만, 온라인 내 익명성을 사용자가 상대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기에 진입 장벽이 낮다. 여성이 적극적으로 섹스 파트너를 찾는다는 것이 성적 낙인의 이유가 되는 한국 사회에서 여성들은 자신의 주변 상황에 맞춰 사진, 자기소개, 나이 등을 수정해 불특정 다수가 일상의 자신이 틴더 사용자임을 알 수 없도록 프로필을 만든다. 불확실한 목적성과 익명성이 한국 사회에서 틴더를 캐주얼 섹스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게 해주는 것이다.[2] 이곳에서의 성적 만남은 보통 연애를 전제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은 어느 정도 상대와 감정적 거리를 두는 것을 선호하고 상대의 진실한 사랑을 확인하려 하지 않으며, 때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거부한다.

[2] 틴더 사용 방식 및 감각에 관한 것은 이상희(2022) 3장 참고.

앱은 무한해 보이는 사용자를 단순하게 보여주면서 새로운 만남 주선에 속도를 붙인다. 이러한 앱의 UI(User Interface)는 사용자들이 매칭 과정을 반복할수록 이별에 무뎌지게끔 행위자의 감정을 연행한다. 처음에 상대방이 더는 메시지를 않거나 만남을 희망하지 않을 때 짜증이나 슬픔을 느낀 사용자라 할지라도 앱에 익숙해지면 부정적 감정은 찰나로 지나가며 빠르게 다시 앱을 켜고 새로운 사람을 찾는다. 사용자의 (새로운) 선택을 강조하는 틴더의 시스템은 타인을 효용에 따라 나누고 이 효용에 맞춰 쓰고 버리는 소비주의적 인간관계로 비판된다(살레츨, 2014; 일루즈, 2020).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앱의 특징은 한국 사회의 낭만적 연애 문화가 억압하는 여성의 성적 상상력과 제한된 욕망을 해소하려는 시도로써 좀 더 읽어낼 필요가 있다. 성적 쾌락이라는 기능적 목적이 깊은 감정적 친밀함보다 우선하기에 여성들은 상황의 성적 긴장감과 자신의 반응에 초점을 두고 관계를 고민할 수 있으며, 일상의 주변 인간관계와 겹치지 않고 새로운 상대와 빨리 연결될 수 있기에 성적 욕구를 표현하거나 거절하는 데에도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내가 연구 과정에서 만난 20, 30대 여성 중 많은 수가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불렸던 2016~2018년도쯤에 장기 연애를 마치고 틴더를 시작했다. 전방위적으로 이루어진 성폭력 공론화는 많은 여성에게 성적 위험이 특정한 자기 노력으로 소거될 수 없으며 특정 관계, 상황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을 남겼다(김현미, 2018). 직/간접적으로 반성폭력 운동에 영향을 받은 많은 연구 참여자들에게 연애는 더 이상 ‘안전’이 보장되는 관계가 아니며 오히려 자신의 성적 자율성을 비/의도적으로 억압하는 조건이다. 2017년부터 틴더를 사용한 새연(29세, 기자)[3] 씨는 연애에서 불만족스러운 섹스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묵인해야 하는 것이 된다고 말한다. ‘연애의 괜찮음을 서로에게 확인하고자 원하지 않더라도 성적 긴장감이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섹스를 해야 하고,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그냥저냥 넘겨야 한다’는 식의 발언은 새연 씨뿐 아니라 장기 연애 이후 틴더를 시작한 연구 참여자들에게서 쉽게 볼 수 있는 서사다.

[3] 이 글에 나오는 연구참여자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연구 참여자가 특정될 수 있는 정보들은 맥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가공했다.

소유를 중심으로 하는 독점적 일대일 낭만적 연애 안에서 성관계는 당사자의 욕망과 개별적 관계성보다 관습 아래 이루어지기에 파트너와 조율할 수 있는 성적인 것들의 범주는 적어진다. 제인 워드(Jane Ward)는 『이성애의 비극(The Tragedy of Heterosexuality)』(2020, 137쪽)에서 이성애 문화가 어떻게 비극적 성생활을 만들어내는지를 고찰한다. 성별 간 성적 능력을 위계화하고 이를 자연화하는 이성 연애 문화는 “침묵의 수행을 집합한 이성애여성성(heterofemininity through a collective performance of resilience)”을 형성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남성 중심의) 플러팅-애무-삽입’이라는 선형성을 가진 성 각본에서 여성에게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기쁘게 받아들일 것’에 가깝다. 이 성적 수순은 너무나 당연해 상호 간 논의할 필요가 별로 없는 과정으로 치부된다. 물론 이성 데이팅 앱 캐주얼 섹스 역시 이성 연애 문화의 틀을 일부분 공유한다. 그러나 내부의 일이 공공연하게 공유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일대일의 방식으로 만남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관계의 규범과 각본은 (아직은) 유동적이며 사용자에게 개별적인 일처럼 받아들여진다.[4] 새연 씨에게 캐주얼 섹스와 연애 섹스는 각각 유연한 규범과 촘촘한 규범이라는 대립항으로 이어진다. 상대와의 감정적 거리감은 그가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영역을 넓히고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원하는지, 양보하기 어려운 상황과 상대와 조율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더 구체적으로 고민하고 시도할 수 있게 한다.

[4] 한국에서 캐주얼 섹스가 개별적 경험처럼 다루어진다는 것은 미국의 논의를 참고하면 더 두드러진다. 미국의 캐주얼 섹스 문화(hook-up culture)는 2000년대에 기숙사, 파티 등 지인과 친구가 많은 장소를 중심으로 형성된 대학생 문화다(Garcia&Reiber 2008). 이에 반해 한국은 자신의 성 생활을 주변에 숨길 수 있다는 조건을 중심으로 캐주얼 섹스가 이루어지기에 사용자가 얼마나 확산하고 있는지와는 별개로 그 경험 발화는 익명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 혹은 소수의 친구 모임과 같이 집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낯섦이 만들어내는 자극, 지속적 자극을 위한 노력

설령 섹스가 예상했던 것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더라도 때로 캐주얼한 만남은 시도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 새연 씨와 마찬가지로 장기 연애를 끝내고 2017년도에 틴더를 시작한 다인(27세, 성폭력 상담사) 씨는 상황의 총체적 새로움이 이 관계를 반복하게 한다고 말한다. 새로운 사람, 반응, 분위기, 자극은 상대와의 섹스가 기대한 만큼이 아니었더라도 그에게 재미다. 이 과정에서 다인 씨는 자신의 상상과 기대를 현실화한다. 성적 욕망은 실현되기 전까지는 정확히 확신할 수 없다(Angel, 2021).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운동이 얼마나 힘들지, 재밌을지, 목표를 달성할 때 얼마나 짜릿할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지만 해보기 전까진 확실히 알 수 없는 것처럼 성적 욕망 역시 좋을지, 싫을지를 추측할 수 있지만 경험하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 또한, 동일한 행위여도 상대, 분위기, 순간적인 긴장감에 따라 그 감각은 달라질 수 있다. 상대를 모른다는, 곧 신뢰가 없는 상대방이라는 그에게 자극이다. 이 낯섦의 자극은 다인 씨가 새로운 사람과의 섹스가 언제나 즐겁지는 않더라도 캐주얼 섹스를 간헐적이라도 장기적으로 하게 하는 힘이다.

성적 쾌락과 성적 재미가 주는 에너지는 위험도 성적 욕망도 부정하지 않고 좀 더 안전하게 성적 욕망을 실현할 방법을 행위자가 모색하도록 한다. 성폭력 상담사인 다인 씨와는 4회차 만났는데, 직업이 직업인 만큼 그는 언제나 성/폭력[5]의 위험을 언제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그는 여전히 실제 상대가 폭력을 행했던 적이 있는지와는 관계 없이 강간당할 수 있다는 공포를 순간순간 느끼며, 개인 정보를 관리하고, ‘가벼운’ 여자로 여겨지는 것에 분개하지만, 종종 주변으로부터 위험한 시대에 자기 안전을 챙기지 않는 여성으로 비난받기도 한다. 그러나 위험은 이들이 자신의 성적 구역을 명확히 만들어가야 할 동기이지 욕망을 포기할 이유가 아니다. 연구참여자들은 상대의 성적 제안을 거절하면서 거절과 요구하기에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부담감을 줄이고, 성 매개 감염(STI)을 예방하기 위해 여성의학과를 방문하고 상대에게 STI 검사를 요구한다. 행위자들이 자기 경험을 구체적으로 돌이켜보고 다음 상황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려는 이유는 재밌고 긍정적인 성적 반응을 느끼고, 때로는 스릴 있는 환경을 의도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위험과 욕망의 양립이 이들이 성적 상황과 요구를 구체화하게 추동하는 것이다.

[5] 성적인 것과 연결된 듯하지만, 긴밀히 연결되지 않은 폭력까지 아우르기 위해 ‘성/폭력’이라고 사용했다.

이들은 틴더를 활용해 성적 욕망의 지평을 넓히고 자신의 성적 구역을 만든다. 여기서 앱은 행위자의 시도, 경험 돌이켜 보기, 그리고 다시 시도하기를 원활하게 하는 매개체로 작동한다. 나는 이들의 행위를 일대일 이성애 문화의 낭만적 섹슈얼리티 수행 규범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위자의 성적 모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규범적 연애 문화에서 계획적으로든 충동적으로든 벗어나 본 경험은 행위자가 성적인 것들에 집중해 섹스를 체감하고 성경험을 재구성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준다. 그리고 여기서 오는 자극은 이성 간 성문화의 부당함과 자신의 성적 욕망을 배타적인 것이 아닌 같이 다룰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준다.

나오며 : 위험과 욕망을 아우르는 페미니즘 섹슈얼리티를 향해 

페미니즘 섹슈얼리티 영역에서 데이팅 앱은 주로 앱 내 젠더 위계와 성폭력에 초점을 맞춰 다루어진다. 물론 데이팅 앱과 젠더 차별적 사회 제도와 문화를 변혁해야 할 필요성이 분리돼 고민될 수는 없다. 나는 연구 참여자들을 틴더에서 구인했고, 이 여성들은 대체로 몇 년간 이 앱을 사용한 사람들이다. 많은 사람이 성희롱 등으로 인해 앱을 금방 삭제하며, 실제로 많은 폭력과 차별적 일들이 이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많은 수의 연구 참여자들 역시 성/폭력을 경험했고 여성들은 이 만남에서 성적 긴장감 조성, 자기 욕구 파악뿐 아니라 부정적 신호에 기민하게 반응하기, 상대가 폭력적이지 않은 사람임을 에둘러 확인하기, 자기 신원의 익명성을 지키기 등 여러 역할과 목적을 한 번에 수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계속 앱을 사용하냐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들이 보여준 대답은 간단하다. “재밌으니까”, 섹스할 때 “쾌락이 계속 등장하니까”다. 아마 누군가는 이들의 행동이 무모하다고 생각하고 이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위험과 재미를 구분하고 위계화한다면 여성의 섹스는 다면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우며 여성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것은 성관계를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내가 이 논문을 통해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일상의 성폭력 문제가 대두되고 성적 위험이 강조될 수밖에 없는 시대에, 페미니즘 섹슈얼리티 연구는 이 폭력적인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여성의 성적 쾌락과 욕망이 어떻게 실현되는가?’라는 고민과도 맞닿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 재미인지, 그 즐거움이 여성의 일상에 어떠한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자신과 타인을 존중하면서 그 자극을 어떻게 얻어갈 수 있을지는 부정적 위험과 폭력만큼 골몰할 가치 있는 영역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양한 위치와 상황에 있는 여성들의 구체적인 경험에서 도출해낼 수 있다.


참고문헌

  • 김신현경(2018). 『이토록 두려운 사랑』. 서울: 반비.
  • 김현미(2018). “[기획 특집] 미투 운동, 왜, 지금 그리고 이후”, 『젠더리뷰』, 49, 4-13쪽.
  • 김효정(2018). “미혼 여성의 성적 자기주장 영향요인”, 『한국산학기술학회 논문지』, 19(10), 467-474쪽.
  • 변혜정(2001). “성폭력의 의미구성과 ‘성적 자기결정권’의 딜레마”, 『여성과 사회』, 13, 6-43쪽.
  • 양동옥, 김경례(2017). “대학생들의 ‘썸 문화’에서 나타나는 전략적 선택과 양가적 행위성”, 『젠더와 문화』, 10(1), 83-120쪽.
  • 이상희(2022). “위험을 감행하는 여성: 데이팅 앱 ‘틴더’ 사용자의 성적 경험을 중심으로”,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석사학위논문.
  • 한국성폭력상담소(2020). “[이슈대응 집담회] 16세 미만의 ‘동의’ : 가해자 처벌과 역량 보장 사이에서”, https://www.sisters.or.kr/data/report/256
  • 허라금(2014). “관계적 자율성에 대한 철학적 연구: 절차적 자율성과 실질적 자율성 논쟁을 중심으로”, 『철학』, 103-129쪽.
  • Angel, K.(2021). Tomorrow Sex Will Be Good Again: Women and Desire in the Age of Consent, Verso Books.
  • Garcia, J. R., & Reiber, C.(2008). “hook-up behavior: A biopsychosocial perspective”, Journal of Social, Evolutionary & Cultural Psychology, 2(4), pp.192-208.
  • Illouz, E.(2011). Warum Liebe weh tut, Berlin: Suhrkamp Verlag, 김희상 옮김(2020), 『사랑은 왜 끝나나』, 파주: 돌베개.
  • Salecl, R.(2010). Choice, London: Profile, 박광호 옮김(2014), 『선택이라는 이데올로기』, 서울: 후마니타스.
  • Ward, J.(2020). The Tragedy of Sexuality, New York: New York University Press.

댓글 1개

  1. 섹스라는 것이 결혼 후에 거행하는 소중한 의식이라는 사회의 도덕적 합의가 무너져 개나 소나 짐승처럼 꼴리면 섹스 함 하자 하는게 유행인 시절을 목도한 1인으로 안타깝네요.

    좋아요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